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힘없는 세계경영 대우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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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2-13 00:04:20

“1998년 10월 노무라증권이 발표한 ‘대우에 비상벨이 울린다’란 이름의 보고서가 발표되지 않았더라면…”

누군가는 그렇게 언급했다. 이른바 ‘세계경영’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최빈국에서 동유럽·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을 개척한 대한민국의 상징이었던 대우의 몰락에 대한 일종의 아쉬움이 배어 있는 한 마디였다.

그러나 그 보고서는 대우건설 종말의 신호탄이었을 뿐이다. 이미 대우건설은 금융산업 진출로 보폭을 넓히느라 부채비율이 상당히 높아진 상태였다. 더욱이 몸서리치게 추웠던 오늘의 한파보다 더 시린 IMF 금융위기가 한반도에 상륙했던 때였다. 위기의 벼랑에서 맞게 된 강풍 앞에 흔들릴 줄 알았던 대우는 추락했다.

장기간 도피생활을 이어 온 김우중 회장을 향한 세간의 평가는 여전히 상당한 온도차를 보이지만 당시 대우그룹의 몰락을 지켜본 이들은 한 목소리로 “충격적이다”고 얘기했다. 41개 계열사는 매각되거나 워크아웃을 속속 신청했고 회사가 이리 찢기고 저리 찢겨 시장을 떠돌아야 했다.

“충격적이다”고 입을 모은 사람들 중 상당수는 “아쉽다”고 논했다. 그 대상은 어쩌면 해외를 누빈 대우였기에 그랬을 것이다. 여전히 대우란 브랜드가 곳곳에 흔적처럼 우리 산업현장에 남아있는 가운데 한강의 기적을 일군 당시의 역군들은 여전히 대우를 추억하고 있다.

자동차·전자·중공업·군수 등 다방면에 두각을 나타냈던 대우그룹 출신 업체들이 워크아웃에서 벗어나는데 상당한 공을 들인 반면 대우건설의 회복은 굉장한 속도감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아파트브랜드 ‘푸르지오’를 바탕으로 2002년 워크아웃에서 벗어나 명실상부 대표건설사로 자리매김 해 온 것이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2017 브랜드평판’ 건설업체 순위에서도 삼성물산·현대건설·대림산업에 이어 당당히 4위에 이름을 올린 대우건설이 이르면 내달 초 새 주인을 만나게 될 전망이다. 새 주인 후보로는 호반건설과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 그리고 사모펀드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당초 산업은행은 50.75%의 지분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약 2조원 이상에 대우건설을 매각할 계획이었으나 12일 종가기준 2조3358억원에 불과한 대우건설 시가총액이 방증하듯 1조원 중반에 새 주인이 정해지게 될 요량이다. 대우의 신화를 기억했던 이들을 중심으로 다소 “걱정스럽다”는 반응도 감지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행여 대우건설이 외국계 자본의 품에 안기게 될지 여부를 우려하는 것이다. 더욱이 시장전망 역시 중국의 CSCES가 유력하게 내다보는 분위기다. 유일하게 뛰어든 국내자본 호반건설의 자금동원능력 또한 우수한 평가를 받지만 이미 3곳으로 압축된 새주인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두 곳이 외국계 자본이라는 점에서다.

무어라 형용할 순 없지만, 비록 내 것은 아니지만, 대우건설이 중국자본의 품에 안길 수도 있다는 현실이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보다 아쉬움에 젖게 하는 오늘이다. 그들에게 대우란 성공과 번영을 상징하는 추억이지만 추억은 아무 힘도 없다. 그저 산업은행이 희망하는 최고 낙찰가에 근접한 금액을 누가 적어 내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사실 누가 주인이 되느냐가 큰 대수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 쓰이는 까닭은 그 힘없는 추억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추억은 힘이 없지만 축적된 노하우의 힘은 거대한 기업이 대우건설이다. 그래서 더욱 새 주인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도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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