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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명수 대법원장의 발언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과 선거개입 혐의로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이 법원의 구속적부심에서 잇따라 석방되면서 비난 여론이 일었다.
국민들은 물론이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판사 출신 정치인들은 비롯한 정치권, 심지어 법원 내부에서도 ‘잘못된 판결’이라며 석방을 결정한 판사를 공격한 것이다.
이에 김 대법원장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판결과를 과도하게 비난하는 것은 헌법정신과 법치주의에 어긋난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의 우려는 부메랑 돼 비판의 화살이 그에게 돌아 왔다. ‘자리에 앉고 보니 사람이 변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가 보다’라며 김 대법원장에 대한 기대는 우려의 목소리로 바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9월 사법개혁과 적폐청산의 적임자로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사법부 수장에 오른 인물이다. 보수정당과 언론으로부터 좌파 판사들의 사조직으로 공격받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기도 하다. 국민들과 진보 진영으로부터 받은 기대는 그 어느 대법원장보다 클 수밖에 없었다.
김 대법원장의 등장으로 인해 양승태 전임 대법원장이 끝까지 공개를 거부했던 ‘법관 블랙리스트’가 곧 만천하에 드러날 것 같았고, 유독 권력자들과 재벌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일삼았던 정치법관들은 머지않아 청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한 김 대법원장이 적페청산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김관진·임관빈의 석방 판결을 두둔한 듯한 말을 했으니 국민들과 진보 진영 입장에서는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김 대법원장은 불과 취임 40여일 만에 ‘개혁의 적임자’에서 무색무취(無色無臭)한 사법부의 한 수장으로 전락한 것이 맞는것일까.
반대로 김 대법원장이 김관진·임관빈의 석방을 판결한 판사를 비판하며 사법 개혁에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면 어떠했을까
적폐대상으로 지목받아 사면초가 상태인 자유한국당은 ‘독립적 판결을 해야 하는 판사에게 정치적 압력을 행사한다’며 그렇잖아도 눈엣가시인 김 대법원장을 향해 전방위적 공세에 나섰을 것이다. 언론들은 이를 대서특필 하고, 다시 자유한국당은 언론보도를 들이대며 ‘적폐수사는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면서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을 것은 뻔한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5일 “적폐청산 수사를 연내에 마무리하겠다”고 말하기 무섭게 ‘적폐수사 피로감’이란 용어가 야권을 중심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 쉬이 짐작할 수 있다.
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재조사에 들어간 법관 블랙리스트 문제도 주목할 부분이다. 양승태 전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 체계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따로 관리하기 위해 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파장의 강도는 예측할 수 없다. 자연스레 ‘법관 화이트리스트’도 밝혀질 것이다.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해온 판사들의 면면이 드러나는것은 시간문제다. 내년 2월 법원의 정기인사가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9월 취임사에서 “대법원장의 권한 행사는 한 사람의 고뇌에 찬 결단이 아니라, 민주적인 절차와 방식에 의해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대법원장 한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시스템과 절차에 따라 사법부를 개혁하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본 기자는 김 대법원장의 지나온 삶의 방식과 철학을 명확히 알지 못한다. 그의 향후 행보를 점치는 것도 쉽지 않다. 김 대법원장은 자신의 말 한마디에 ‘적폐를 청산하려는 자’와 ‘적폐청산을 부정하고 저항하는 자’들이 보이는 반응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적폐는 청산돼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일관성 있는 민주적인 절차에 의한 청산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당성은 필수 항목이다. 이를 누가 거부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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