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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만에 이탈리아가 월드컵 축구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이탈리아 전역이 충격에 휩싸이면서 국민들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인이 문을 열지 않으면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빗장수비’ 축구의 종가로 통산 4회에 걸쳐 월드컵 우승의 대업을 달성한 이들의 탈락으로 자칫 러시아 월드컵 흥행에 차질이 생기진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나온다.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낸 한국 축구도 요즘 계속 도마 위에 오르내린다. 졸전 끝에 가까스로 본선에 출전하다 보니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혹자는 이번 월드컵에 한국팀이 탈락이라는 쓴맛을 보는 것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푸념까지 뱉어냈다.
모든 현상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 한국 축구가 추락하는 원인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선수들을 규합해 나갈 수 있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공격 자원이 많은 해외파와 수비 자원이 많은 국내파들의 최적 조합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이 두 부류들의 알력을 해소시킬 만한 전문적이면서 강력한 포용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축구계는 물론이고 팬들도 볼멘소리를 한다. 한때는 흘러간 ‘히딩크’를 다시 부르자는 이야기마저 나왔다. 축구판을 보면 대부분 우수한 공격 선수들은 해외에 나가있고 국내 K리그에는 용병들이 판을 친다. 이러다보니 국내에는 뛰어난 공격수가 생겨나지 않는다는 토로마저 나온다.
일본의 J리그는 이를 간파하고 해외 용병의 출전 제한을 보다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몸값에 차이가 있고 생각도 각기 다르다보니 이합집산만 거듭한다. 자리보전을 위해 감독이 오히려 선수들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러시아 월드컵이 7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아직 표류하고 있다.
주전 1~2명만 붙박이고 나머지는 불투명한 상황. 지금쯤이면 베스트 11이 결정되고 조직력과 체력 내지 기동력을 강화해나가야 하는 시기인데 이 정도면 좋은 결과를 예상하는 것 자체가 비(非)이성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보다 근본적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세계 축구의 트렌드를 읽고 이길 수 있는 전술과 팀을 만드는 전문성을 겸비한 리더십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아시아·유럽·중남미·아프리카 등 팀의 특성을 파악하고 경쟁에서 먹힐 수 있는 선수를 선발해 이길 수 있는 특유의 전략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한데 말이다.
같은 아시아권에 있으면서도 일본 혹은 이란의 축구가 우리보다 한발 앞서 나가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존재한다. 선수들의 자질이 우리보다 특별히 뛰어나서 그런 것이 아니다. 공한증(恐韓症)에 시달리던 중국에게 마저 FIFA(국제축구연맹) 순위에서 뒤지는 수모까지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다 과학적이면서도 경영 마인드가 접목된 자기 팀만의 고유한 전략과 전술의 개발이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순수 축구인들에게만 맡겨놓기에는 한국 축구의 미래가 암담하다. 때문에 전문경영인 형태의 리더십이 간절하다는 지적이 파다하다.
국익이 보이지만 전문성을 갖추지 않으면 경쟁에서 패퇴한다
지난 열흘 기간에 걸쳐 세계 각국의 유력 지도자들이 아시아에 대거 집결하면서 온통 관심이 이 지역에 집중됐다. 겉으로는 지역안보 내지는 보호무역 배격 등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속을 파고 들어가 보면 모두가 자국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것 같다.
미·중·일 빅3가 각자의 텐트를 치면서 그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작업을 활발하게 펼쳤다. 다른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은 텐트를 기웃거리기도 했으나 궁극에는 자국의 이익이 어디에서 나올 수 있는 지에 대한 이해 계산이 분주했다. 그만큼 이 지역에 대한 이해가 첨예하다는 반증이다. 치열한 외교 각축전이 벌어지는 것은 이미 예견된 당연한 수순이기도 하다.
외교전이 끝나면 각국이 챙긴 주머니에 대해 자국 내부나 혹은 주변에서 평가가 따라붙을 것이다. 당장 나타나는 결과도 있지만 다소 시차를 두고 당사자별로 구체적인 이해득실이 나타날 수 있다. 구태여 우리 측 입장을 보면 크게 3가지 측면의 단기 혹은 중·장기적인 이해가 맞물려있어 보인다.
첫째는 미국·일본과의 관계고 둘째는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 셋째는 우리의 미래 이익이 크게 걸려있는 아세안과 인도시장이다. 정치적으로 사드 문제가 정리됐다고 하지만 완벽하게 봉합됐다고 보기에는 아직도 미심쩍은 것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의 경제 교류를 성급하게 확대하는 것은 또 다른 불씨가 될 소지가 있다. 중국 관광객의 방한 확대, 미뤄뒀던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 등 불가피한 것은 진행해야겠지만 그리 서두를 필요는 없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한창인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3.2%로 추정되고 중국 시장을 포함한 우리 수출도 두 자릿수 증가세를 거뜬히 해내고 있다. 일부 관련 업계의 피해가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글로벌 경제의 성장 추세가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는 것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아세안 혹은 인도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시장 다변화에 대한 눈을 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어떤 전문성을 가지고 세계 경제의 회복 추세를 우리의 몫으로 만들어 가느냐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한국 축구의 현상과 마찬가지로 뛰어난 전문가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세안 시장은 우리에게 별로 낯선 시장이 아니다. 1990년대 중반 아시아 경제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 주력시장이었다. 상품에 국한하지 않고 건설사나 디벨로퍼까지 이 시장을 주무르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당시 명성을 날렸던 전문가들은 이미 은퇴세대가 됐다. 정부에서도 언급했듯이 터줏대감인 일본, 파죽지세의 공세를 취하고 있는 중국과는 다른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새롭게 이 지역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과 동시에 필요하면 은퇴한 전문 인력들마저 현장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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