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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김도현 부장, 유은주·이기욱·배수람 기자]롯데그룹의 고질병으로 평가되는 ‘정경유착’ 논란이 가장 빈번했던 시기는 과거 이명박정부 시절이다. 롯데그룹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 된 2002년부터 대통령임기를 마친 2013년까지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그 과정에서 롯데그룹이 이명박정부가 추진하는 사업 등을 적극 지원하는 모습이 빈번하게 포착돼 정경유착 논란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최근에는 롯데그룹이 단순히 사업 지원 외에 개발사업, 협력사 등을 통해 정치권 유력 인사들에게 간접적인 이익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정경유착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5년 새 자산규모 2배 껑충…롯데그룹 발빠른 성장 이면엔 정경유착 의혹
재계 및 정치권 등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이명박정부 5년 동안 유례없는 성장세를 보였다. 자산 규모 측면에서 큰 차이로 뒤지고 있던 롯데그룹은 재계서열 4위 LG그룹의 턱밑까지 추격하기에 이르렀다.
이명박정부 출범 초기인 2008년 4월 당시 롯데그룹의 자산총액(공정거래위원회 집계)은 43조6790억원에 불과했다. 당시 재계 순위 4위인 LG그룹 자산총액 57조1360억원의 76.44%에 불과한 수치였다. 하지만 이명박정부 5년 동안 그 격차는 조금씩 줄어들었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2013년 4월 기준 롯데그룹의 자산총액은 87조5000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LG그룹 102조4000억원의 85.45% 수준까지 따라잡았다. 해당 기간 롯데그룹 자산총액의 증가율은 무려 100.33%에 달했다. 같은 기간 LG가 기록한 79.22%보다 21.11%p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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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배현정] ⓒ스카이데일리 |
이명박정부 기간 동안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롯데그룹의 자산은 올해 5월 기준 110조8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했다. 이는 LG그룹 자산총액 112조3000억원 대비 2조원 밖에 차이나지 않는 수치다. 일각에서는 부동의 재계서열 BIG4(삼성, 현대차, SK, LG)구도가 롯데그룹에 의해 깨질 것이라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명박정부 당시 인수합병, 사업부문 확장 등에서 특히 두각을 드러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36건의 인수합병이 이뤄졌는데, 그 중 72%에 달하는 26건이 이명박정부 기간 동안 성사됐다. 해당 기간 롯데의 대표적인 국내 M&A 성공사례로는 △롯데칠성음료-두산주류BG(5030억원) △롯데면세점-AK면세점(부채포함 800억원) △롯데쇼핑-GS리테일 백화점, 마트(1조3000억원) △롯데쇼핑-하이마트(1조2480억원) 등이 있다.
이명박정부 시절 롯데그룹 계열사 수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2008년 4월 기준 46개였던 롯데의 계열사 수는 2013년 4월 77개사까지 늘었다. LG(25개)는 물론 삼성(17개), 현대차(21개), SK(17개) 등 타 재벌기업보다도 높은 증가폭(31개)을 보였다.
MB친구 사장 발탁에 小청와대까지…밀월 관계 속 피어난 ‘특혜 의혹’
경제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롯데그룹과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끈끈한 관계는 지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돼 온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그룹은 최대 숙원사업 중 하나인 제 2롯데월드 신축을 1994년부터 추진해왔으나 성남 서울공항 이착륙 문제 등을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다.
롯데그룹은 2005년 이 전 대통령(당시 서울시장)의 오랜 친구인 장경작 당시 웨스틴조선호텔 사장을 호텔롯데 사장으로 영입했다. 이 전 대통령과 장 전 사장은 같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동창이다. 장 전 사장의 영입은 이 전 대통령이 제 2롯데월드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2월 1일 이후 불과 3일 만에 이뤄졌다.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 직후 장 전 사장은 호텔롯데 총괄사장에 오르며 그룹 내 입지가 더욱 커졌다. 장 전 사장은 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롯데월드 등을 총괄하면서 제 2롯데월드 사업 인허가 문제까지 담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호텔 총괄사장 자리는 장 전 사장이 선임되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직책이다. 이에 사실상 장 전 사장의 ‘대관업무’를 위해 신설된 자리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장 전 사장은 총괄사장직에서 물러난 후 청계재단 감사직을 역임했다. 청계재단은 이 전 대통령의 기부재산을 관리하는 공익재단이다.
