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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개념은 산업혁명 이후 생겨났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중세시대나 조선시대에는 매일 같은 날의 반복이었기 때문이죠. 봄·여름·가을·겨울이 반복되고 매일 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겁니다. 당시 농노는 하루 종일 농사를 짓고 귀족들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이 남아돌아 한 끼 식사를 3시간 동안 하기도 했죠.
같은 날의 반복에서 가장 존경 받던 사람은 노인입니다. 매번 똑같은 일이 반복되니 농사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많이 쌓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노인은 산업혁명 이전에 존경을 받는 존재였습니다. 존경과 함께 권위도 뒤따랐죠.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산업혁명은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한 거죠. 물건이 모자랐던 시기에서 물건이 남아도는 시기로 전환한 겁니다. 산업혁명 이전까지는 사람의 손으로 직접 물건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생산이 느렸고 물건은 적게 나왔죠. 그래서 만들면 만드는 대로 팔리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물건은 만드는 대로 팔리는 시기가 아니라 물건이 남아도는 때로 바뀐 겁니다.
그렇게 된 이유는 기계 때문이죠. 기계는 사람이 만들면 하루에 5벌 만들던 옷을 하루 몇 천벌, 몇 만벌 만들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옷감도 기계를 통해 만들어내니 기계의 성능이 좋아지면 더 만들 수 있게 됐죠. 하지만 남아도는 옷은 자국에서 소화를 할 수 없습니다. 이때 자본가들은 수출을 생각했죠.
그 이론적 토대를 만들어 준 경제학자가 애덤 스미스와 리카르도입니다. 이들은 자유무역을 주창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자라에서 강한 제품을 만들어 교역하면 양국에 이익이 된다는 논리를 내세웠죠. 리카르도는 선진국이 잘 만들면 후진국도 이득이라는 논리를 만들어 천재로 불립니다.
이에 서양제국들은 무력을 앞세워 제조업에서 남아도는 옷감을 소비할 나라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식민지였죠. 식민지에 옷감을 팔고 그들로부터 농산물과 값비싼 귀중품을 수입했습니다.
하지만 제국주의 시대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민족주의 시대로 접어들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의 식민지는 민족자결주의에 의거해 독립국으로 인정받습니다. 이때 제국주의의 자본가들은 제조업의 발달로 물건이 넘쳐났죠. 하지만 식민지가 없어 더 이상 팔아먹을 수 없는 제품을 어떻게 팔아먹을까 고민합니다. 그것은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었습니다.
욕망 가운데 가장 강한 것은 시각입니다. 자본주의를 지탱해 나가는 것이 시각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사람들이 눈이 없어서 명품 가방을 보지 못하면 어떨까요. 커다란 집도 마찬가지죠. 눈이 없으면 자신이 누울 수 있는 따뜻한 침대만 원할 겁니다.
자본가들은 사람들이 얼마나 시각에 약한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물건을 더 이상 사지 않는 사람을 위해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광고를 하죠. TV를 통해 명품 옷과 가방, 럭셔리한 집들을 보여주며 사람들이 얼마나 허접한 옷을 입고 형편없는 집에서 사는지 강조합니다. 그리고 각자의 개성을 강조하면서 “너는 너야”라고 말하죠. 옷은 개성을 표현하는 도구이며 구멍 나면 기워서 입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자본가들의 발상은 성공했습니다. 사람들이 옷을 계절·색깔·크기별로 사기 시작했죠. 사람들은 오래된 집을 버리고 새 아파트로 가야 가정이 화목해지고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처럼 자본가들에 의해 꾸며집니다. 자본가들이 소비자의 시각을 지배하면서 과잉소비의 시대가 온 겁니다.
새로운 것을 원하는 사람은 멋진 사람이 되고 새 제품을 쓰는 사람은 새로운 물건의 정보를 먼저 접하고 다른 사람보다 빨리 구매하는 소비자를 일컫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로 불리면서 추앙 받습니다. 하지만 옛 것을 쓰는 사람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원시인 취급을 받기 십상이죠.
필요하지도 않고 망가지지도 않는 물건을 사야하고 누구나 그것을 욕망하게 됩니다. 그것은 자본가들이 주입한 욕망이지만 자신의 꿈인 것처럼 착각을 하죠.
