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커피를 찾아서…결론은 ‘나의 취향, 입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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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이정화의 힐링 커피타임

복합적인 커피 고유의 맛…쓴맛, 신맛 등 느끼는 것도 천차만별

이정화 필진페이지 + 입력 2017-10-15 23:47:24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저는 카페라떼요” “난 비엔나 커피”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외침이다.

커피는 그 종류도 많지만,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기호도 참으로 다양하다. 요즘 카페에서 가장 많이 주문하는 음료는 아메리카노지만 ‘그래도 역시 커피는 믹스커피가 아니겠는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직업이 바리스타고, 커피 강사다보니 평소에도 커피와 관련된 여러 질문들을 받곤 한다. 그런 질문들 중 하나가 ‘어떤 커피가 맛있는 커피인가’ 하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이렇게 어려운 질문이 없다.

일단 커피는 모두 다 알다시피 진정한 기호식품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데다가 각자가 원하는 스타일이 천차만별이다. 선호도에 있어서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말 맛있는 커피란 무엇인가.

언젠가 한 수강생으로부터 ‘비싼 커피는 정말 맛있는가’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비싼 커피가 스페셜티 커피를 묻는 말이라면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 스페셜티 커피가 무엇인지 잠깐 얘기해 보자.

커피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스페셜티 커피라는 단어를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것이 스페셜티 커피인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냥 비싼 커피쯤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꽤 있는 것 같다.

스페셜티 커피협회라는 국제단체는 매년 그 해에 생산되는 모든 (출품돼 심사 가능한) 커피를 모아서 △생산환경 △가공법 △결점 두(생두 속에 혼합돼 있는 불완전하면서도 품질이 떨어지는 커피콩) △원두상태에서 향과 맛 △기타 등 가능한 여러 항목으로 나눠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점수를 매긴다.

스페셜티 커피는 이 심사에서 80점 이상을 받은 커피에만 주어지는 일종의 커피품질자격증 같은 것이다. 때문에 아무 커피에나 붙을 수 있는 이름도 아니고, 비싸다고 다 붙일 수 있는 이름도 아니다.

일반 소비자들은 이러한 특성들을 잘 모르는 만큼 희귀성이나 마케팅적인 상술에 의해 가격이 비싸게 책정되는 커피와 스페셜티 커피를 잘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스페셜티 커피 자체는 ‘맛있는 커피’로 불려도 손색없는 커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개인의 기호로 결정권이 넘어가게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각 개인의 입맛과 기호는 이렇다 할 기준이 없는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스페셜티 커피라고해도 내가 맛있게 느끼는 못한다면 그건 결코 맛있는 커피가 될 수 없다. 제 아무리 영국 왕실 커피니,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커피를 갖다 밀어도 우선 순위는 나의 입맛이고, 나의 기호다.

커피 수업을 하다 보면 흔히 만날 수 있는 경우가 같은 커피를 마시고 저마다 다른 맛의 평가를 하는 것이다. 대부분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당연한 결과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커피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맛이 매우 복합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커피는 쓰다’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선입견이지만, 30ml밖에 안 되는 에스프레소 한 잔에도 수백 가지의 향미가 들어 있으며, 그것이 개인의 감각과 만났을 때는 아주 다양한 맛이 선택적인 결과로 나타난다.

사람의 미각은 저마다 예민하게 느끼는 부분이 다르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신맛을 가장 예민하게 느끼고, 어떤 사람들은 단맛에 부정적이며, 어떤 사람들은 유달리 쓴맛을 강하게 인식한다.

때문에 복합적인 맛을 가지고 있는 커피를 마셨을 때 각자, 개개인이 느끼는 맛의 감각이 다 다르게 발현된다. 때문에 우리는 똑같은 커피를 마시면서도 모두 다른 얘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틀린 게 아니다. 그냥 다른 것이다.

그러니까 ‘내 입에 맛있는 커피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다’는 얘기다. 아무리 스페셜티 커피가 좋아도 집 앞 카페에서 파는 2000원짜리 아메리카노가 더 맛있을 수 도 있다. 실제로 저렴하면서도 훌륭한 커피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커피를 마시는 이들이 더 맛있게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본인의 취향과 입맛을 먼저 아는 것이 좋다. 그렇게 되면 같은 가격을 지불하고도 실패 없이 맛있는 커피를 선택하고 즐길 수 있다.

더구나 커피만한 선택적 음료가 어디 있겠는가. 커피의 종류는 정말 많고, 같은 커피도 재료를 넣고 뺄 수도 있다. 커피의 양도 추출법도 내 맘대로 선택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기억하는 것이 좋겠다.

여기서 하나, “바리스타로서 어떤 커피가 가장 맛있게 느껴지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늘 정해져 있다.

“로스팅한 지 일주일 정도 된 신선한 원두로 만든 커피가 가장 맛있는 커피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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