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스트의 탄생을 열망하는 시대의 공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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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의 인문 책방…오인석 <바이마르 공화국의 역사>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은 어떻게 히틀러를 낳았는가

고태경 필진페이지 + 입력 2017-10-07 13:30:16

1919년 1월 노스케 정권에 의해 두 명의 독일 혁명가가 살해된다. 로자 룩셈부르크와 칼 리프크히네트. 대중들은 불안정한 삶에 분노하고 정권에 맞서 들고 일어설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거리에는 집회가 연일 열리고 있었고, 기성 정당들은 대중들의 넘쳐나는 불만을 포용하기에는 너무나 무능력했다. 이때 대중들의 불만에 빠르게 반응한 이들이 룩셈부르크와 리프트네히트였다.

좌익 활동가들이 노스케의 암살 대상 1호로 지목된 것은 필연적인 귀결이었다. 1월 15일 대중의 봉기를 준비하던 두 혁명가들은 노스케의 암살단에 의해 살해된다. 이 살해사건은 이후 나치를 낳는 역사적 사건으로 독일현대사에 강력하게 기록된다.

‘등 뒤의 칼’ 신화와 바이마르 공화국의 출발

세계 1차 대전 패전국은 패전의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무엇보다 패전국면에서 좌익 활동가들이 대중들과 함께 봉기를 선동한 것이 우익 정치가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1차 대전 패전국 독일은 패전 후 전후 패전보상 등 상대 강대국들에게 굴욕적인 보상을 강요당한다. 순간 거대한 신화가 만들어졌다. ‘빨갱이들이 우리 민족의 등 뒤에 칼을 꽂았다!’ 1차 대전의 패전은 사실 대중들의 봉기와는 아무 연관이 없는 사태였다. 그러나 한번 이렇게 강렬한 언어로 대중들에게 기입된 기억은 어떤 논리로도 정정되지 못한다.

패전 후 만들어진 이른바 ‘등 뒤의 칼’ 신화는 권력자들이 대중들의 불만을 진압하는 효과적인 이데올로기로 활용됐다. 패전 후 성립된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이는 확실한 사회적 성격으로 나타났다. 바이마르 공화국은 이후 문화와 예술 영역에서 빛나는 성취를 보여준 시대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 시대는 세계대전 패전으로 인한 굴욕적인 전쟁배상금 문제와 20년대 말 이후 급격하게 닥친 경제위기로 언제나 불안정 상태에 놓여 있었다.

대중들은 불안했고, 그 불안은 ‘등 뒤의 칼’ 신화와 만나며 강렬한 시너지를 낳았다. 문화적으로는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정치적으로 급진적인 것에 대한 공포는 사회를 짓누르는 무엇이기도 했다.

예술의 아름다움과 참을 수 없는 삶의 무기력

20세기 초는 전위 예술이 꽃을 피우던 시대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강렬한 예술적 성취를 자랑했다. 시대의 불안은 미학의 창조성을 낳기도 한다. 그러나 미학의 성취는 역으로 사회가 언제 급변침할지 모른다는 공포를 강력히 수반하는 것이었다.

이 불안은 우선 경제적 영역에서 그 실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패전 후 황폐화된 경제 상황을 들 수 있다. 경제적 혼란은 1920년대를 전후로 빠르게 회복돼 실업 문제에서부터 전체적인 국민경제의 지표가 1924년을 전후로 크게 나아지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은 역설적이게도 노동자들에게 고통이 전가되는 과정이기도 했다. 우선 가파른 긴축정책이 시도되었다. 공공 지출이 줄어들고, 공공부문 고용현황도 크게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임금 삭감, 복지 축소, 노동시장 연장 등은 생활환경 자체를 고통스럽게 하는 요소였다.

패전에서의 빠른 회복은 동시에 다시 빠른 몰락으로 연결되었다. ‘패전’에 대한 귤욕의 기억은 언제 다시 경제가 붕괴하고 열강들에게 무릎을 꿇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수반했다. 그리고 이때 아돌프 히틀러와 민간 무장단체들이 등장했다.

1920년대 중반 히틀러는 독일투쟁동맹이라는 무장단체를 결성해 봉기를 도모한다. 이 조직의 슬로건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조국을 예속의 지옥으로부터 해방한다”와 “우리들이 투쟁하는 상대는 바이마르 헌법, 이행정책, 의회제도다” 등이다. 기존의 의회 질서를 부정하고, 투쟁의 상대는 헌법 그 자체로 잡은 이 조직은 1920년대 말 이후 다시 번지기 시작한 경제위기 속에서 독버섯처럼 번성해 나갔다.

패전의 트라우마, 경제적 불안, 그리고 정권의 무능력은 강력한 우파 지도자의 탄생을 부추기는 요소였다. 아름다운 미학적 창조물을 만들어 내지만, 현실의 생활을 지배하는 것은 어떤 강력한 무기력이었다는 점이 바이마르 공화국이 이후 나치의 지배로 넘어가게 되는 배경이 됐다. 대중들은 시대의 혼란기에 강력한 지도자를 원했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역사를 개괄하는 이 짧으면서도 흥미로운 역사서는 20세기 초 파시스트의 등장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조명한다. 나아가 이 내용은 항구적인 경제위기와 삶의 무기력 속에서 강력한 지도자를 꿈꾸는 오늘날의 시대상과도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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