이 시대는 노인보다 청년이 각광을 받습니다. 새로운 물건에 쉽게 적응하는 건 청년이기 때문이죠. 청년은 멋있고 소비적입니다. 그들은 새 것을 잘 받아들이는 스마트한 사람으로 인식됩니다. 스마트폰을 사도 설명서 없이 물건에 적응하고 키보드 자판도 두 손가락으로 능수능란하게 칩니다.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은 노인에게 배우는 게 아니라 청년에게 배워야 하는 시대가 됐죠. 산업혁명을 거쳐 스마트하고 소비지향적인 사람은 노인이 아니라 청년입니다. 노인보다 청년이 소비 지향적이고 과시적이고 개성을 강조하면 잘 먹히는 세대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자본가들이 주목하는 사람들은 소비하지 않고 적응 못하는 노인이 아닌 청년입니다.
청년이 주목하면 멋있는 일이 됩니다. SNS가 유행이라면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기업들이 뜨고 청소년들이 게임에 미치면 텐센트나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같은 기업들이 뜨죠. 젊은이가 좋아하는 명품백이 있다면 얼마나 오래 됐고 전통이 있는지 보다 멋진 이미지로 다가갑니다. 그래서 구찌 같은 명품 브랜드가 뜹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욕망한다는 건 자신이 주체적으로 생각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그렇지 않습니다. 유행하는 것, TV에 나오는 것, 연예인들의 공항패션, 재벌 3세의 집, 패션감각 등에 눈길이 더 가기 마련입니다. 그것은 고도로 계산된 자본가들의 욕망 주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들을 따라하기 바쁘고 마치 그것이 우리가 원하고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하죠. 그것은 단지 남이 만들어 낸 허상인데 말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시간의 개념이 이 모든 것을 바꿨습니다. 오래된 건 버려야 하고 우리는 새로운 걸 지향해야 하는 거죠. 하지만 이건 우리의 시간을 잡아먹을 뿐입니다. 자본가들이 산업혁명 이후 지배한 건 결국 시간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재벌과 똑같이 가진 것도 시간입니다. 남들이 만들어준 욕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놀 시간이 없죠. 자신의 모든 시간을 들여서라도 그것을 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사게 되면 자신의 시간은 줄어들죠. 그 제품을 사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썼으니까 말입니다.
요즘 자본가들은 시간마저 아껴줍니다. 쇼핑은 백화점에서 홈쇼핑으로, 다시 온라인으로, 또 모바일로 장소와 시간을 아껴 물건을 소비하게 만들어주고 우리를 끊임없이 소비하도록 하기 위해 노동하게끔 만듭니다. 자본가의 덫에 걸린 줄도 모르고 새로운 스마트폰이나 한정판 피규어가 나오면 밤새워 줄서서 사는 자신을 굉장히 멋있어 보이게 만들죠.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자신이 무엇인가를 욕망한다면 제품을 사고 싶으면 과연 자신이 만든 욕망인지 돌아봐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자신이 욕망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죠. 학교 다닐 때는 공부하라고 해서 공부하고 직장 다닐 때는 일을 해야 하니 일을 합니다.
자신이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 적이 없고 남이 보기에 이런 직업이 멋져 보이고 이렇게 해야 돈을 많이 벌고 이 정도 집에 살면서 이 정도 자동차를 사야 자신이 멋져 보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중산층 기준은 32평 아파트, 연봉 5000만원 이상, 대졸 이상의 학력 등 정신적인 면은 하나도 없고 단지 물질적인 것으로 도배가 됐습니다.
반면 조르주 퐁피두 프랑스 전 대통령은 지난 1969년 공약집에 담긴 ‘삶의 질’에서 △외국어가 하나 이상 가능하고 △스포츠를 하나 이상 즐기며 △악기를 다룰 줄 알고 △남들과 다른 맛의 요리를 만들 줄 알고 △‘공분’에 의연히 동참할 줄 알고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을 중산층의 기준으로 제시했습니다.
미국 공립학교에서도 중산층은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사회적 약자를 도우며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고 △정기적으로 받아 보는 비평지가 있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5000년 전에도 지금의 자신은 없었고 5000년 이후에도 현재의 자신은 없을 겁니다. 자본가가 아닌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리가 여기서 반드시 해야 할 것은 자신이 만들어내는 상품을 사람들이 욕망하도록 잘 포장하고 광고하는 자본가를 잘 골라내 그 자본가의 주식을 사는 겁니다. 그리고 그 주식의 배당을 통해 우리의 진정한 삶을 사는 거죠.
필자가 너무 물질적인 사람으로 보이시나요. 아닙니다. 이걸 모르고 물건을 얻기 위해 시간을 쓰는 사람이 더 물질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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