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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영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자동차가 상용화 됐다. 상용화가 곧 산업발전을 이끌진 못했다. 원인은 1865년 ‘붉은깃발법’이 시행되면서였다.
붉은깃발법에 따르면 1대의 자동차에는 운전수·기관원·기수 3명의 운전수가 타야 한다. 또 시내에서 최고 속도는 말보다 느린 3.2km/h로 제한됐다.
영국이 이 같은 규제가 실행됐던 이유는 기존에 마차를 끌던 마부들이 자동차 진입을 극심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마부들은 자신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정치인들은 이들을 위한 붉은깃발법을 만들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영국을 제외한 독일·미국·프랑스 등의 자동차 산업은 저 멀리 앞서가기 시작했다. 위기를 느낀 영국은 뒤늦게 규제를 풀고 혁신 방안을 쏟아 냈지만 쫓아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자동차라는 신사업을 막고 마차산업이라는 기존의 이익집단 쪽에 선 결과였다.
지금 서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13년 글로벌 차량 공유업체 ‘우버’가 한국에 진출했다. 일반 택시에 비해 높은 가격이 책정됐지만 그에 맞는 서비스로 시민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서울시도 적극 협력을 약속했다. 하지만 택시업계가 생존권 문제로 반발하면서 우버는 한국 진출 2년 만인 2015년에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2015년 들어선 심야콜버스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콜버스는 지난해 ‘서울시 10대 뉴스’ 1위에 선정될 정도로 대중에게 사랑을 받았다. 서울시는 강남 지역에서만 출발하던 콜버스가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재정에 부담을 느낀 콜버스는 올 4월 심야버스 공유 서비스 사업 대신 전세버스 예약서비스로 전환했다.
올해는 ‘풀러스’라는 스타트업 업체가 서울시와 택시업계의 타깃이 됐다. 풀러스는 목적지가 비슷한 출·퇴근 직장인들끼리 카풀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택시 대비 60~70% 수준의 요금만 부담하면 간편하게 이동이 가능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서비스 시간대는 아침, 저녁 출퇴근 시간대로 한정됐다.
최근 풀러스가 ‘출퇴근 시간 선택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 제도는 카풀 운전자가 자신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택시업계는 이 제도가 운수사업법 위반이라며 극심하게 반발했다. 현행법에는 출퇴근 시간에만 카풀이 허용돼 있다. 서울시는 택시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풀러스를 운수사업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IT업계·법조계·학자 등은 서울시의 행보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공유경제를 키우겠다던 서울시가 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마저도 현행법에 명시된 ‘출퇴근 시간’은 특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운수사업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정치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고 지적했다. 27만대가 넘는 택시업계는 4인 가구로만 따지면 108만명이다. 표심을 생각해서라도 택시업계의 주장을 듣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택시업계는 이를 통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의 서울시가 택시업계의 눈치를 보며 진행한 규제들도 이 부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만약 서울시가 이에 동조할 수 없다면 관련 업계의 지적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미래를 위해 택시업계라는 기득권과의 연결고리도 끊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의 풀러스 사태가 올 수 밖에 없다.
택시업계 역시 새로운 사업에 대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할 게 아니라 기존 서비스를 개선해 경쟁을 펼치거나 IT업계와의 협업을 모색해야 한다. 풀러스는 지난해 5월 서비스 개시 이후 75만대가 카풀에 등록됐고 누적 이용자는 370만명에 달한다.
‘시민들의 사회적 편익’과 ‘기득권과 정치적 구조 유지’ 둘 중에 무엇을 선택할지는 서울시의 의지에 달렸다.
[길해성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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