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원 
청주 
)
그동안 지하철 9호선 4단계 사업은 강동구의 숙원 사업으로 여겨져 왔다. 주민등록상 현재 강동구에는 총 44만2654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총 세대수는 17만8864세대다. 하지만 현재 강동구에 위치한 지하철은 2개 노선 10개역에 불과하다. 그 중 8호선 천호역, 암사역은 강동구 외곽에 위치해 있어 사실상 5호선이 서울 중심부로 진입하는 유일한 지하철 노선으로 평가된다. 그나마도 강동구를 가로지르는 상일동행 노선은 5호선 강동역에서 갈라져 나오는 하나의 지선으로만 이뤄져 있어 강동구 주민들은 줄곧 지하철 교통 접근성으로부터 소외돼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강동구를 지나는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사업은 국토부의 사업승인을 거쳐 타당성 평가, 착공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일각에서 9호선 4단계 연장 사업의 무산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강동구 주민들과 관계부처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9호선 4단계 지하철 연장 문제를 둘러싼 갈등 구도와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 등을 취재했다. 
|
서울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사업과 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착수한 기회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1년 넘게 결론나지 않는 상황에서 최근 무산설까지 제기되자 주민들의 불안감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9호선 4단계 연장은 과거 ‘강동구 보금자리’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정부와 주민 간에 약속됐던 사업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하철 9호선 개통으로 집값 상승을 우려한 정부의 사전 조치 아니냐는 견해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문재인정부의 ‘집값 잡기’ 정책 때문에 주민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서울시 확정 발표 후 일사천리 진행…급작스러운 무산설에 주민들 당혹
황금연휴 기간인 지난 1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고덕레미안힐스테이트 대회의실’에는 200여명의 인원이 모였다. 강동구 주민 총궐기대회 준비 예비모임을 위한 자리였다. 이날 모인 주민들은 최근 ‘무산설’이 불거져 나온 ‘서울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사업’(이하·9호선 4단계 사업)의 정상 진행을 촉구했다. 김추경 지하철 9호선 유치위원장은 “주민과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동에 나설 것이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9호선 4단계 사업은 강동구 둔촌동 보훈병원에서 생태공원사거리, 한영외고 앞 사거리, 고덕역 등을 거쳐 강일동 고덕강일1지구까지 3.8㎞ 구간을 신설하는 사업이다. 9호선 종합운동장역부터 보훈병원까지 연결하는 3단계 사업은 내년 하반기 중으로 완공될 예정이다. 4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고덕동에서 강남까지 30분 이내로 환승 없이 이동 가능해진다.
9호선 4단계 사업은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한 차례 추진됐었으나 ‘경제 타당성 비율’(B/C비율)이 1.0 미만으로 추산돼 백지화됐다. ‘경제 타당성 비율’은 비용(Cost) 대비 편익(Benefit)을 나타내는 비율로 이 수치가 1에 못 미칠 경우 사업성이 낮아 백지화되거나 보류되는 경우가 많다.
 |
|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배현정] ⓒ스카이데일리 |
한 차례 백지화됐던 9호선 4단계 사업이 재추진된 시기는 지난 2011년이다. 그해 5월 국토해양부(현·국토교통부)는 강동구에 1만2300가구의 보금자리 주택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강동구 주민들은 3차례 총궐기를 진행하며 사업 반대 의사를 밝혔다.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되기 때문에 주변 지역 주민들은 재산상의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주민들은 “이미 1만가구의 보금자리 주택이 강동구에 조성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조성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반발했다.
