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생명 서울역고가, 서민들 생계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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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생명 서울역고가, 서민들 생계질식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배수람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1-13 00:24:59

낡은 고가도로를 국내 최초 고가보행로로 조성해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시킨 서울시의 ‘서울로7017’ 프로젝트가 인근 낙후지역 주민들 삶의 터전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역고가의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며 시작된 계획이 정작 서민들의 피눈물을 자아내게 한 것이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2년에 걸쳐 낡고 오래된 서울역 고가를 국내 최초 고가보행로 ‘서울로7017’로 복원했다.

도심 속 공중정원의 탄생으로 이른바 ‘서울역 뒷동네’로 불리는 중림동·공덕동·청파동·서계동 등 서부지역은 큰 호재가 전망됐다. 그 중에서도 중림동 호박마을의 경우 박원순 시장이 직접 방문해 상권 활성화를 약속한 곳이다.

이곳은 1970년대 서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해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곳으로 평가된다. 국내 최초 서양식 벽돌건물인 ‘약현성당’을 비롯해 첫 주상복합아파트 ‘성요셉아파트’,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중림시장’ 등이 밀집해 고즈넉한 서울의 옛 정취를 느끼기 위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던 곳이었다.

개통 2년이 지난 지금 호박마을 일대 주민들과 인근 상인들은 서울시의 어설픈 사업으로 상권이 죽어간다고 하소연했다. 기존 고가를 통해 중림동으로 넘어오던 대중교통이 모두 차단되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수도 현저하게 줄어들게 된 것이다.

서울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서울로7017과 만나는 중림동 일대를 도시재생사업지로 지정하고 ‘중림로 보행문화거리’로 꾸며 역사문화콘텐츠를 간직한 새 명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중림동 호박마을 일대 도로는 아스팔트로 바뀌었고 곳곳에서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오는 2019년까지 총 178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문화거리조성사업에 주민들은 난색을 표한다. 기존 호박마을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은 주민들은 현대화로 인해 마을이 색을 잃는 것은 물론 일부 상권만 살아나 동고동락해온 주민들 사이에 균열이 생길까 두렵다는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은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시행되는 사업이다. 때문에 온전한 재개발도 재건축도 아니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도시재생사업은 아이러니하게도 주민이 빠져있는 모습이다.

낡고 무너질지언정 주민들에게는 오랜 시간 쌓아온 삶의 터전이다. 겉으로 보이기에 깔끔하고 예쁘게만 포장하는 것보다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면밀하게 검토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

[배수람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배수람 baeba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