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베토벤·나폴레옹·고흐…남다른 커피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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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이정화의 힐링 커피타임

음악, 글 속에 표현되기도…영감의 원천, 인생의 동반자 역할

이정화 필진페이지 + 입력 2017-11-19 18:27:46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가까이 해 온 만큼 커피가 개개인에게 미친 영향과 커피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 또한 역사의 면면에 흐르고 있다. 커피를 사랑한 사람들 가운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인, 위인들도 많다.

음악가 중 가장 대표적인 커피 애호가로는 바하를 꼽을 수 있다. 바하는 커피를 정말 사랑해서 ‘커피 칸타타’라는 작품도 남기기도 했다. 그 작품 속 아리아(오페라 등에서 나오는 독창부분)의 한 대목은 커피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손색이 없다.

“아 맛있는 커피여. 1000번의 키스보다 황홀하고, 마스카텔 포도주보다 달콤하구나. 커피가 없으면 나를 기쁘게 할 수 없습니다. 내가 원할 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고 내 결혼 생활에서 그것을 약속하지 않는 한 어느 구혼자도 올 필요 없습니다”

이 구절은 커피를 너무 좋아해 계속 커피를 마시는 딸에게 아버지가 커피 마시는 습관을 버리라고 하자 딸이 대답한 말이다. ‘커피가 얼마나 좋으면 결혼의 조건으로 커피를 언급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음악가로서 베토벤의 커피 사랑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에도 카페는 많았기 때문에 어디에 가서도 커피를 마실 수 있었지만, 베토벤은 항상 스스로 커피를 만들어 마셨다.

베토벤은 퍼콜레이터라는 커피 추출기구를 사용했는데 날마다 커피 한 잔에 커피콩을 정확히 60알씩을 사용해 만들어 마셨다고 한다. 손님이라도 오면 그 커피콩을 손님 수만큼 일일이 세서 커피를 만들었다고 하니 이를 통해 베토벤의 신중한 성격도 옅볼 수 있다.

바리스타의 면모를 가지고 있었던 베토벤은 커피 맛에 있어서도 매우 엄격하고 정확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베토벤의 작업실에는 언제나 커피가 끓고 있었다고 한다. 커피에 대한 그의 사랑은 그의 음악만큼이나 깊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정치인으로 넘어가면 나폴레옹의 커피 사랑 역시 유별났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병사 시절부터 커피를 늘 옆에 두고 살았던 커피 애호가였다.

“나를 정신 차리게 만들어 주는 것은 진한 커피, 아주 진한 커피다. 커피는 내게 온기를 주고, 특별한 힘과 기쁨과 쾌락이 동반된 고통을 불러일으킨다”

나폴레옹이 남긴 커피에 관한 명언이다. 그런 그가 황제 자리에서 쫓겨난 후 유배된 세인트헬레나섬이 ‘진귀한 커피가 자라나는 비밀스런 섬’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 역시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프랑스의 외교관이자 작가였던 탈레랑은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 봤을 ‘커피 예찬’을 만들어낸 인물이다.

“커피는 악마와 같이 검고, 지옥과 같이 뜨겁고, 천사와 같이 순수하고, 키스처럼 달콤하다”

커피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처럼 멋진 표현은 없을 듯하다.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탄자니아 커피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어찌나 커피를 좋아했는지 그의 소설에서도 커피가 자주 등장 한다.

노인과 바다에서 마놀린 소년은 노인이 바다로 나간 후 매일 새벽 노인의 오두막을 찾았다. 어느 날 긴 싸움에서 돌아와 죽은 듯이 쓰러진 노인을 발견한 그는 바닷가 주점에서 우유와 설탕을 듬뿍 넣은 커피를 가지고 와 노인에게 먹인다. 커피는 노인을 살리는 신비한 명약이었다.

에티오피아의 하라 커피는 프랑스 시인 랭보가 사랑한 커피로 유명하다. 랭보는 아덴에서 커피 무역업에 종사하기도 했고, 후에 에티오피아 하라 지역에 정착한 후 커피와 무기를 팔면서 직접 커피를 재배했다고 한다.

그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하라 커피에 대해 편지를 쓸 정도로 하라 커피를 사랑했다. 랭보는 37세의 나이에 요절했는데, 그가 살던 집은 아직도 에티오피아 하라에 기념관으로 남아 있다. 하라커피와 랭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남아 있는 것이다.

유명 화가 반 고흐도 커피와 인연이 깊다. 반 고흐는 예맨 모카 마타리 커피를 특별히 사랑했다고 한다. “반 고흐를 이해하려면 예맨 모카 마타리를 마셔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마타리 커피는 반 고흐의 정신세계와 깊은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커피 그 자체는 하나의 음료에 지나지 않지만 커피를 사랑한 유명인들과 위인들의 생애에 한 자국을 남기기도 했다. 이 정도면 커피가 이들에게는 영감의 원천이고, 인생의 동반자이자 친구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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