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사태는 가짜노동법 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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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사태는 가짜노동법 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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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9-25 00:03:50

얼마 전 경제계와 노동계는 물론 사회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든 일이 있었다. 정부(고용노동부)가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제과점 브랜드 파리바게뜨에 협력업체 소속 제빵사의 직접 고용 명령을 내린 것이다. 현재 협력업체 소속으로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근무하는 제빵사는 5378명이나 된다. 어지간한 중견기업 소속 직원 수에 버금가는 인원수다. 심지어 파리바게뜨 본사인 파리크라상 소속 직원 수(5296명) 보다 많다.

정부가 시정명령을 내린 이상 파리크라상은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명령을 받아 들여 제빵사들을 고용하던지 아니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불사하는 방법뿐이다. 그러나 이들 두 가지 선택지 모두 파리크라상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의 경우 비용적인 부담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비용부담의 정도는 기업 전체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정부 명령에 따를 경우 파리크라상은 600억원의 인건비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파리크라상의 영업이익은 655억원이었다. 법인세, 기타 비용 등을 제외하면 파리크라상은 사실상 적자가 불가피하다. 직원 채용하다가 부실기업으로 전락하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셈이다.

후자 역시 막상 시행하려면 기업 입장에선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진보성향의 현 정권 하에서 노동 문제로 정부에 반기를 들 경우 감당하기 힘든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현 정부를 지지하는 여론의 반발만 해도 상당한 것으로 관측된다.

설령 법정 공방에서 승리를 하더라도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은 정부의 제2, 제3의 반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공정위, 국세청, 검찰 등 무시무시한 권력기관들이 가만히 앉아서 지켜만 볼지 의문이다. 이들 세 기관의 날카로운 칼끝에서 막강한 재벌기업 조차 벌벌 떨었던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파리크라상이 어떤 결정을 내리던 간에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더욱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돼 우려감이 더해진다. 바로 협력도급업체와 가맹점주, 제빵사 당사자들이 입게 될 타격이다. 이들의 피해 규모는 파리크라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사자들 스스로도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토로하는 실정이다.

우선 협력도급업체들은 직접고용이 현실화 된다면 당장 회사 유지가 어렵거나 불가능해진다. 협력도급업체 대부분은 영세기업 혹은 중소기업들이다. 만약 다른 거래처가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당장 회사문을 닫게 될 판이다. 다른 거래처가 있는 기업들 역시 직원수 감축은 불가피해진다. 실직자 추가 발생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가맹점주들은 비용부담과 매출하락의 ‘이중고’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본사가 직접 제빵사를 고용해 가맹점에 파견하게 되면 가맹비 부담이 커진다. 결국 제품가격을 올려 충당해야 하는데 그렇게 될 경우 손님들의 이탈이 불가피해진다.

이 과정에서 제빵사들이 우려하는 상황도 벌어지게 된다. 비용부담과 매출하락에 맞닥뜨린 가맹점주가 가장 우선적으로 취할 조치는 바로 인건비 절감이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매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제빵사를 줄이거나 자격증을 획득해 직접 빵을 만들 수밖에 없다. 무려 5000명이 넘는 제빵사가 정부의 결정 때문에 생계를 위협받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운 배경이다.

피해가 단순히 파리크라상 한곳에 국한되지 않고 외식·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은 더해진다. 파리크라상과 비슷한 방식의 고용형태를 띄고 있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파리크라상의 경쟁업체인 CJ푸드빌(뚜레쥬르)부터 ‘위기설’에 휩싸인 상태다. 만약 사태가 확산될 경우 영세·중소기업, 개인사업자인 가맹점주, 고용인 등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무더기 실질사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파리크라상에 대한 정부의 이번 결정은 현실적인 부문을 외면한 일방통행식 탁상행정의 폐단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특히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최우선으로 여겨야 할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오히려 노동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패착(敗着)’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 고용노동부의 존립 이유를 부정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현실적인 부분을 충분히 감안한 정부의 새로운 대안 제시가 시급하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