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주 
644년 10월 14일 장안을 출발한 당 태종은 11월 2일에 낙양에 도착해 앞서 출발한 장수인 장검으로부터 요수(遼水)가 범람해 건널 수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러자 당 태종은 장검을 낙양으로 호출해 지형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
11월 24일 형부상서 장량을 평양도 행군대총관으로 삼아 4만3000명의 병사와 전함 500척을 거느리고 바다를 건너 평양으로 진군하라 명했다. 또 이세적을 요동도 행군대총관으로 삼아 6만명의 보병과 기병을 거느리고 요동으로 향하라고 명했다.
그런데 이는 단지 작전명령을 하달했다는 기록이지 장량과 이세적이 바로 고구려를 향해 출동한 것은 아니다. 이듬해 2월 말경에야 이세적의 군대가 유주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645년 2월 12일 당 태종은 제장들을 거느리고 낙양을 출발한지 5일 후 태자에게 대리청정을 하라는 조서를 내렸다. 2월 19일에 은나라 충신 비간에게 충렬(忠烈)이라는 시호를 내렸다. 또 그의 묘에 봉분을 만들고 봄·가을로 제사지낼 수 있도록 부근에 있는 500호를 관리인원으로 배속시켜주었다. 비간의 무덤은 하남성 위휘현에 있다.
2월 25일 업(鄴)에 도착한 당 태종은 위나라를 세운 태조이자 삼국지로 유명한 조조에게 제사를 올린다. 이 자리에서 당 태종은 “위험을 만나 변화를 제압하시고 적을 헤아리고 기이한 계책을 만드시니 한 장수의 지혜로서는 여유가 있지만 만승으로서의 재주는 부족했습니다”는 제문을 스스로 지어 조조에게 바쳤다고 한다.
이는 조조의 묘가 지금의 하남성 임장현인 업 부근에 있다는 의미다. 만약 아니라면 당 태종이 친히 가서 제사지낼 하등의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강 바닥에서 모습을 드러낸 조조
후한 말기의 승상인 조조는 손권과 유비와의 전쟁수행에 소요되는 막대한 군자금 조달을 위해 아예 도굴을 전담하는 부서와 관리까지 둬 공식적으로 역대 제왕들의 묘를 도굴했다. 역대 제왕들의 묘를 도굴 한 것은 항우와 유방뿐만이 아니다.
무려 20세기에 활약한 장개석의 국민당 군대도 공식적으로 도굴했다. 초패왕 항우가 철천지원수였던 진시황의 무덤을 도굴한 후 불 질러 파괴해버렸다는 기록에서 현재 서안의 병마용갱은 진시황의 무덤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조조는 자신이 했던 것처럼 훗날 자기 묘가 도굴돼 신체가 온전해지지 못할 것을 염려했다. 조조는 218년 마지막으로 내린 명령에서 “내가 죽으면 평소 입던 옷으로 염을 하고 금·은·동·철은 물론 보석이나 진주 같은 보물은 하나도 넣지 말라”며 “척박한 산에 장례지내고 봉분도 만들지 말고 나무도 심지 말고 사당도 세우지 말라”고 유언했다.
이어 “또한 관에 옻칠은 세 번만 하고 진주구슬로 찬합을 만들지 말라”고 덧붙였다. 조조가 죽자 72개의 장례마차가 동시에 업성의 성문에서 나와 각기 다른 곳에 무덤을 조성했다. 그 중 1개만이 조조의 진짜 무덤이었던 것이다.
그런 조조가 1500여 년이 지나 수장(水葬)된 상태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연암 박지원의 쓴 글인 ‘구외이문(口外異聞)’에는 “1748년에 청나라 건륭제가 장하(漳河)에서 낚시를 하던 중 헤엄치던 자가 별안간 허리가 끊어진 채로 물 위로 떠올랐다. 황제는 군졸 수만 명을 풀어 강물을 막고 바닥을 살펴보니 수많은 쇠뇌에 살이 메워져 있고 그 밑에 누군가의 무덤이 있었다.
