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주 
)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 244번지 일원, 이른바 ‘마실마을’에서 시행되는 소규모 도시재생사업을 두고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마실마을’은 동작구가 범죄예방디자인을 적용해 안전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를 담고있다.
서울시 산하 SH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SH공사)에 따르면 마실마을 일부 지역은 SH공사의 도시재생사업인 ‘서울형 자율주택정비사업’의 첫 사업지로 지정됐다. 이곳 도시재생사업은 내년 시행될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하·빈집특례법)’을 앞두고 1년 전부터 준비한 사업이다. 예상되는 사업비는 약 51억원 정도다.
‘서울형 자율주택정비사업’이란 노후화 된 단독주택 또는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기존 주택을 허물고 다양한 저층주거(다세대, 연립, 저층아파트)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주민이 직접 주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주민주도형 도시재생사업 대상지 주변 주민들은 이러한 사업에 대해 불만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대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 아닌 일부 가구에만 국한된 개발 방식으로 이뤄지다보니 주민 전체를 위한 사업 보다는 오히려 서울시를 위한 보여주기식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일부 주민들은 SH공사가 주민 간 불화를 부추긴다고 꼬집기도 했다.
비탈진 언덕·좁은 골목길 그대로 두고 집만 교체…“현실 모르는 전시행정”
마실마을에서 이뤄지는 도시재생사업은 기존 노후주택 10개 필지를 허물고 1351㎡(약 408평) 부지에 4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을 짓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SH공사는 마을 내 도화공원을 중심으로 도서관·상가 등을 지어 아파트 단지 수준의 생활편의시설을 마련해 ‘10분 동네’ 개방형 저층마을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상도동 도시재생사업의 설계·시공·분양 등 사업 전 과정을 관리하게 된 SH공사는 지난달 13일 마실마을 주민 협의체·화성시·동작구청 등 관계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내년 2월 착공해 11월 준공 예정이다. 이번 ‘서울형 자율주택정비사업’에 대해 SH공사는 기존 대규모 재개발 사업의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사업 대상지가 아닌 인근 주민 대부분은 이 같은 도시재생사업이 시행되는지 조차 모를뿐더러 차라리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마을에서 50년째 살고 있는 한순영(83·여) 씨는 “도시재생사업을 한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며 “동네 전체를 뜯어 고치는 게 아니고 10채만 부시고 새로 짓겠다는 건 도대체 무슨 의미냐”고 반문했다.
김태수(56·남·가명) 씨는 “이 동네는 언덕이라 급경사가 심하고 길도 좁아서 주차하기도 힘든 곳이다”며 “당장 차 댈 공간도 없는데 그런 부분은 안 고쳐주고 동네 한 가운데 도시재생사업을 실시하면 사업 대상지 밖에 사는 사람들은 어쩌라는 거냐”고 힐난했다.
이어 김 씨는 “도시재생사업이 주민 주도로 이뤄진다고는 하지만 결국 살고 있는 사람한테 불편만 야기하는 꼴이다”며 “사업 대상지 외에 마을 주민 전부가 편하게 살게끔 해주는 게 진정한 주민주도형 도시재생사업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대상지 거주 주민들도 불만 섞인 반응을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재개발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특히 시민 재산으로 서울시가 생색내는 모양새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사업대상으로 선정된 노후주택의 소유주들은 전용면적 50여㎡ 규모의 새 공동주택 한 호실을 분양받게 되며 가구당 대지지분에 따라 1~2억원 가량을 환급받는다. 소유주 11명에게 공급한 가구를 제외한 29가구는 청년 및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사업지로 선정된 노후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박희진(36·여·가명) 씨는 “시부모님 모시고 사는데 어른들이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하니까 그냥 따라서 동의한 거다”며 “‘도시재생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하긴 했지만 특별히 경제적 혜택을 누리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내 재산을 가지고 서울시가 개발하는 것인데 기존 재개발이랑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고 운을 뗐다.
