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축구수장 정몽규 무책임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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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격 축구수장 정몽규 무책임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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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0-11 00:03:56

스포츠는 곧잘 전쟁과 비교된다. 물론 국가의 운명과 누군가의 생사가 오가는 전쟁과 스포츠가 갖는 무게감은 비교할 수 없겠지만 승리와 패배를 놓고 승부를 치러야 한다는 공통점이 이 같은 비교를 낳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전쟁에서 위대한 장수들을 칭하는 표현을 경기를 진두지휘하는 감독들에게도 왕왕 사용한다. 용장·맹장 또는 덕장이란 칭호가 스포츠 감독들에게도 사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스포츠 감독들에겐 과도하리만큼 높은 책임감이 요구되는 모습이다.

현재 국가대표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신태용 감독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자칫 국민적 원성을 살 수 있는 자리기에 ‘독이 든 성배’라는 별칭까지 붙은 우리나라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것은 불과 수개월 전이다. 공석이 된 감독직을 이어받아 과정을 떠나 최종적으로 월드컵진출을 성사시킨 인물이다.

물론 그 월드컵진출의 공이 오롯이 신태용 감독에 있진 않다. 저조한 대표팀 경기력과 성적으로 경질됐긴 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상당히 쌓아 놓은 성과를 바탕으로 결승선 테이프만을 끊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어려운 시기 어려운 자리를 맡은 그를 두고 축구팬들은 손가락질 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한국 팀에 기여하고 싶다”는 2002년 4강신화의 주인공 히딩크 감독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비난은 들불처럼 일어섰다. 더욱이 기자회견을 통해 히딩크 감독이 서운한 뉘앙스를 풍겼고 뒤늦게나마 아니 국민들의 요구에 등 떠밀려 찾아 온 축구협회 측에 ‘비공식적 도움’만을 언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축구팬의 반감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생각해 볼 것이 하나 있다. 과연 그 반감의 과녁이 신태용 감독을 향해야 하는 것인지 말이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슈틸리케 감독을 내치고 빈 자리에 신태용 감독을 초대한 것도, 히딩크 감독의 기여의사를 무시한 이들도 모두 축구협회가 아닌가하는 문제다.

정작 비난을 받아야 할 협회가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을 방패막이 삼은 것처럼 비춰질 정도다. 더욱이 대한축구협회 조중연 전 회장, 이회택 전 부회장, 김주성·황보관 전 실장 등 11명이 협회 법인카드로 유흥업소를 출입하는 등 물의를 빚어 배임혐의로 고발당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럼에도 수장은 말이 없다. 한국축구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묵묵부답이다. 협회를 둘러싼, 그리고 대표팀을 둘러싼 그 어떤 논란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전문성 없이 축구협회 얼굴마담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꼴이다”며 “입장을 밝힐만한 입장조차 안될 것이다”고 지적한다.

어쩜 그도 곤란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도 모르겠다. ‘국세청의 중수부’ 조사4팀의 주도아래 지난달 초부터 세무감사가 진행되는 등 본업을 챙기기에도 바빴을 수 있다. 특히 그가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동안 각종 국책사업의 수주를 따내고 신규 시내면세특허를 확보해 신사업에 진출하는 등 사세확장을 펼쳐 왔기에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서 축구협회장 자격으로 대외적으로 입장을 밝히기 곤란한 상황일 수도 있다.

충분히 이해할만한 사정들이다. 다만 이 사정들 탓에 정말로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면 그는 응당 축구협회장을 내려놓아야 한다. 해당 사정이 이유가 아니라면 여론의 추이가 잠잠해지길 기다리며 신태용 감독을 방패삼아 뒤에 숨은 것이 되므로 마찬가지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라운드 위에서 빚어진 모든 일에 책임은 감독이 진다. 적어도 그라운드 밖에서 불거진 잡음이라면 축구협회장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 얼굴마담이라는 의혹 속에서도 상당한 기간 동안 축구협회장 직을 유지해왔다. 그를 전쟁의 장수에 비교한다면 무엇이 어울린다 할 수 있을까.

직책은 장수감인데 이에 걸맞는 표현조차 찾기 힘들다. 앞서 언급한 용장·지장·덕장과는 거리가 멀다. ‘은폐·엄폐의 귀재’라는 우스갯소리도 들어봤다. 왜 회장님이 이런 수난을 당해야 하는 걸까. 책임을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협회 수장으로서 축구팬을 향한 입장표명 조차 꺼린 채 유구무언으로 일관할 것이라면 사업가로서 본연의 업에만 집중하길 바란다.

[김도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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