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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정계개편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선거철만 되면 상습적으로 도지는 정치권의 고질병이 재발한 듯하다. 보다 강한 권력을 쥐기 위한, 아니면 정치적 생존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계개편을 기업의 인수합병에 비유하기도 한다. 정당의 경쟁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 정치사에서 이러한 예는 없었다.
그나마 과거에는 ‘군사정권 종식’ ‘지역주의 타파’라는 그럴싸한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이번 정계개편 움직임의 어디에도 국민이 공감할 만한 명분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정계개편의 움직임이 정당의 경쟁력을 높힌다거나 국민적 요구에 의해 촉발됐다기 보다는 일단의 정치인들간 생존을 위한 담합이라는 목적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지금의 정계개편이 담합의 성격이 짙은 이유를 두 가지 점에서 짚어볼 수 있다.
첫째는 국민의 지지도가 매우 낮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지금의 정계개편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당 의석수는 40석, 정당지지도는 5.8%(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11월6일∼10일 조사한 결과)로 조사대상 정당 중 최하위이다. 의석수 11석의 바른정당의 정당지지율은 5.8%에 불과하다.
이들 두 정당은 신생정당도 아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대선 후보를 내고 국민의 심판을 받은 이른바 검증된 정당들이다. 내세윘던 정강정책과 당의 이념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 검증을 받았고,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다. 그리고 지금의 낮은 지지율은 두 정당을 바라보는 민심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적극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이들 두 정당의 저조한 지지율이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 지지획득에 실패하고 있고, 다른 정당으로부터도 버림받은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하는 이른바 ‘묻지마 담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두 번째는 이번 정계개편의 초점이 정당이나 정치세력이 아닌 안철수·유승민이라는 인물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정치사의 대표적 정계개편인, 1990년 노태우의 민주정의당,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의 3당합당으로 인해 거대 여당이 탄생한 것이나, 2003년 새천년민주당과 한나라당을 탈당한 의원들이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과는 사뭇 비견되는 대목이다.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를 개인이 아닌 ‘정치세력’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다. 안 대표가 국민의당내 주류인 호남출신 인사들과 내홍을 겪고 있는 것이나, 유승민으로 대표되는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탈당한 일련의 사태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정치세력’이 아닌 이름 꽤나 있다고 하는 정치인들의 정치개편 논의가 담합으로 흐를 가능성은 매우 농후하다.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 새로운 가치와 변화를 모색하는 논의가 아니라면 더욱 그러하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안철수·유승민간의 합당 또는 연대 논의 과정에서 떨어져 나올 과실을 차지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그나마 속셈을 들어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눈치는 보고 있는 듯하다.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가 주도하는 정계개편은 이미 기정사실이 됐다. 시기만 남아있을 뿐이다. 합당이 됐든 연대가 됐든, 국민의 바람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존중하는 모양새라도 보여주길 그나마 기대해 본다.
[김진강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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