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위기 다름없는 삼성의 수장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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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위기 다름없는 삼성의 수장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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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0-16 00:11:27

재계서열 1위 삼성그룹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사태의 시작은 이건희 회장의 건강악화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등으로 컨트롤타워 부재에서 부터였다. 주인들이 불미스러운 일로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삼성그룹이라는 ‘거함(巨艦)’은 휘청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얼마 전 홀로 방향키를 쥐고 있던 경험 많은 선장마저 자리를 내놓자 우려감이 더해지고 있다. 권오현 부회장 얘기다. 지난 13일 삼성그룹의 총수대행격인 권 부회장은 경영일선 퇴진을 전격 선언했다.

권 부회장은 오너 일가를 대신해 어렵사리 ‘대행’ 역할을 해오던 인물이다. 삼성그룹이 컨트롤타워 부재 속에서도 간신히 현상유지를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나마 권 부회장이 있었던 일이기에 가능했다. 당장 실적만 해도 그랬다.

삼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올해 매 분기 마다 최대 실적(분기)을 경신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올 1분기 9조9000억원을 시작으로 2분기 14조1000억원, 3분기 14조500억원 등을 각각 기록했다.

삼성그룹, 나아가 국가경제를 걱정하는 국민들에게 권 부회장의 존재는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물론 먼발치의 미래를 염두한 굵직한 현안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우려는 가시지 않았지만 오너 일가가 어렵사리 만들어 놓은 거함을 제대로 움직이게끔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 삼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이젠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 주인이 없는 거함의 방향키를 잡고 있던 권 부회장이 엄중한 상황임을 경고하곤 겸손하게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자신의 사퇴가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한 차원 더 높은 도전과 혁신의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는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권 부회장이 남긴 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하나의 사실에 근접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바로 오너 부재 장기화 사태 속에서 더 이상 본인의 체제로는 현상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여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오너 부재 장기화 사태를 부추긴 요소에 대한 실망, 아니 좌절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삼성그룹의 앞으로의 상황이 지금과 같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올해 최고의 실적을 기록한 것 역시 반도체의 호황 덕분인데, 여기서 재미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수년 전 수십조원의 투자를 결정한 오너 일가의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권 부회장이 자신의 체제로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도 바로 이런 점에 기인한 결과로 해석된다.

재계 안팎에서는 권 부회장의 사퇴로 삼성그룹 내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세대교체, 비상경영체제 등 오너 부재 사태 발생 시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단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이들 모두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결과물들이겠지만 답답함이 가시지 않는 것은 매 한가지다. 정작 가장 중요한 단어가 빠졌기 때문이다.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확실한 해결책 말이다. 바로 ‘오너의 복귀’라는 단어다.

삼성그룹이 대한민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단순히 외화벌이 외에도 국가 위상 제고 차원에서도 삼성그룹의 역할은 상당하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기도 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들 기업의 수장들과 대등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삼성그룹의 컨트롤부재 사태를 단순히 일개 기업의 오너 공백 사태로 치부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사실상 한국경제 비상사태나 다름없다는 생각도 지우기 어렵다. 권 부회장이 삼성그룹에 무거운 숙제를 내놓고 떠난 상황에서 답을 찾는 과정은 단순히 내부 조직원들만의 일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안을 국가적 차원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이재용 부회장 2심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