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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후폭풍의 한파가 가시고 새로운 한·중 관계가 모색되고 있지만 우리는 이번 기회에 중국을 다시 봐야 한다. 중국의 행태를 보면 언제든 이번과 같은 사태가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드 문제는 중국과 중국인의 입장으로 보면 일견 이해될 일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이른바 G2를 내세운 글로벌 리더의 역할을 자임한다는 점에서 봤을 때 믿기 힘든 소국적 행동을 벌였다.
사드 보복사태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적지 않았다. 국내 관광, 항공, 서비스 업 등의 피해도 막심했다. 나아가 권력으로 제어해서는 안 될 문화 영역까지 중국 정부는 직·간접적으로 통제하는 저급한 공격을 했다. 중국의 사드보복은 아무리 봐도 대국의 지위를 스스로 걷어찬 행동이었다는 점에서 실망이 크다. 앞으로 한·중 관계가 아무리 좋아진다고 해도 우리는 중국을 예전처럼 신뢰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 중국의 속 좁은 단견으로 금쪽같아야 할 양국 관계의 신뢰가 깨지는 상황이 초래됐다.
주지하디시피 한·중 양국의 무역 의존도는 거의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변했다. 우리 수출시장의 경우 과거 미국과 일본이 차지하던 자리를 중국이 대신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중국도 우리와의 무역관계가 절대적이어서 소홀히 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양국의 무역상황은 관계단절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어느 일방이 보복이란 말을 꺼내들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사드보복은 다른 말로 경제 강국이 아닌 군사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 행동이란 점에서 우리에겐 큰 충격이다. 우리는 중국에 군사적으로 절대적인 열세에 있는 것이 분명하기에 과연 중국이 우리의 1등 무역파트너가 맞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불가피했던 약자의 입장을 조금도 이해해주지 않은 채 마치 한 집안처럼 지내던 이웃에게 어느 날 칼을 들고 죽이겠다고 나선 것에 다름 아니다. 조폭 수준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한집 살림처럼 가까워야 할 사이에서 이런 행동이 나온 중국을 우리는 지속적으로 경계해야 한다.
우리가 중국을 믿을 수 없는 국가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세 가지만 나열하고 중국의 진정성 있는 자성을 촉구해 보고자 한다. 중국은 자신들을 향해 돌아봄이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중국의 그 어떤 행보도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중국은 미국을 앞서기 힘든 국가라는 것이 간접 확인됐다. 지금까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중국의 급부상이 앞으로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예견해 왔지만 실상 중국의 대국다운 그릇은 맹탕이었다는 것이 표출됐다. 세계의 경찰을 자임할 국가는 단지 경제력과 군사력만으로는 안 된다. 글로벌 리더의 자격 요건은 큰 그림을 그리는 강인한 관용에 좌우된다. 중국은 작은 그림으로 그들만의 이기심에 빠진 채 약해 보이는 뒷모습과 추해 보이는 면전의 행동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일당 독재는 역사적으로 보면 오래가지 못했다. 설사 오래 간다고 해도 국제관계에서 대국의 지위를 차지하거나 유지하기 어렵다. 일당 독재의 맹점은 국가 치세조차 우물 안 행동에서 못 벗어나도록 스스로 올가미를 씌운다는 점에 있다. 자유로운 언로가 막힌 채 경직된 사회 시스템의 국가가 ‘무제한 융통성’이 필요한 국제사회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은 어쩌면 어불성설이다. 사드사태처럼 중국은 근시안적이고 속 좁은 행동을 앞으로도 정치·외교적으로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 같은 상황들이 국민성으로 고착화 되고 만성화 될 여지를 보여줬다는데 있다.