당시 강동구와 주민대표, 국토부 등은 수차례 협상을 진행한 끝에 그해 12월 보금자리주택 조성과 9호선 4단계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로부터 2년 후 서울시가 실시한 타당성 용역 검사 결과 경제 타당성 비율이 1.04로 확인되면서 사업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2012년 12월 20일 국토부와 사업시행사 SH(서울주택공사)는 고덕·강일지구 보금자리주택 조성과 9호선 연장안을 동시에 발표했다. 2015년 6월 29일 국토부는 최종적으로 서울시의 ‘10개년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9호선 4단계 연장)’을 승인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기재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이미 한 차례 서울시의 타당성 용역 검사를 받은 바 있기 때문에 기재부의 조사는 형식적인 과정으로 여겨졌다. 9호선 4단계 사업이 착공 초읽기 돌입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정부 믿고 집샀는데” 연이은 주민 피해 호소…집값 잡기 희생양 주장까지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단기간에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됐던 예비 타당성 용역이 특별한 이유 없이 1년이 넘도록 결론이 나지 않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을 나타내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KDI가 ‘지하철 승객을 서울~세종 고속도로 차량 이용자들로 상당 부분 뺏길 것이다’는 분석을 내놨다는 사실이 전해져 주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져갔다.
현재 KDI측은 “조사 결과 내용을 공개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주민들의 불신은 깊어지고 있다. 김추경 지하철 9호선 유치위원장은 스카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무 이유 없이 언론보도가 나오고 소문이 퍼지는 경우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어 “정부 기관이 사업과 관련해 이러한 식으로 여론을 떠보는 것은 매우 흔한 경우다”며 “그렇지 않다면 이미 서울시에서 타당성 용역 검사가 끝난 사업을 이토록 오래 끌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KDI에 문의해 본 결과, 이곳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시행할 때 6개월 정도 기간이 계획된다”며 “관계부처에서 미리 자료를 제공할 경우 보다 빨리 종료되는 경우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고려 사항 등이 추가적으로 발견되면서 검사가 장기화되는 경우도 간혹 존재한다”며 “현재 9호선 4단계 관련해 어떠한 사안이 고려되고 있는지 언제쯤 결과가 나올지는 정확히 답변드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9호선 4단계 연장은 보금자리 주택 조성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약속된 내용이기 때문에 지켜지지 않을 경우 보금자리 주택 조성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추경 위원장은 “과거 보금자리주택 조성은 그에 따른 교통대책(9호선 4단계 연장)이 마련된다는 조건으로 주민들과 약속을 한 사항으로 당시 회의기록도 전부 남아있다”며 “9호선 4단계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주민들도 보금자리주택 조성에 다시 반대할 것이다”고 말했다.
9호선 4단계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급기야 사업 시행의 불확실성마저 높아지자 직접적인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덕역 인근 상록아파트에서 만난 정주연(37·여)씨는 “기존에 9호선이 다니는 곳에서 살다가 9호선이 연장된다는 사실을 듣고 이사를 했다”며 “2025년 쯤 완공이 된다는 소식을 듣고 참고 살기로 했는데 이렇게 미뤄지기만 하니 답답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9호선 4단계 지하철역 예정지인 샘터공원 인근에서 만난 임혜진(46·여)씨는 “주민들과 약속된 사업을 왜 이렇게 끄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조성되고 있는 재건축 단지가 완성되면 교통이 더욱 불편해질 것인데 주민 피해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현재 샘터공원 인근에는 고덕그라시움 아파트 단지가 조성 중이다. 오는 2019년 9월 입주 예정인 이곳 단지는 총 53개동 4932세대로 이뤄져 있다.
일부 주민들은 현재 9호선 4단계 사업이 지연되는 이유가 문재인정부의 ‘집값 잡기’ 정책과 연관돼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내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덕역 인근에서 부동산 중계업에 종사 중인 이정훈(46·남·가명)씨는 “최근 문재인정부는 강남3구를 비롯한 부동산 가격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9호선 4단계 사업타당성 검사가 완료돼 착공에 들어가면 강동구마저 흔히 말하는 ‘강남4구’가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동구의 시세 상승은 결국 서울시 평균시세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아무래도 정부차원에서 부동산 안정을 위해서 9호선 4단계 확정을 연기하고 불확실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이 어떻든 간에 정책을 위해 주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주민 피해를 유발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기욱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