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기업 사내유보금 또 압박…기업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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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박광온 “고용·투자 힘써라”…기업들 “잔고 바닥나면 회사 굴러가겠나”

유은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0-27 11:51:24

▲ 사진은 주요 대기업 사옥.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성전자 서초사옥, 현대자동차 본사, LG트윈타워, SK본사, 포스코 대치동 사옥, 잠실롯데월드타워 ⓒ스카이데일리

정치권의 대기업 사내유보금 때리기가 재현될 조짐이다.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대 기업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30대기업 사내유보율이 평균 8682%로 집계됐다며 대기업들이 고용·투자에 보다 힘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내유보금이란 기업의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을 일컫는다. 이를 자본금으로 나눈 것이 사내유보율이다. 8682%의 사내유보율은 자본금의 87배 가량에 해당한다. 사내유보금에는 현금성 자산 외에도 재고 및 유·무형 자산형태가 포함된다.

신규투자가 많으면 유보율이 낮아지고 현금을 많이 확보하면 유보율이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박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내유보율이 가장 높은 곳은 삼성물산으로 8만2057%를 기록했으며 이어 SK텔레콤(4만2270%), 삼성화재(3만2069%), 삼성전자(2만2004%), 동부화재(1만219%)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30대기업 사내유보금 총액은 652조3812억원으로 2014년 501조8017억원보다 150조5795억원이 더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두고 박 의원은 “대기업들이 고용과 투자에 힘을 쓸만한 충분한 여력이 있다”며 “협력 중소기업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등 상생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재계는 다소 허탈한 반응이다. 곳간에 돈이 쌓아두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는 것이다. 박 의원 측은 지난해 30대기업 유보금이 증가한데 반해 투자액이 12조7440억원 가량 감소함을 지적했다.

기업들은 “사내유보금이 단순히 돈을 풀지 않아서 쌓이는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사내유보금 상승의 주된 이유가 실적상승과 더불어 주식 등 보유자산 가치 상승이 지배적인데 쌓아두는 것 자체가 부도덕한 행위로 호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사내유보금이 없으면 사업을 함에 있어 차입을 통해 자금을 동원해야 하므로 재무건전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오히려 정치권에서 규제완화 등을 통해 원활한 투자환경 조성을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실시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피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잔고가 바닥나면 회사 굴러가겠나”며 “강제적인 투자보다는 기업이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투자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사내유보금 활용을 두고 정치권 압박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지난 2014년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제도, 이른바 ‘기업소득환류세제’가 논의되는 과정에서 정치권과 재계의 충돌이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배당이나 고용 투자 등에 사용하지 않을 경우 10%의 세금을 물리는 제도로 박근혜정부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추진됐던 ‘초이노믹스’ 정책의 일환으로 2015년 만들어졌다.

올해로 기한이 정해져 있던 해당 규제는 이름이 ‘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로 바뀌고 일몰도 2020년말로 연장됐다.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내수활성화에 활용되도록 적극 유도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어가게 된 것이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유은주 기자 dwdwdw0720@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