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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조업의 이상 징후는 지난 2015년 무렵부터 나타났다. 글로벌 디플레이션(통화량 축소에 의해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이 계속되면서 중국 내 경기가 직격탄을 맞으면서부터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중국 제조업종이 공급과잉에 직면하게 되고 급기야는 구조조정이라는 급물살을 탈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른다.
중국 제조업의 위기는 이미 예견된 시나리오다. 두 자릿수 인건비 상승 지속·자금 대출 경색·전력난·높은 세율·이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 등은 중국 제조업이 겪고 있는 구조조적인 딜레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도무지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의 인건비는 일본·한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3위고, 인도보다는 무려 2~3배 높다.
중국 제조업의 위기는 공급과잉으로 인한 거품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자동화에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급기야 중국 정부에서도 제조업 대국이라는 ‘세계의 공장’을 포기하고 미래 먹거리 산업에 치중하는 제조업 강국으로 기수를 돌렸다,
글로벌 제조업의 중국 쏠림 현상이 걷히고 동남아와 인도 등 포스트 차이나 국가들과 4차 산업혁명으로 제조업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서고 있는 선진국으로 제조업의 기울기가 다시 균등해지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중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 제조기업의 ‘탈(脫)중국’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중국에 진출해 있는 자국 기업을 국내로 유턴시키는 ‘리쇼어링(Reshoring)’을 수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는 자국 제조업의 미래가 중국의 미래보다 더 밝다고 공공연하게 장담하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많은 중국 제조 기업들이 미국에서 생산기지를 만들고 있기도 하다.
또 하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일찍이 중국에 들어가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밀착돼 있던 대만 제조 기업들의 중국 탈출이 2010년 전후로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5월 차이잉원(蔡英文) 정권 집권 이후부터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더 줄여나가고 있을 정도다.
2012년 대반의 중국에 대한 투자가 전년대비 50% 감소한 이후 3년 연속 대폭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일본은 2012년 댜오위다오 국유화 분쟁 이후 ‘China+1’이라는 포트폴리오를 본격 유도하면서 중국에서 빠져 나온 기업들이 동남아 혹은 인도로 둥지를 옮겨가고 있다.
이미 진출한 기업의 리로케이션(Relocation)에 더하여 신규 진출을 더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일본도 2013년부터 매년 줄여나가면서 2016년에는 피크 때의 40% 수준으로 급감하고 있다.
비록 늦차를 타고 있지만 우리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우리가 미련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트렌드에 뒤지는 것인지 지나고 보니 다소 안타까운 부분이다. 좀 더 빨리 칼을 빼들었으면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가시적이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우리에 대한 사드 보복 이전에도 중국을 떠나는 기업들이 더러 있었으나 이제는 훨씬 더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제조업의 위기 탓도 있지만 일본이나 대만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인 문제가 결국 경제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 경제 혹은 제조업의 위기가 소위 말하는 ‘차이나리스크’라면 정치적인 갈등을 기업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전이시켜 하루아침에 시장을 왜곡시키는 것은 중국 정부의 비(非)이성적인 행동으로 비춰지고 있다.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시장을 졸지에 왜곡시키는 ‘예측할 수 없는 시장’인 중국에서 더 이상 버텨내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떤 외국 기업도 안정적으로 중국 내에서 뿌리내릴 수 없다. 때마침 세계적으로 바람이 불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과 인건비의 상관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조짐을 보인다. 항간에는 이 바람에 중국도 미래에 일개 부품 등 중간재 공급국가로 전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역행하면 글로벌 커뮤니티에서 ‘왕따’를 당하기 마련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일본·대만 등의 재계에서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의 행위가 글로벌스탠다드에 벗어나는 돌출적이고 이기적인 것으로 일관한다면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실제로 중국에 아주 오래 주재한 자영업자 혹은 주재원들도 최근의 중국 사드 보복에 대해서는 혀를 차고 있을 정도다.
이는 역대 정권과 달리 시진핑 정부가 대외적으로 중국의 힘을 과시하고자 하려 했던 것도 한몫했다. 대국굴기·중국몽·미국과의 신형 대국관계 등과 같은 것들이 그러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중국 인민들의 민족주의·자국 우선주의·애국심 등으로 연결되면서 사드 보복과 같이 때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확대된다.
이에 대한 외부의 경계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도 중국과의 화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중국은 북핵을 빌미로 시간을 벌면서 큰 전쟁을 뒤로 미루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기 위해 일본과 인도는 더 가까워지고 있다.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에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도 늘고 있다. 필리핀, 베트남에 이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까지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경제력에서 중국이 미국에 이은 G2 국가로 부상하면서 중국에 대해 눈치를 보는 국가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 꺼풀 벗기고 들어가 보면 대부분의 국가들은 중국 돈이 탐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돈 없는 중국에 대해서도 이들이 쌍수를 들고 반길까 하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 대답은 ‘노(No)’에 가깝다.
이미 중국 돈을 맛본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는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돈의 욕심, 꼬리표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이 ‘글로벌 콜라보’의 시대에서는 어떠한 개인이나 기업, 심지어 국가도 자기 욕심만을 채우기 위해 남을 무시하거나 짓밟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특히 붐업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 실증적으로 이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일례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일본·한국·독일·대만 등 대부분의 관련 국가들이 공동으로 기술 유출을 막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글로벌 커뮤니티에서 ‘왕따’를 당하면 이제까지 이룩해 놓은 공든 탑이 삽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중국이 인지해야 한다. 글로벌 협업의 최대 수혜자가 중국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기보다는 고립무원(孤立無援)에 빠져들 가능성이 더 높다. 세상 돌아가는 판을 봐가면서 우리의 처신을 다잡아야 이익을 지켜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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