호텔롯데는 이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일 때 비공식 업무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1층 로열 스위트룸에서 이 전 대통령은 각종 인선작업을 진행했고 한승수 이명박정부 초대 총리와의 만남도 이곳에서 가졌다. 이 때문에 롯데호텔은 ‘小청와대’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이명박정부 출범 후에도 롯데호텔은 각종 정부 주관 행사장과 외국 귀빈 숙소 등으로 자주 이용됐다
롯데그룹과 이명박정부와의 밀접한 관계는 자연스럽게 특혜의혹으로 번졌다. 실제 롯데그룹이 이명박정부 시절 누린 혜택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제2롯데월드 허가문제 뿐만 아니라 주류 사업 진출 당시에도 많은 논란이 일어났다.
지난 2009년 롯데칠성음료는 주류사업진출을 위해 두산주류BG와 오비맥주 인수를 시도했다. 주류제조업 면허의 경우 신규발급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인수 후 재발급 방식으로 시장 진출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롯데칠성음료(현·롯데주류)는 소주(처음처럼) 생산업체 두산주류BG 인수에는 성공했으나 맥주 생산업체 OB맥주 인수에는 실패했다. 사모펀드인 콜버스 크라비스 로버츠(KKR)에 밀렸다. 결국 롯데그룹은 신규사업 진출 형식으로 맥주시장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공교롭게도 그해 하반기부터 정부 차원의 규제와완화 논의가 시작됐다. 그 결과 신규 면허 취득을 위해 필요한 ‘연간 1850㎘ 이상의 제조시설’ 조건이 ‘연간 100㎘ 이상’으로 대폭 완화됐고 롯데주류는 2014년 클라우드를 출시하며 맥주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롯데그룹은 지난 2008년 ‘관광시설’로 허가 받은 부산롯데타운 부지의 매립 목적을 2009년에 주거시설을 포함하는 내용으로 변경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현행 공유수면매립법 제28조(매립목적변경 제한) 1항에 따르면 준공검사를 받은 매립지는 20년 이내에 매립목적을 변경할 수 없다.
앞에서 당기고 뒤에서 밀고…롯데그룹 ‘보은(報恩)행보’ 촉각
롯데그룹은 정부의 특혜 시비가 불거져 나올 때마다 일정부분 보답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명박정부 이전까지 대외적인 직책을 전혀 수행하지 않아 ‘은둔형 CEO’로 불렸던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이례적으로 ‘한국방문의 해’ 위원장을 맡았다.
신 회장은 위원장 선출과 동시에 10억원을 위원회에 기부했으며 계열사들을 통한 물적 지원도 적극적으로 수행했다. 지난 2012년 여수엑스포 당시에는 롯데칠성과 롯데제과가 30~50억원의 후원금을 제공하는 등 공식스폰서 역할을 맡았다.
롯데그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당시 핵심 사업으로 추진했던 은평뉴타운 정책에도 힘을 실어줬다. 지난 2015년까지만 해도 은평뉴타운은 불편한 생활환경 등으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아왔으며 미분양 뉴타운이라는 오명에 시달리고 있었다.
책임의 화살은 ‘친인척 부동산’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강행한 이 전 대통령을 향했다. 하지만 지난해 ‘롯데몰 은평점’이 들어선 이후 은평뉴타운에 편의시설이 조성됐고 비판의 목소리도 점차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은 협력사를 통해 이유택 전 송파구청장에게 간접적으로 이익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전 구청장은 지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송파구청장을 역임했던 인물로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지낼 당시 같은 당 소속 자치단체장으로서 제2롯데월드 문제를 함께 논의했다.
이 전 구청장은 2006년 당내 공천 갈등으로 낙선한 후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건물관리 업체 비오워크의 대표직을 역임했다. 해당업체는 롯데건설과 협력업체 관계에 있다.
[이기욱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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