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주 
부산 
제주 
지구상에 우리만큼 정치에 민감한 국민도 없을 듯하다. 늘 명절이 되면 삼삼오오 모여 시국에 대해 논의하고 나라에 대해 걱정한다. 한편으론 이렇게 걱정을 많이 하는데도 크게 변하는 것이 없는 것도 기이하다.
근자에는 지역보다 세대 간의 이견이 더 큰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의 이야기를 애써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시대착오적이면서 현실에 대해 아예 무지하다는 쪽으로 치부하려는 경향이 짙다. 이러다보니 소위 요즘 회자되는 ‘적폐’도 그 대상이 상대적으로 나이 든 사람들로 자연스럽게 옮겨간다. 그리고 드러난 비리에 대해서는 관용보다 단호한 채찍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50여년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피땀이라는 희생의 이면에는 갖은 부정부패·부도덕·파렴치·폐해 등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어느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구태여 따지고 보면 특정 개인에 잘못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시대가 만들어낸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중진국을 넘어서 이제 선진국 문턱에 다다르고 있는 우리에게 과거는 족쇄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새로운 도전의 밑거름이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권이 바뀌고 집권 정당까지 바뀌는 매 5년 혹은 10년마다 ‘과거 헤집기’가 관행처럼 되고 있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그 과정에 비리를 뒤엎거나 치욕을 참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들도 많다 여론은 둘로 갈라지고 서로가 상대를 헐뜯기에 혈안이다. 누가 누구를 비방하고 끌어내리려고 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정권의 교체라는 정치적 변화를 경험한 지난 20여년간 정권의 지근거리나 주변에서 일한 사람들은 많은 것을 알고 있거나 경험을 했으면서도 나이 탓인지 대체로 침묵하고 있다. 다소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비슷한 방법으로 각각의 정권이 유지돼 왔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를 바 없다.
화이트 혹은 블랙리스트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정권이 바뀌면 득세하는 무리들이 으레 달라진다. 경제계는 물론이고 문화계·시민단체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예외가 없다.
일례로 일부 인사들은 연예인인지 정치인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의 정치적인 행보를 함으로써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권의 교체, 즉 리더십의 변화가 통치와 관련한 새로운 진용으로 연결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리고 거기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포함돼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적폐청산’이 과거 혹은 개인을 겨냥하기 보다는 미래지향적인 것이 돼야 한다. 그렇다고 비리나 잘못이 불거진 개인데 대해 단죄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과거 헤집기식 적폐 도려내기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또 다른 보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엄청난 국가적 낭비고 국력의 손실로 연결된다.
적폐란 단어 자체가 가진 의미 그대로 일시적 혹은 단기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오랜 기간에 걸쳐 관행적으로 굳어버린 폐단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적폐가 더 이상 국가 경쟁력을 저해하거나 여론을 분열시키지 않도록 근본적인 처방을 마련하는 것이 지당하다. 국가를 좀먹는 구조적 제도·관행·폐습 등을 어떻게 발본색원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미래를 위한 적폐청산이 이뤄지면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고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보다 큰 긍정의 힘으로 발현될 수 있다. 그 어떤 정권도 초기에 이러한 기회를 가지게 되지만 우리는 과거에 대한 부정, 피해에 대한 보복·집착 등으로 인해 결국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를 수차례 목격해 오고 있다.
‘적폐청산’의 결과는 개인·기업·국가에게 공히 득이 돼야한다
지금 세계는 ‘혁신’경쟁으로 점입가경이다. 해묵은 관습·타성·조직·방법 등을 완전히 바꿔 새롭게 하는 것과 한판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큰 특징은 과거보다 미래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어떻게 하면 경제를 살리고 미래 세대에 좋은 나라를 물려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골몰한다.
여기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여론도 대체로 수긍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리더의 몫이다. 리더의 용기와 미래에 대한 비전이 국가 장래를 결정하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더 강한 미국, 1등 제조업으로의 부활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패권을 지향하는 중국으로의 복귀, 제조업 강국과 격차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부르짖는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정치적 위기 가운데서도 일본의 안위, 경제대국으로의 회생을 위해 안간힘 쓴다.
4선 연임에 성공한 독일 메르켈 총리는 강한 유럽과 그 중심에 독일, 지속적 경제 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여론 악화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신념으로 밀어 붙인다. 인도의 모디 총리는 포스트 차이나의 중심 국가, 제조업과 디지털로 비약적 도약을 꿈꾼다. 한결 같이 미래지향적이다.
적폐청산의 열정을 미래로 나가는 혁신으로 연결할 수 있으면 우리도 이 대열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이 경쟁에서 가장 뒤쳐진 낙오자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드러나고 있는 적폐만 해도 수두룩하다.
권력의 오남용·정경유착·정권의 구미에 맞는 특정 인사 혹은 단체에 대한 지원·낙하산 코드 인사·정부 예산 빼먹기·전관예우와 관피아·부패보다 더 심한 공직자의 나태와 태만·국가 예산에 붙어서 기생하는 경제 시민단체·우후죽순처럼 난립하고 있는 협회와 조합 등 이루 말로 다 거론할 수 없다.
공적부문 외에 민간영역에도 적폐는 실로 만만치 않다. 산업화 혹은 어설픈 민주화라는 미명 하에 적당히 포장돼 사회전반에 독버섯처럼 퍼져있는 것들이다. 무수한 적폐들을 청산하기 위한 우선순위와 디테일한 프로그램 준비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저항과 반발은 세계적인 혁신 경쟁 트렌드와 강력한 여론의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 모두가 지는 게임이 아닌 모두가 이기는 적폐청산이 돼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기업이나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의 경쟁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1
감동이에요1
화나요1
슬퍼요1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