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제3의 法적 영역’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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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엽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9-25 12:24:39

지난 22일 인천지법 형사15부는 인천 초등학생 유괴 살인사건의 주범인 김 양(18)에 대해 징역 20년을 공범 박 양(19)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 양과 박 양은 지난 3월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생 A양을 자신의 집으로 유괴해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공범인 박 양이 무기징역을 받은 것에 반해 직접적으로 범행을 행한 김 양이 징역 20년을 선고 받은 것은 김 양이 소년법의 보호를 받는 미성년자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년법 제59조에는 만 18살 미만인 자에 대해서는 최대 형량이 징역 15년에 불과하다. 김 양이 해당하는 특정강력범죄의 경우 최대 징역 20년까지 밖에 적용 할 수 있다. 소년법의 이 같은 조항이 세간에 알려짐에 따라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및 제안’에서 청소년보호법과 소년법 등 미성년자를 법적으로 보호해주는 법률을 폐지해달라는 청원에 찬성한 사람이 각각 약 27만명, 약 12만명을 넘었다. 미성년자에 대한 엄벌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권리에는 의무가 따른다’라는 격언이 있다. 이를 뒤집어서 말하면 ‘의무에는 그에 따른 권리가 따라야한다’고 볼 수도 있다. 미성년자에게 엄벌주의라는 행동에 대한 더 강한 책임감과 의무를 더한다면 그에 대한 자유 혹은 권리가 따라야 한다고 볼 수 있다.

현행 민법상으로는 미성년자가 계약 등 법률행위를 함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지 않은 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 법적으로 온전한 한 사람의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제한은 정치적 권리에도 가해져 있다. 공직선거의 선거권과 국민투표의 투표권은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에게는 주어져 있지 않다. 또 기타 청소년보호법에 의해 금지되는 행위 등을 할 수 없다.

미성년자는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보호가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이 같은 제한들이 가해져 있다. 이러한 제한들의 반대 급부 중 하나로 소년법 등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하고 있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그렇다면 미성년자에 대한 엄벌주의가 현실화된다면 미성년자에게 가해지는 이같은 제한의 일부를 풀어주는 것 역시 이치에 맞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 민법은 모든 사람은 성년과 미성년 단 두 부류로만 나누고 있다. 하지만 만 19세가 되자마자 갑자기 ‘뿅’하고 마법처럼 사리분별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 같은 비상식적인 이분법적인 연령 구분을 넘어서 제3의 연령 영역을 만드는 것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때다. 중학교에 올라가는 시점인 만 13세~14세부터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시점인 만 18세~19세까지 기존의 미성년자와는 구분되는 제 3의 영역을 만들어 성인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아무 권한도 없다가 갑자기 모든 권한이 주어지는 지금과 같은 법 체계보다는 성인이 됐을 경우 가지게 되는 권리와 의무를 미리 연습·체험해 볼 수 있는 법체계를 갖추게 된다면 사회적으로 교육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경엽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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