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IB 설왕설래, 변화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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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2-04 00:10:30

최근 정부가 자기자본규모 4조원 이상인 증권사 5곳(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을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하면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에도 골드만삭스나 JP모건 등과 같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대형 투자은행이 탄생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기대와 함께 경쟁력면에서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은행은 기업금융을 전담하는 은행을 말한다. 예대마진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해온 기존 시중은행과 달리 투자은행은 주로 가계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증권 인수 등의 형태로 직접 기업에 공급한다. 투자 성공 시 얻게 되는 수익이 크지만 실패 시 떠안게 될 리스크도 큰 셈이다.

때문에 투자은행은 일반 시중은행보다 높은 역량을 필요로 한다. 전문성과 적정 수준 이상의 자본 여건은 물론이고 기업분석, 네트워크, 리스크관리 등 투자은행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요건만 해도 상당하다. 단순히 자기자본규모가 늘어나고 정부의 규제가 완화된다고 해서 투자은행의 경쟁력이 강화되지는 않는다는 말과 다름없다.

한국에서 투자은행의 필요성이 거론되기 시작한 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다. 대기업은 물론 결코 망하지 않으리라 여겼던 은행까지 도산해 금융은 물론 산업계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이뤄졌는데, 그 과실은 모두 골드만삭스나 모건, 메릴린치 등의 외국계 투자은행에 돌아갔다.

이유는 간단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대규모 M&A 등 기업금융을 전담할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주식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에만 골몰하던 국내 증권사들은 대규모 거래에 끼어들 엄두조차 못냈다. 정부가 추진하는 투자은행 육성 정책의 배경엔 뼈아픈 경험이 깔려 있는 셈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조금씩 증권회사 대형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했다. 먼저 2011년 자본시장법 개정시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증권사를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선정해 신규업무를 허용했고, 2013년에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5개 증권사를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하고 기업 신용공여 업무를 허용했다.

2014년에는 대형증권사의 투자여력을 확대하기 신NCR을 도입했고, 2016년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등을 발표해 지금에 이르렀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자기자본 2배까지 단기어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해 자금운용여력을 확대했다.

나머지 대형은행에 대해서도 단기금융업 인가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외환업무가 허용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증권사의 국제금융업무도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정책과 별개로 증권사는 여전히 수수료 위주의 영업패턴을 보이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모험자본 공급 및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정책을 추진한다고 해도 단순히 국내 증권사가 위탁매매나 리테일 등 중개업을 통한 수수료 수익 비중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 수익 중 위탁매매 비중은 51.1%에 달했다. 미국과 일본의 위탁매매 비중이 각각 13.7%, 16.8% 인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투자은행 설립을 위해선 증권사 스스로 투자 포트폴리오 변화에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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