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재벌 상생의 조건, 요일 아닌 거리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데스크칼럼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9-27 00:18:34

‘선샤인 스테이트(Sunshine State)’ 미국 플로리다. 미국 동남부 끄트머리에 자리한 플로리다반도 중서부에는 인구 5만명 안팎의 작은 휴양도시 새러소타가 있다. 그리고 이곳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터브먼사의 복합쇼핑몰 ‘유니버시티 타운 센터(UTC)’가 자리했다.

누군가는 일생에 한 번 가보기도 힘들 플로리다지만 국내에서도 UTC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이른바 ‘정용진 쇼핑몰’로 통하는 스타필드다. 터브먼사는 개발사로서 스타필드의 설립과 정착에 톡톡히 역할을 한 곳이다.

사실 신세계의 스타필드는 국내 대형복합몰 시대를 본격 개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세계와 함께 롯데그룹·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재벌 3사의 대형 복합몰 시대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나머지 두 개 업체들도 쇼핑몰 기획단계서부터 UTC를 참고했다. 그런 점에서 국내 대형쇼핑몰의 토대가 된 곳이라 할 수도 있겠다.

미국의 대형쇼핑몰 또는 대형 아웃렛쇼핑몰은 대게 고속도로 인근에 자리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여주·이천·파주 등에 자리한 아웃렛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형마트 격인 월마트 등 대형 창고형마트는 비교적 도시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지만 이곳까지도 차를 타고 수십여분을 달려야 도착이 가능하다.

물론 땅이 워낙 넓다보니 가능한 일이다. 이를 곧바로 국내 현실에 대입하는 것도 일정부분 무리 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이런 대기업 유통채널이 도시와 가까울수록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막심하다는 의미다.

국내 대형마트·복합쇼핑몰 등은 이른바 블랙홀이 됐다. 골목에 등장해 논란이 됐던 유통사들은 이제 골목 바깥에 크게 지어 골목을 잠식 중이다. 스타필드하남 등장 후 매출이 반토막 났다는 하남 내 상인들의 증언과 서초구 서초동에 롯데마트가 등장한 뒤 인근의 중소형마트가 문을 닫은 사례가 이를 의미한다.

그렇다. 포식자가 된 대기업 유통채널과 소상공인들의 상생을 위한 전제조건은 거리다. 하지만 당국은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눈치다. 지난 2012년 정부는 골목상권 및 소상공인 보호를 외치며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월 2회 의무휴업일과 자정으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규제를 신설했다. 이른바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결과는 우리가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일요일 마트에서 장을 보던 시민들은 전통시장을 향하지 않고 장 보는 날을 바꿨을 뿐이다. 추가적으로 마트의 고용효과는 감소했다. 대형마트에 쏠리던 수익이 전통시장으로 재분배 된 것이 아니라 쏠림현상을 가져왔다. 일부 대형마트 인근 소상공인들은 “규제 덕분에 일요일 영업을 망치게됐다”고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제는 정부가 대형마트뿐 아니라 복합쇼핑몰도 겨냥했다. 이번에도 명분은 소상공인 보호다. 물론 그 의도에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고민은 없어 보인다. 월 2회 영업제한을 월 4회로 늘린다는 것이 골자다. 취지가 무색하다. 결국 같은 지적을 양산할 뿐이다.

가만 보면 정부는 영업시간 제한에만 초점을 맞췄다. 정작 소상공인 보호의 척도와 같은 출점에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여론을 호도해 대척점에 선듯했던 정부의 참모습이 유통사들 편에 선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경쟁력은 경쟁을 통해 발생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규모를 떠나 시장에서의 경쟁을 정부가 좌지우지해선 안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도저히 대기업의 상대가 되지 못할 소상공인들을 위한 제도장치도 필요하다.

당면한 현실을 보면 그 장치라는 것이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닌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제재를 위한 제재는 안 된다. 명분있는 제재라면 그 취지부터 살펴보길 바란다.

[김도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도현 d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