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치의 가면을 쓴 그들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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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치의 가면을 쓴 그들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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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1-23 19:27:35

한국정치에서 보수라는 말이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을 지칭하는 고유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다. 원조보수, 합리적보수, 중도보수 등 내세우는 보수의 성격과 형태도 각양각색이다.

참칭하는 보수의 종류가 많다 보니 ‘원조보수=홍준표’, ‘합리적보수=유승민’, ‘중도보수=안철수’라는 등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빠를 정도다.

최근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보수 정치세력을 큰 틀에서 통합하자며 중도보수대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이쯤되면 보수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들 3당을 사전적 또는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봤을때 진정한 보수정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또한 이들 정당이 걸어온 정치행보를 보면, 보수정당의 핵심 가치인 자유주의와 시장주의 노선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대표적인 예가 시장경쟁에서 실패한 교과서를 국가가 개입해 국정교과서로 만들려 했던 점이다. 어떤 정치인은 이를 두고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합리적 보수(바른정당)를 하겠다던 정치인들은 슬그머니 원조보수(자유한국당) 정치인으로 옷을 갈아 입었고, 불과 몇 달 전까지 추구하던 선명야당 노선은 어느새 보수대통합 노선으로 바꼈다. 특이할 점은 이들 자칭 보수정당들이 선거때만 되면 들고 나오는 복지정책들이 진보정당들 정책보다 더 급진적이라는 점이다.

자칭 보수정당들이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을 진보적 정당 또는 좌파정당이라 규정짓는 것에도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자유주의와 시장주의를 대표 브랜드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오히려 보수정당에 더 가깝다. 자신들이 보수정당이라는 합리화를 위해 민주당을 진보정당으로 규정하려는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보수주의 사상은 18세기 영국의 정치철학자인 에드먼드 버크에 의해 그 기초를 갖췄다. 버크는 당시 프랑스혁명 이후 급격히 불어 닥친 사회변혁에 반대하면서, 점진적인 개혁을 주장했다. 엘리트 계급과 부자들의 높은 도덕성과 능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오랜 세월을 거쳐 보수정치가 자리잡은 세계 여러 나라들의 공통점은 사회 지도층에게 엄격한 법과 원칙의 틀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의 경쟁은 법과 원칙의 틀 안에서 작동하며, 편법과 부정부패는 어김없이 단죄된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개인주의 양식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현대정치사에서 보수정치 노선의 출발은 백범 김구 선생으로부터 시작된다. 이후 대통령선거 호남지역 유세차 이동 중에 사망한 신익희 선생, 5·16 군사 쿠테타로 사임한 윤보선 전 대통령, 박정희 정부시절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정치인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 뒤를 이어왔다. 지금의 민주당과 국민의당 일부세력이 보수정당 또는 보수세력의 맥을 잇고 있다.

자유당, 공화당, 민정당, 민자당, 한나라당, 자유한국당은 보수정당이라기 보다 ‘당시 집권당’ 또는 ‘집권했던 당’ 정도로 해두는 게 맞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오는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진영의 대표주자를 꿈꾸고 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매달리는 이유다. 자유한국당내에서 마땅한 차기 대통령 후보감이 없다는 점도 안 대표에게는 호재다. 보수 대 진보의 대결이라는 프레임만 잘 짠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론은 금융위기를 불러온 신자유주의의 대안으로 제기된 시장경제 이론의 하나다. 국제통화기금(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성장론이다.

진정한 보수정당 또는 보수 정치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소득 주도 성장론 보다 더 국민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대안마련에 골몰해야 한다. 민주당보다 더 세심한 경제정책들을 발굴하고 토론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

대통령 꿈을 쫓아 몇달 사이에 정치노선을 바꾸는 안 대표가 경제정책을 놓고 토론회를 열었다는 소식을 들어 본지 오래다. 안 대표와 보수 대표주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유승민 대표는 이탈하는 자당 의원들 단속에 급급하다. 특수활동비 사용처를 놓고 말 바꾸기와 변명을 일삼고 있는 홍준표 대표는 자칫 개인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을 처지에 놓여있다.

이들을 중도보수, 합리적보수, 원조보수 정치인이라 칭하기 어렵다. ‘도덕성을 갖춘 능력있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는 더욱 부족하다.

보수 정치인의 대명사인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는 ‘길 중간에 서 있는 것은(중도주의) 매우 위험하다. 양 사이드에서 오는 자동차에 치인다’고 말했다. 같은 보수당내의 기회주의자들을 비꼬는 말이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는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였다. 보수정당의 가치인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핵심을 잘 표현한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보수라고 참칭하는 정당 또는 정치인들이 새겨 들을 대목이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kjk560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