둘째 중국은 미국보다 앞서지 못하더라도 그들이 자랑스러워하고 있는 현재의 경제적, 군사적 측면에서 조차 진정한 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느낌을 줬다. 우선 경제적으로 중국은 진정한 부(富)를 쌓아나가기 힘든 구조를 보이고 있다. 미래 경제 강국의 밑바탕은 창조력에 좌우된다. 4차 산업혁명은 그 화두다. 그런데 국제관계의 신뢰가 4차 산업혁명의 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사실을 중국은 간과하고 있다. 세계의 굴뚝으로 급성장한 중국의 경제는 토대가 약한 사상누각이라는 점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재설계는 국가 간 협력과 공생이 필수 과정이라는 뜻이다. 중국은 겉만 화려한 그들만의 샴페인에 취해 이웃 국가를 얕잡아 본 채 그들에게 지금의 부를 입혀준 나라들의 경쟁력을 우습게보고 있다. 사드보복은 중국의 경제가 언제든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개연성을 높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군사적으로도 중국은 국제평화의 주춧돌이 될 군대라는 신뢰를 하지 않게 했다. 진정한 대국의 군대는 자신들의 이익이 아닌 모든 나라의 이익을 위해 먼저 움직인다. 타국을 위협한다고 해도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은 후 그 신뢰 기반 하에 칼을 빼 드는 것이 대국의 그릇이다. 반면 소국의 군대는 자국의 이익 그 이상을 넘어가지 못한다. 대국을 지향하는 중국에서 걸핏하면 ‘본때를 보여주자’는 식의 주장과 여론이 분분한 것은 중국의 군사력이 그들만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우리는 이런 칼을 들고 있는 군사력 때문에 중국을 진정으로 믿기 어렵다.
셋째 중국은 위안화를 세계의 기축통화 반열에 올리려 하지만 자신들의 처지를 감안하지 않은 채 목적이 경도돼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게 했다. 미국 달러화가 기축통화의 위치에 있으면서 사실상 ‘무제한 가공자산’을 찍어 대며 글로벌 부를 자신들에 유리하게 미세조정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세계의 국가들은 그 화폐를 사용한다. 미 달러화 또는 그에 기반을 둔 국채·대출·파생상품 등은 전 세계 모든 국가 또는 개인들의 부를 보이지 않게 원격 조정한다. 가장 치밀한 강도짓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세계의 국가들은 미 달러화 이상이 없다고 막연히 믿는다. 그 이면에 거의 모든 면에서 앞서가는 미국과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다. 미국 정부의 무제한 적자재정 역시 세계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위안화가 기축통화의 대안으로 부상할 경우 중국은 과거처럼 금본위제를 시행하지 않는 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기 힘들다. 그 저변에 중국은 가짜가 너무 많은 나라, 부정부패가 극심한 나라, 사회 시스템의 불확실성이 높은 나라, 일당 독재의 나라 등이라는 불신감이 깔려 있다. 중국은 이처럼 신뢰받기 힘든 위안화를 통해 유아독존식 부를 쌓으려는 속셈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글로벌 부를 조절하는 장치(기축통화)는 최소한의 도덕률이 선행돼야 하지만 수없이 많은 베일에 쌓인 중국은 그 기반을 쌓기 쉽지 않다. 사드보복은 중국의 그 불확실성을 다시한번 확인해준 사건이었다.
이상의 상황을 보면 중국은 그들 스스로 G2를 자임할 처지가 아니다. 사드보복이라는 후안무치한 행동이 얼마나 득의에 찬 자만심이었나를 자성해야 한다. 북한의 직접적 핵 위협을 무한 방치한 것은 물론 한 발 더 나아가 조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사드보복 운운하고 행동에 옮겼다는 것은 정말 적반하장이다.
북한조차 중국을 믿지 않는 상황이 왜 벌어졌나를 가늠해 보면 중국은 앞으로 총체적 위기를 겪을 수 있다. 그 위기를 구제해 줄 가장 가까운 이웃이 바로 우리라는 것을 중국은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 우리 기업들이 그만큼 중국의 부에 깊숙이 개입해 있다는 의미다. 한·중 양국은 경제적으로 칭칭 동여맸다고 할 정도로 한 몸이 됐다는 것이다. 사드보복은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고 중국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우리의 불신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전적으로 중국의 진정성 있는 태도에 달렸다. 중국이 책임 있는 대국으로 가길 원한다면 그 노정에 바로 우리가 있다는 것을 싫어도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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