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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 대통령으로 남미의 현대판 사회주의 시험대였던 베네수엘라의 과거 무차별 복지정책이 결국 희망이 아닌 죽음의 그림자로 날아들었다. 서민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반미-친러 정책을 통한 전 방위 개혁을 강력하게 밀어붙인 ‘차베스 혁명’이 국민들에게 이상적인 국가를 꿈꾸게 했지만 그가 벌인 복지 포퓰리즘 환상은 말 그대로 환상만 남긴 채 절망적인 상황만 만들었다. 신이 내린 선물로 부러움을 받았던 세계최대 매장량 석유는 헛된 망상을 꿈꾸게 한 마녀의 유혹으로 떨어졌다.
더 이상 빚을 갚을 수 없는 사실상 국가부도(디폴트) 상태에 들어간 베네수엘라는 이미 ‘마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베네수엘라 화폐(볼리바르)는 4000%가 넘는 살인적인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국민들은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국면에 빠졌다. 생필품과 의약품을 구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렀다. 차베스 시절 무상 종합선물셋트라고 할 무상주택,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 복지환상은 초유의 가난이라는 극한의 부메랑으로 들이닥쳤다.
차베스가 꿈 꿨던 국민을 위한 국가를 엄정히 나쁘게 볼 수 없지만 작금의 사태를 보면 그 선택은 악마의 패(牌)였다.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대통령의 꿈은 훌륭했을지 모르지만 그것을 이룰 초석 다지기를 소홀히 했다면 그것은 국민도 속이고 결국 자기도 기만한 적나라한 위선의 치세에 다름 아니다. 베네수엘라 사태를 보면 복지의 전제는 결코 무상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농업과 산업기반을 일으킬 고통의 시간을 묻어버린 결과는 참으로 참혹한 결과를 빚었다.
포퓰리즘의 전형적인 대증적 처방인 화폐로 국민들은 공장도 싫고 농사도 싫어 그저 도시로 대거 몰려들었다. 국가는 그들을 위해 ‘소셜리즘’이란 화려한 간판으로 환호케 하면서 오일머니를 활용한 공짜의 꿀맛에 빠져들게 했다. 실제로 차베스의 복지정책인 그랑미션은 일시적인 성공을 거두는 듯 했지만 그야말로 치명적인 독일 뿐이었다. 베네수엘라 빈곤율은 지난 1998년 49%에 달했지만 차베스 집권기간 지속적으로 떨어져 그가 사망하기 직전 해인 2012년에는 25%가 됐다. 장밋빛 그림의 성공이었지만 그의 사후 그것은 국민을 사지로 내몬 원인이 됐다.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오일복지는 지옥행 열차로 바뀌었다. 빈곤율은 다시 치솟아 지난 2015년의 경우 국민 10명중 7명이 넘는 73%가 가난의 질곡으로 추락했다. 식량난에 빠진 베네수엘라는 동물원 멧돼지까지 잡아먹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배고픔을 못 참는 국민들은 길거리에서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 참다못한 수만명의 국민들이 조국을 등지고 난민 신청 행렬에 연일 합류하고 있다. 난민신청이 치솟으면서 난민 신청을 하지 않은 수십만의 국민들이 벌써 나라를 등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그럼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식료품 부족의 원인이 미국과 야권이 결탁해 벌인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의 변명이 설사 맞다고 해도 지금 그것을 구구절절 따질 때인가 되묻고 싶다. 굶주림에 빠진 국민들을 구제할 생각을 진정성 있게 먼저 한다면 설사 야권과 미국이 원인 제공을 했다고 해도 오히려 치욕을 감수한 채 그들에게 식량사태 해결을 위한 협조를 구해야 한다. 정적들의 공격 핑계는 큰 그림으로 보면 무책임한 변명에 불과하다. 권력싸움은 어느 국가든 존재한다. 권력싸움의 진정한 승리는 국민을 잘 살게 하는 것이고, 패배는 국민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일이다. 국민들에게 일순간의 단꿀을 주면서 복지 교향곡을 틀어 환상에 젖게 했다면 정치적 패배자를 넘어 참혹한 죄인이다.
