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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원자력발전소 5·6호기’(이하·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재개 여부에 대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최종 결론 발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발표는 문재인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평가나 다름없다는 게 여론의 주된 반응이다.
“국민토론회는 탈원전 명분…막연한 탈원전 환상 국민 피해만 초래”
스카이데일리는 이번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백지화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거리로 나섰다. 시민들은 탈원전 정책을 두고 확연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하지만 찬반 양측이 내세운 근거는 차이가 있었다. 찬성 측은 안전, 신진국들의 동향 등 피부로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근거로 내세웠다. 반면 반대 측은 민생 등 시민들과 직접적으로 맞닿은 부분들에 대한 부작용을 강조했다.
특히 반대 입장을 내비친 시민들은 원전정책에 대해 보다 면밀히 인지하며 탈원전을 찬성하는 이들의 논리가 “과도하게 희망적이다”고 피력했다. 좁은 국토에서 제품을 생산해 수출을 통해 국가성장을 이뤄 온 우리나라 현실을 직시하면서 고효율 에너지 생산원인 원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직장인 최창훈(29·남·가명)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는 원자력 외에 단기간 내 전력을 충당할만한 에너지원이 없는 상황이다”며 “풍력·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생산이 늘긴 했지만 원자력의 생산량과 효율성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탈원전 정책은 다소 위험한 결정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 손실을 걱정하는 반응도 있었다. 50대 직장인 송훈용 씨는 “신고리 5·6호기 공사가 중단될 경우 2조원을 웃도는 매몰비용이 발생한다고 알고 있다”며 “이미 짓고 있는 원전을 폐로하는데 쓰이게 될 혈세 2조원의 가치에 대해서 좀 더 진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성을 지적하며 원전이 불가피한 전력생산 수단임을 강조하는 이들도 만나 볼 수 있었다. 서울 소재 대학교에서 재학 중이라고 소개한 대학생 안정훈(26·남) 씨는 “천연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가 효율성이 떨어진 발전방식을 사용하게 된다면 전기료인상은 물론 각종 세수인상이 불가피 할 것이다”고 꼬집었다.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시민들 중 일부는 ‘공론화’ 결정 및 지난 주말 2박 3일 일정으로 충남 천안연수원에서 시민참여단 471명의 토론을 개최한 것 자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무엇보다 일련의 활동 자체가 이미 탈원전 정책을 시행한 것과 다름없다며 일종의 ‘명분쌓기’나 다름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아 특히 주목됐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서정관(44·남) 씨는 “해외에서도 탈원전을 시도했다 전력공급부족으로 속속 원전으로 회귀하는 선진국들의 사례가 보고된 마당에 토론회까지 개최한다는 것은 결국 대통령 의중대로 탈원전으로 가닥을 잡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이미 결론을 내리고 실시한 토론회가 과연 예상되는 발표를 내놓을지 여부가 궁금할 뿐이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혜진(여·22) 씨는 “막연하게 안전문제만을 거론하기에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원전의 비중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정말 정부가 탈원전으로 가닥을 잡고 싶다면 원전 폐로를 어떻게 진행할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에너지 수급 문제를 해결할지, 신재생에너지의 효율성·경제성은 어떤 상황이고 어떻게 원전을 대비할 것인지 등 보다 현실적인 대안부터 마련하고 국민적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한민국 최고 지성집단의 반발…서울공대 학생들 “과학발전 가로막는 탈원전 반대한다”
탈원전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드러낸 이들은 비단 시민들뿐만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최고지성’이라 일컫는 서울대에서도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대 공과대학 학생회는 학생대표자회의를 통해 ‘탈원전 정책의 반지성적인 추진과정을 규탄한다’는 이름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서울대 공대 측은 “탈원전 정책이 정치적 차원에서 이뤄진 성급한 결정이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이어 “원전기술의 기반이 되는 학문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점 등이 간과됐다”며 “원전기술에 관한 정책결정은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하며 충분한 숙고와 토의가 기반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서울대 공과대학 학생회 홍진우(남·21) 회장은 “정부에서 탈원전 모범국가로 제시한 독일과 스위스는 각각 25년·33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며 “각계의 충분한 의견청취를 통해 정책을 결정했다”며 탈원전에 다소 성급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정부에 일침을 가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계기로 원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제기되며 공론화가 시작됐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재차 도화선이 돼 원전반대운동이 벌어졌으며 2011년 5월 각계 지도자들로 구성된 윤리위원회를 통해 오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원전을 폐기한다는데 합의한 바 있다.
올 5월 잠정적인 원전폐기로 가닥을 잡은 스위스의 경우 독일보다 앞선 1984년부터 공론화가 진행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선진국에서도 상당 시간 공을 들여 고심해 추진한 탈원전 정책을 우리 정부가 너무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우리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주한규 교수는 “탈원전이 논의되면서 원전관련 학문은 물론 원전건설업 등 유관산업이 존폐위기를 맞게 됐다”며 “원전이 없어지면 새로운 기술개발의 필요성이 사라질 뿐 아니라 연구를 할 필요성 또한 전문가 배출도 의미 없어지는 만큼 세계최고의 한국 원전 관련 학문과 산업이 사라질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탈원전반대국민행동 전영준 공동대표는 “시야를 넓혀 먼 미래를 예상해야 하는데 급진적으로 탈원전을 진행한다면 과학기술을 망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국화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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