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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세계 경제가 모처럼 순풍을 타면서 호재도 곳곳에 나타나고 있고 기업들도 나름대로 이를 잘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기업·반도체 등 일부 기업군 혹은 업종에 국한하여 수출이 상승 기조를 보이고 있다고 목멘 소리를 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배부른 넋두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올해 무역규모는 3년 만에 다시 1조불 시대에 진입할 것이 확실하다. 올 10월 말 기준 수출·수입이 각각 17.3%, 18% 증가하고 있고 무역수지흑자도 800억불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사드 전횡 속에서도 중국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를 보이고 있고 여타 대부분의 시장에서도 골고루 그 이상의 증가세를 시현하고 있는 점이다. 수출 시장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25%에서 24%로 미미하게나마 감소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미국 시장에 대한 수출증가율이 3.5%로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정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서슬 퍼런 무역적자 으름장을 피해갈 수 있는 명분도 축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포스트 차이나로 급부상하고 있는 베트남·인도·필리핀 등 달아오르는 시장을 겨냥한 수출증가는 무려 30~40%대에 이르고 있다. 독일 등 유럽과 일본 시장에 대한 수출도 동시에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 기업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잘 타면서 수출의 불씨를 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무려 10년 만에 모처럼 글로벌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선진국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수단을 통해 제조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우리 반도체 수출이 호황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반면 세계의 공장, 중국의 퇴색으로 동남아·인도 등 신흥 제조 국가에 외국인 투자가 집중되면서 인프라와 부품·소재, 원자재 시장이 동시에 살아나고 있다. 또한 산업화와 도시화, 인터넷 보급 등으로 신흥 중산층이 대거 생겨나면서 소비도 폭발적으로 증가사고 있는 모습이 확연하다.
선진국과 신흥국이 동반성장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제대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꿈틀거리고 있는 유가상승이 글로벌 무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측면도 있지만 긍정적인 요소들이 더 많다. 산유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면 한동안 위축됐던 플랜트 시장이 활성화되고 탈(脫)석유를 향한 이들의 몸부림이 더 속도를 낼 수 있다.
신흥국 시장이 살아나야 우리 중소기업 상품이 날개를 단다
내년도 세계 경제 혹은 글로벌 무역에 대한 예측기관들의 전망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다행스런 것은 올해의 호조 추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선진국과 신흥국 공히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고 이에 따른 글로벌 교역량도 증가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이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글로벌 시장 환경이 별로 나쁘지 않은 것이다. 무역협회가 발표한 내년도 우리 무역 전망치를 보면 수출은 4.7%, 수입은 6.3% 증가하여 전체 무역은 5.4% 증가한 1조1100억 달러다. 올 들어 우리 수출이 급속도로 회복된 기저효과를 감안하여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한 수치로 보여진다.
글로벌 경기의 순풍을 잘 타기만 하면 올해와 같은 두 자릿수 증가도 불가능한 것이 결코 아니다. 다만 편중되고 있는 수출상품구조를 중소기업으로 확대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있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신중하게 짚어볼 것은 중국 혹은 미국에 대한 시장의존도를 대폭 줄이는 것에 과감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수출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 다변화를 통한 수출상품 포트폴리오를 개선해 나갈 수 있는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20% 내외로 낮춰가야 하며 미국에 대한 의존도도 10% 정도로 내려가야 한다.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는 올 10월 기준 12.0%로 전년도 13.4%에 비해 부려 1.4%나 줄어 들었다. 이 양대 시장에 대한 수출의존도를 30% 이하로 줄여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교역량이 줄어들면 다시 원래 상대로 되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이 최적기로 보인다. 여기서 기반을 확실히 잡아야 우리 수출이 외부환경을 버티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우리 수출에 걸림돌이 될 만한 복병들이 남아있다. 우선 빠르게 절상되고 있는 원화 환율이다. 국내외 경제 여건을 보면 원화가 강세를 보일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지만 속도 조절이 문제다.
현재 우리 수출주력품목들은 환율 변화에 대한 내성을 어느 정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환율의 차이를 가지고 수출 채산성을 맞추는 기업들이 대다수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재정과 통화 정책을 적절하게 구사해 급격한 환율 하락을 저지해야 한다. 환율조작국 감시라는 미국의 강력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일본 엔화가 적정 환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충분히 벤치마킹할 만하다.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노동과 기업에 대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수출을 키우고 이를 경제적 파이로 연결하는 것이 기업이라면 옥죄기만 할 것이 아니라 사기를 북돋워 줄 수 있는 당근을 준비해야 한다. 대기업을 눈엣가시로만 여기기보다 중소기업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다져야 한다. 수출과 스타트업·벤처 창업에서 그 답을 찾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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