마침내 관을 발굴했는데 그 안에 은해(銀海)와 금부(金鳧)의 부장품도 있는데다가 황제의 면류관과 의복을 갖춘 시신이 들어있었으니 그가 바로 조조였다. 황제는 친히 관왕묘에 있는 유비의 소상 앞에 나아가 그 시신을 꿇리고 목을 잘랐다. 이는 비단 천고 신인(神人)의 분통을 씻은 것뿐만이 아니라 쾌히 72총의 의안(疑案)을 깨쳤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조조는 처음부터 수장된 것이 아니라 장하의 수로가 바뀌면서 무덤이 물속에 잠긴 것으로 추정된다. 열하일기의 일부인 구외이문(口外異聞)은 북경 근처 고북구 지역의 기이한 60여종의 이야기를 수록한 책이다.
그러나 문제는 불과 270년 전인 건륭제 당시 발견되었다는 위 조조의 무덤에 대해 중국 어느 사서에도 아무런 기록이 없다는 점이다. 그 의미는 위 이야기 자체가 책 제목 그대로 기이한 야담이었기 때문이다.
위 문구에서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총 4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수몰된 무덤이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완전방수된 상태로 전혀 침수되지 않았다는 의문이다. 두 번째는 조조는 황제가 된 적이 없음에도 시신이 황제의 면류관과 의복을 갖추었다는 점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는 점이다.
세 번째는 이민족인 건륭제가 유비 상 앞에서 조조의 시신을 무릎 꿇리고 목을 자를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네 번째는 1500년이 지나도록 시신의 무릎이 꿇려지고 목을 칠 정도로 완벽한 미이라 상태라는 점이 가히 기이할 뿐이다. 이런 점들로 미루어보아 박지원의 구외이문에 나오는 위 조조 묘 이야기는 허구로 판단된다.
지난 2009년 12월 중국 하남성 문물국은 안양시 안풍현 서고혈촌에서 발굴된 무덤을 조조의 고릉이라고 발표했다. 조조는 업성 서쪽의 서문표사 부근에 묻혔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무덤 내부에는 남성 1명과 여성 2명의 유골이 발견됐다. 남성은 사망 당시 66세였던 조조의 나이와 비슷한 것으로 감정됐다. 또한 ‘위 무왕이 평소 사용하던 긴 창’과 ‘위 무왕이 평소 사용하던 돌베개’라는 명문이 새겨진 돌 조각 등 200여 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그러나 이 무덤을 조조의 무덤으로 확정하기에는 아래와 같은 의문점이 있어 무리라고 본다.
첫 번째는 조조의 무덤에서 위 무왕 호칭이 새겨진 유물이 발견될 수 없다는 점이다. 220년 정월에 조조가 죽자 위왕 작위는 장남 조비에게 세습돼 조조를 무왕(武王)으로 추증했다.
그해 10월말에 조비가 한나라를 무너뜨리고 위나라를 세운 후에는 조조를 태조 무황제로 추존했다. 위 무제 칭호는 위나라 멸망 후 후세인들이 사용한 명칭이고 위나라 당시에는 그냥 무제라고 칭했다.
즉 한나라 때 위왕 조조는 죽어서는 무왕으로 추존됐다가 위나라가 세워지자 무제로 추존됐고 위나라 멸망 이후에서야 비로소 위 무제로 불리게 된 것이다. 따라서 어느 시대에도 조조에게 위 무왕이라는 칭호는 붙일 수는 없는 법이다. 따라서 위 무왕이 새겨진 명문은 후대의 임의조작임이 틀림없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부인 변씨의 유해가 없다는 점이다. 변씨는 태후가 된 후에 죽었던 탓에 조조의 무덤에 합장됐다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 발굴된 무덤에서는 그 유해가 발견되지 않았다. 무덤에는 조조 외에 40대와 20대 두 여자가 발견됐다고 하는데 변씨는 사망 당시 70세였으므로 나이가 맞지 않는다.
기타 여러 가지 의문이 있으나 이 두 가지만 봐도 지난 2009년 안양시 안풍현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 무덤은 조조 본인의 무덤이 아니라 후세 누군가가 묻힌 가짜임이 확실하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