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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서울달동네 실태 르포<6>]-성북동 북정마을

황량함 맴도는 ‘성북동 비둘기’ 주무대 복정마을

개발 시도 연거푸 무산…주민 성토 높은데도 서울시 “주민들 불만 없다”

정희조기자(hijo26@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12-07 00: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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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자리한 북정마을은 역사적 문화재인 성벽 인근에 자리 잡아 4층 이상 건물을 올릴 수 없는 등의 건축 제한에 걸려 있다. 사진은 북정마을 전경 ⓒ스카이데일리
   
1968년 발표된 김광섭 시인의 대표작 ‘성북동 비둘기’의 배경이 됐던 북정마을에 황량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유령마을’로 전락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복정마을은 아이러니하게도 행정구역상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부촌인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속한다. 지난 2004년 주택재개발 예정으로 지정돼 2008년 12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한옥밀집지역 조성계획이 추진됐었다.
 
2011년 8월 도시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오 전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율 미달로 시장직을 사퇴하면서 한옥마을추진은 불발됐다. 이후 개발은 답보 상태에 놓이게 됐다. 일반 재개발사업이 추진됐지만 개발과 보존을 주장하는 주민들 간 갈등이 발생했고 서울시와 성북구의 중재 아래 주민협의체인 ‘마을공동체’가 설립됐다.
 
주민들은 마을공동체를 통해 개발방식을 논의했지만 마을이 서울성곽과 인접해 고도제한 및 문화재보존을 위한 각종 규제들이 산적해 있어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마을을 보존하고 재생하는 도시정비사업으로 가닥을 잡고 관련 용역을 추진했으나 사업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이후 개발을 포기한 일부 주민들이 하나 둘 마을을 떠나면서 마을은 점점 쇠퇴해 갔다.
 
도심 속 고립된 섬 북정마을…도시가스도 안 들어오는 마을엔 빈집 투성
 
스카이데일리는 직접 북정마을을 찾아봤다. 마을을 도달하기 위해선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성북03번 마을버스를 갈아타고 한참을 가야 했다. 겉보기에도 화려한 단독주택·빌라 사이로 난 길을 헤친 버스가 종점에 다다라서야 북정마을에 당도할 수 있었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배현정] ⓒ스카이데일리
 
한양도성 성곽 밑에 자리 잡은 북정마을은 얼핏 봤을 때 옛 모습의 운치를 머금은 마을 분위기를 풍겼다. 문화재와 인접했다는 이유로 각종 건축 규제가 걸려 있는 이곳은 사진 속에서나 봤을 법한 마을의 모습을 띠었다. 색다른 풍경을 마주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카페와 주민들을 상대로 여전히 영업 중인 이발소 등은 이제 이곳 마을의 명소로 자리매김 한 듯 보였다.
 
마을 중심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형형색색의 페인트로 칠해진 벽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주민들은 “대학생들이 와서 칠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갓 칠해진 페인트는 사뭇 우중충할 수 있는 산기슭의 북정마을에 한껏 생기를 불어 넣은 듯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매서운 겨울날의 칼바람이 그대로 들이치는 깨진 창문과 먼지 쌓인 손잡이가 달린 집들이 여럿 보였다.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음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만큼 고요한 마을에는 이러한 빈집이 상당했다.
 
북정마을 주민인 김상열(82·남)씨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거주하던 주민들이 재개발이란 희망마저 사라지게 되자 속속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다”며 “주인이 떠난 빈집에 새로 이사오는 사람이 없자 빈집들이 하나 둘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주민 박종래(76·여·가명) 씨는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대부분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주민 이영덕(78·남) 씨는 “현재 남아있는 빈집들 대부분은 물론 현재 주민들이 거주하는 집들 대부분은 재개발을 염두한 외부인들 소유다”며 “빈집들이 늘면서 개발 필요성이 점차 줄고 있는데 도시정비가 제대로 이뤄질리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래 없는 마을엔 소리 없는 시름만…주민여론 파악조차 못하는 서울시
 
▲ 복정마을 재개발이 연이어 무산되면서 열악한 환경을 참다못한 주민들은 하나 둘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가고 있다. 사진은 북정마을 내 빈 집들 ⓒ스카이데일리
  
이곳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서울시·성북구 등 관할지자체를 질타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 전 시장의 한옥마을 추진이 불발된 후 서울시는 보존·재생을 골자로 한 개발계획을 유도했지만 정작 지원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마을주민 최기술(79·남·가명) 씨는 “마을 개발정책이 재생으로 가닥을 잡은 것을 한참 뒤에나 알게 됐을 정도로 홍보가 부족했었다”면서 “학생들이 와서 벽에 페인트칠한 것은 봤으나 시나 구가 나서서 마을을 정비해준 모습은 전혀 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김은규(55·남) 씨는 “재생을 한다는 것은 마을이 제 구실을 할 수 있게 관할 지자체가 지원해주고 또 주민들은 스스로 자기 집을 가꾸면서 진행돼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주민들은 직접 리모델링을 하면서 나름 부응했는데 마땅한 도시재생사업 추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시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측은 “매주 한 번씩 마을점검에 나서고 있다”며 “주민들 사이에서 큰 불만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완전철거가 아니라 생활하기에 더욱 편리하고 깨끗한 마을을 조성하겠다는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 중인 만큼 주민들이 싫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성북구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역사문화재인 성곽이 가까워 정비관리를 확충하고 아울러 지역공동체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했다”며 “북정마을에 적용되는 건축규제를 낮춰 최대한 마을모습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정희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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