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책임있는 자세 요구는 무리인가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데스크칼럼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0-20 09:03:44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신세가 말이 아니다.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에 이어 이명박·박근혜 두 보수정권에서 정치공작을 이끈 혐의로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의 검찰수사가 본격화 됐다.

사실상 다음 단계 수사 대상은 MB 밖에 남지 않았다. MB를 수사해야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80%에 육박한다. 국정농단의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조차 일고 있는 일부의 동정 여론도, MB에게 만큼은 찾아 볼 수 없다.

MB는 대통령 출마 때부터 ‘대통령 감’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의 대통령 당선은 개인적 자질보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정, 상대후보(정동영 현 국민의당 의원)의 약체, ‘부자되세요’에 열광한 유권자의 묻지마 투표에 기인한 탓이 크다. 경제성장률 7%,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실현이라는 황당한 공약이 역설적이게도 MB 당선의 1등 공신이란 말도 있다.

대통령이 되자마자 MB의 정치력과 경제철학은 금새 바닥을 드러냈다. 잡히지 않는 실업률, 비정규직의 폭발적 증가, 있지도 않은 낙수효과 경제정책들은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켜 놓았고 ‘우리도 잘 살수 있다’는 국민들의 공동 이해관계는 무너졌다.

MB가 재임당시 불어 닥친 세계적 경제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것은, MB가 잘해서라기 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불려 놓은 외환보유고 탓이 컸다. MB는 그 사이 국가사업을 빙자해 측근들의 배를 불려줬고, 지연으로 얽힌 추종자들에게 ‘관직’을 냉큼 내주었다. 자신도 부(富)를 축적하기 위해 공무원들을 동원했다.

MB는 부정·부패와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재임 당시 추진한 4대강 사업·해외 자원외교 등 굵직한 국가사업들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MB는 불과 5년만에 ‘국민 부자 만들기’ 전도사에서 ‘사리사욕으로 나라를 망친 대통령’이라는 낙인이 씌어질 위기를 맞게 됐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그가 제시한 ‘정박효과(anchoring effect)‘에서 인간의 사고는 하나의 기억이나 이미지가 뇌리에 박히게 되면, 그 영향을 받아서 이후 어떠한 정보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만 수용하는 행동특성을 갖는다고 말한다.

상대방보다 먼저 제안을 던지게 되면, 처음 제시된 정보가 판단의 기준이 되는 효과를 이용해, 첫 제안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선에서 최종 결과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MB가 약속했던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실현은 애당초 불가능 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냉철하게 판단하지 못했고, 결국 MB의 첫 제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론을 내리고 말했다. MB 역시 이를 이용했고, 지금은 그 댓가를 치러야 할 상황까지 와 버렸다.

MB는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 솔직한 변명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옛 부하들이 구속되는 상황에서 뭔가 책임지는 제스처라도 보여야 하지 않는가, 지금 MB가 보이고 있는 숨박꼭질 행태는, 한때나마 부자가 될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던 우리 국민들을 더욱 처연하게 만들고 있다.

[김진강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kjk560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