차베스 집권 후 석유산업을 국유화 한 것부터가 베네수엘라 불행의 시작이다. 그 자금이 대대적인 복지정책으로 흘러들어간 것은 결국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살인적인 물가상승이 닥치자 화폐를 마구 찍어내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거꾸로 털어갔다. 오늘날 자본주의에서 인플레이션과 화폐는 상호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국민들의 재산을 유령처럼 강탈하는 저승사자에 비유된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국가는 국민적 비판을 감수하고 이를 강제적으로 잡아야 마땅하다. 반면 불에 기름을 붓는 해결책이 바로 화폐 발권 확대다. 사회주의 이상국가라는 소셜리즘으로 무장한 국가는 그렇게 국민을 위한 냥 호도하면서 국민을 벼랑으로 밀어 넣었다.
마두로 정권은 그럼에도 임금을 올리고 보너스를 약속하고 있다. 이는 더 큰 개미지옥을 만드는 것과 같다. 이런 와중에 정치적으로도 독재를 불사하면서 미국의 경제제재 공격까지 받을 위기다. 사회주의 국가의 희망을 놓고 싶지 않다면 지금 이 순간 국민들이 먼저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야 한다. 대부분 국민들이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상국가는 그야말로 자기환상에 빠진 미친 짓이다. 국민들이 환호했던 차베스 혁명이자 볼리바르 혁명은 이미 꺼졌다. 차베스 사후 사회주의 노선을 지속한 베네수엘라가 망국의 길로 급속히 빠져들고 있는 것은 또 하나의 섣부른 평등주의에 대한 경고다.
우리는 베네수엘라의 상황을 강 건너 불로 보면 안 된다. 바로 우리를 되돌아보는 전기로 삼아야 할 사건이다. 복지의 환상이 얼마나 무섭게 우리 모두의 가슴에 비수로 꽂힐 수 있는가를 두려운 마음으로 곱씹어 바라봐야 한다. 우리나라 또한 내년에 430조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을 편성해 베네수엘라와 유사한 무상의료, 무상교육, 무상복지 정책을 전 방위로 펼칠 계획이다.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화려한 간판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공짜로 퍼준 돈이 경제 활력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쉽게 번 소득은 흥청망청 낭비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짜주의에 빠지면 생산적 소비가 일어나기 어렵다.
현 정부의 J노믹스는 확장적 재정운용을 통해 대단히 우려스러운 공공부문 일자리를 대거 늘리고 최저임금 인상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내년에만 중앙공무원과 지자체 각 1만5000명씩 3만명의 공직이 대거 늘어나는 것을 시작으로 임기 5년동안 17만명의 공무원이 신규로 탄생한다. 아동수당을 새로 도입하고 노인연금도 올릴 계획이다. 의료비 지원 확대와 보장성 강화에도 많은 재정이 소요된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확장적 재정운용은 정말 신중해야 하지만 베네수엘라는 스스로 무덤을 더 팠다. 가계부채 공포 위기에 있는 우리나라도 확장적 재정운용은 베네수엘라 못지않게 신중에 신중을 기해할 사안이다. 최근 3년간 우리 국민의 가계부채는 무려 362조원이나 폭증했다. 3일에 1조원씩, 한 달에 10조원씩 급팽창했다. 이런 상황에서 화폐를 시장에 더 풀 경우 국민 개개인의 부(富)는 급격히 떨어진다. 주지하다시피 화폐를 찍어내 시장에 풀면 소득이 오르는 것 같지만 그것은 엄밀히 화폐(통화량)의 증가일 뿐이고 진짜 개인들 부의 가치는 감소한다. 인플레이션이 동반하면 부는 더 추락하고 구매력은 더 떨어져 J노믹수가 기대하는 소득주도성장은 가계의 위험만 키우는 화근일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 육성에 국가경제의 방향타를 설정하고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J노믹스의 정책이 성공하기를 기대하지만 문제는 대기업 위주의 수출주도 위주 국가경제 틀을 갑작스럽게 전면적으로 수정하면 안 된다는데 있다. 소비부문에서 오히려 전 국민적으로 허리띠를 졸라 매고 수출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민적 저항을 받더라도 정부예산을 긴축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확장적 재정운용으로 소득주도성장을 꾀하는 것은 재화와 서비스의 부가가치 하락이라는 악순환의 덫에 동력을 주는 일이다. 그것은 제2의 IMF 국가위기인 1400조라는 사상초유의 가계부채 뇌관을 건드릴 무서운 폭발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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