 |
|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지도=배현정] ⓒ스카이데일리 |
이어 “지금 사는 집도 오래 돼서 벽이 좀 기울거나 금이 가는 것 외에는 크게 불편함 없다”며 “아무래도 마을이 다 골목길이라 밤에 다니기가 조금 불안한 부분이 있는데 빌라를 새로 짓는다고 해도 치안이 좋아지거나 마을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게 아니면 소용없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상도4동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도시재생사업을 한다는 걸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고 알았다”며 “10가구에 사는 당사자가 아니면 주민들이 혜택 볼 것도 없다 보니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떤 식으로 하는지조차 모르는 마당에 이름만 도시재생사업이지 실상은 이곳 주민과 상관없는 사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같은 마을 주민조차 모르는 도시재생사업, 주민 간 갈등·위화감만 조성”
‘마실마을’은 지난 1960년대 무허가 건축물들이 들어서면서 서울 도심 내 달동네 중 하나로 평가되던 곳이다. 2011년 재건축 사업이 예정돼 있던 마실마을은 6년 동안 이를 추진할 주체가 없다는 이유로 동작구청이 재건축 정비사업 해제를 요청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마을 초입에는 오피스텔·빌라 등이 밀집해 있고 재래시장과 편의점 등이 마련돼 있어 언뜻 낙후지역으로 보이지 않지만 마을 내부는 다르다. 비탈진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벽에 금이 가거나 담이 허물어진 집이 여러채 존재한다. 사람 한 명이 오가기도 힘들 정도로 협소한 골목길도 있다.
주민들은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비가 오면 물이 새는 일이 잦고 한겨울에는 눈이 조금만 내려도 언덕을 오르다가 넘어지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입을 모았다. 이곳에서 40여년을 살았다는 김복래(80·여) 씨는 “그나마 우리 집은 평지에 있어서 괜찮지만 언덕 위에 사는 사람들은 지팡이 없으면 힘들어서 다니지도 못할 정도다”며 “아직도 재개발 될 거라는 생각에 다 무너져가는 판잣집을 그대로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처음 듣는다는 김 씨는 “다 늙은 사람들이야 어떻게 살아도 상관없다지만 마을 전체를 새로 뜯어 고쳐줘야 젊은 사람들도 상도동을 찾고 마을도 발전한다”며 “여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오래 산 나도 처음 듣는 걸 보면 도시재생사업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임대를 놓다가 3년 전부터 마실마을로 들어와 살고 있는 이순하(59·여) 씨 역시 도시재생사업이 대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이 씨는 “겉으로는 삐까뻔쩍해 보여도 마을 곳곳을 둘러보면 폐쇄적이고 굉장히 슬럼화 된 곳이라 마을 전체의 재개발이 꼭 필요한 곳이다”고 강조했다.
이진석(43·남·가명) 씨는 “여기는 교통편이 좋고 노량진이나 흑석동보다 집값도 저렴해서 충분히 젊은 친구들이 와서 살기 좋은 공간이다”며 “하지만 대형마트·카페·편의점 등이 없어 인구 유입이 적은 편인데, 고작 몇 채 허물고 짓는 것보다 길을 넓게 만들어서 주차공간을 확보해준다던지 그럴 듯한 대형마트 하나 세워주는 게 더 현실성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름만 번지르르하게 갖다 붙여서 도서관, 노인정 같은 것 만들어도 가파른 언덕 중턱에 있는데 이용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며 “물론 나중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당장만 놓고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의 지적에 대해 SH공사 홍보실 관계자는 “상도동 244번지 일대는 여러 군데 조사를 거쳐서 주민 합의가 이뤄지고 기대효과 등이 크다고 판단됐기 때문에 도시재생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것으로 안다”며 “상도동 내에 노후된 곳이 많다고 해도 공동주택을 짓기 위한 필지가 충분하지 않는 등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임의로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SH공사 저층주거지원부 관계자는 “사업은 SH공사가 구청과 함께 진행하는 장기 프로젝트로 당장 사업을 진행할 여건이 안 되는 곳도 있다”며 “상도동은 시범사업인데 내년 2월 빈집특례법이 시행되고 관련 플랫폼이 좀 더 견고해지면 사업이 점차 다양하게 여러 지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수람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17
감동이에요3
화나요2
슬퍼요1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