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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0 김영란법(法)으로 인해 추석 선물 내용이 과거보다 형편없고 숫자도 줄어들어 추석 기분이 썩 나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법 시행 1년이 된 지금 시점에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야 공히 연말까지 금액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의지가 내비치고 있다. 농축산어민·소상공인·중소기업 내지 특정 지역의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더 이상 이를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이 내세우고 있는 이유다.
때맞춰 관련 업종 종사자들의 목소리도 갈수록 격앙되면서 연일 과격 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이미 시행되고 있는 법에 대해 어떻게든 흠집을 내 법 자체를 누더기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피해 당사자들의 고충도 이해가 가지만 시대의 변화에 맞춰 그들도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
이러한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정부의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강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마저 국민 다수의 지지 속에 가시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반부패정책협의회를 가동시키면서 부정부패 청산이 모든 정책의 출발임을 강조한다. 민간 부문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전반에 독버섯처럼 퍼져있는 부패의 고리를 끊겠다는 고강도 사정 드라이브가 예고돼 있기도 하다.
국가가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반부패는 우리 사회 전체가 글로벌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건전한 사회로 탈바꿈하는 데 있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김영란법보다 더 강도가 높은 법과 제도도 필요할 터인데 이미 만들어진 법을 후퇴시키려고 하는 시도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보여 지기 마련이다. 부정·부패에서 자유로워진 기업이나 개인의 여유가 보다 생산적인 곳으로 투입되도록 유도하는 것도 국가의 몫이다.
소위 요즘 회자되는 적폐의 실체도 이러한 비리 사슬들이 연결되면서 비롯된 것으로 앞으로 전개될 국가 간의 치열한 4차 산업혁명과 혁신 경쟁에서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부패와 비리의 근절, 기득권 내려놓기 등이 보편화 내지는 습관화된 나라일수록 경쟁에서 우위에 서고, 미래가 더 밝아 보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구상에 제대로 된 나라들이 이 부문에서 자유롭거나 경기에 오르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중국의 시진핑 정권은 지난 5년간 부단하게 부패와의 전행을 치러오고 있다. 공직 사회는 물론이고 민간에도 빠르게 뇌물 혹은 선물 관행이 거의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초기에는 온기가 없고 찬바람만 쌩쌩 분다는 불만과 냉소의 분위기도 있었으나 워낙 서슬 퍼렇게 진행되다 보니 모두 체념하고 이에 적응해 나가려고 애쓴다. 기득권 사회는 불편해졌지만 중국의 일반 백성들은 시진핑 체제를 지지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과거 관행에만 익숙해진 우리 진출업체들의 경우 이러한 현지 분위기 반전이 별로 탐탁지 않다. 약간의 뇌물만 가져다 주면 척척 해결되던 일들이 막히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 주재원들은 여전히 한국의 문화나 정서 적응에 애로사항을 호소한다. 정치권 혹은 정부, 대기업의 갑질에 따른 대관(對官) 혹은 대기업(對企業) 업무와 밤문화에 대한 스트레스로 고생하는 외국인들이 의외로 많다.
김영란법(法)은 도덕지향적 사회로 발돋움하는 첫 단추, 개정에 신중해야
우리보다 잘 사는 선진국 국민들은 대부분 부정부패로부터 매우 자유롭다. 법이나 제도가 강력하지 않아도 충분히 도덕적 우위와 성숙한 시민의식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여성으로 4선 연임에 성공한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전형적인 예다.
그녀는 퇴근 후 평범한 가정주부로 돌아가 바구니를 들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가족을 위해 요리한다. 유럽에는 전관예우라는 관행이 사라진지 오래다. 퇴직하면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지저분하게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일찍 유럽으로부터 좋은 관행을 전수받은 일본 사회도 이 점에서 매우 철저하다. 고위 공직자나 회사 임원들의 경우 평일 업무시간에는 조직이나 회사의 차를 쓰지만 출·퇴근, 휴일 포함 일과 후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정해진 룰을 지킨다. 한마디로 말해 공사(公私)가 구분이 명확하다.
국제기관이나 글로벌 기업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은 외부로부터 선물은 받지 않으며 고객과의 식사에도 엄격한 룰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가급적 평범한 식사로 접대를 하거나 이마저도 받지 않으려 한다. 이들은 이러한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접촉할 경우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고 한결같이 토로한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모순은 겉과 속이 다른 점이다. 해외에 나가면 모두 현지의 법이나 룰에 따르면서 일류 행세를 한다. 그러나 국내에 들어서면 이를 송두리째 반납하고 기류에 휩쓸려 또 다시 삼류 인생을 산다.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으로 돈을 쓰면서 보고 듣고 느끼지만 국내에 들어오면 모든 것은 제자리다.
또 그 많은 선량들이 해외 선진 사례 벤치마킹을 한답시고 국비를 들여 눈·귀 동냥을 하고 돌아오지만 우리 사회의 큰 질적 변화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시쳇말로 관광만 하고 국비 낭비만 한다는 비아냥이 그리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매번 청문회에서 볼 수 있는 고위 공직 출전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과연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가 할 정도로 한심한 작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의미에서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가 보다 청렴하도 도덕적으로 변하는, 그리고 글로벌스탠다드에 부합해 나가는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다. 의리보다 정의라는 건전한 의식, 밤문화 보다 저녁이 있는 삶 등 모처럼 불고 있는 훈풍에 엇박자가 나지 않길 바란다.
공직자·언론인·사립 교원 등에 국한하지 말고 대기업 등 우리 사회 전반으로 도덕 재무장 운동이 쉼 없이 진행돼야 한다. 김영란법 개정은 여론의 추이에 따라 신중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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