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화 소용無…은행, 中企 쥐어짜기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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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꺾기 의심사례 29조원 규모…과태료 12배 증가 조치 ‘무색’

이기욱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0-19 17:43:37

금융당국의 고강도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은행권의 ‘꺾기 대출’은 줄어들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꺾기’는 금융기관이 대출을 제공하면서 자신들의 예금, 적금, 보험 등의 금융상품을 가입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는 은행법 제 52조 2에 위반되는 불공정거래 행위다. 해당 법안은 은행이 여신거래 과정에서 차주의 의사에 반해 예금가입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을 실행한 후 1개월 이내에 은행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하지만 은행권은 그동안 이른바 ‘편법 꺾기’를 통해 자사의 금융상품을 강매하고는 했다. 대출 제공 후 30일이 지난 후에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라는 점을 이용해 대출 후 간격을 두고 금융상품에 가입시키는 것이다. 대출 후 31일부터 60일 사이에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사례를 ‘구속성 금융상품 의심거래’(편법 꺾기)로 구분한다.

19일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중소기업 대출꺾기 의심거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3년간 주요은행(16개)의 꺾기 의심사례는 28조7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총 건수는 60만9035건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올해 초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꺾기에 대해 고강도 규제를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꺾기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25일부터 금융위원회는 꺾기에 대한 과태료 부과기준을 개정한 ‘은행업감독규정’을 시행했다.

기존 규정 상 꺾기를 실시한 은행들은 ‘수취한 금액의 12분의 1’을 과태료로 지급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은 과태료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다. 꺾기 대출이 주로 저신용자,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행해지고 꺾기를 통해 가입한 금융상품은 대부분 단기간에 해지되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이 꺾기 행위를 하다 적발될 경우 피해 정도, 고의성 등을 따져 기준금액(2500만원)의 5~100% 범위에서 과태료가 부과되도록 했다. 과태료 부과범위는 3~80만원에서 125~2500만원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과태료 강화에도 불구하고 지난 2분기 꺾기 의심사례 건수는 2조4517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대비 5648억원 증가한 수치며 지난해 동기 대비 534억원 증가한 수치다. 전체 대출액 대비 꺾기 의심액 비율도 2.97%로 지난해 동기 2.98%와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김해영 의원은 “경기 부진과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많은 중소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은행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서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압박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더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기욱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기욱 기자 gw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