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25년 구형을 바라보는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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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25년 구형을 바라보는 소회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2-15 07:03:26

검찰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물인 최순실(61) 씨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1심 선고심에서 재판부가 검찰 구형량대로 선고한다면 최순실 씨는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출소하게 된다.

사안의 중대성을 봤을 때 감형을 받을 여지도 없다. 최순실 씨가 검찰의 구형 직후 “감옥에서 죽으란 말이냐”며 항변한 것도 십분 이해할 만하다.

최순실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행사했다. 심지어 박 전 대통령 머리위에 올라 앉아, 국가와 기업들의 곳간을 제 곳간인양 부정축재를 일삼았다. 그의 눈밖에 난 고위 공무원들은 어김없이 쫓겨났다. 부여받지 않은 권력이 부여받은 권력을 지배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과 측근들은 한 술 더 떠 최순실 씨의 전횡과 박근혜 정권의 부정부패를 비판하는 국민들의 입을 틀어 막았다.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국민들을 ‘자신들에 대한 도전세력’으로 규정했고, 경찰들을 동원해 폭력을 행사하고 연행했다.

법치주의가 흔들린다며 ‘국민들은 법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그들의 민낯은 비리와 불법 그 자체였다. 법치주의는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라는 것이 아니라 법에 규정된 대로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는 말뜻을 철저히 왜곡했다.

의기(義氣)있는 검사·공직자·정치인은 어김없이 사찰 대상이 됐고, 좌천되거나 철창행 신세가 됐다. ‘최순실 공화국’에 저항하던 국민들의 값비싼 죽음은 빛을 바랬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최순실과 박근혜, 그리고 측근들이 저지른 전횡과 비리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최순실 씨 못지 않는 중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사람은 13가지 혐의에 대해 공범으로 얽혀있다. 박 전 대통령의 주요 혐의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는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뇌물액수가 1억원 이상이면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집행유예는 꿈도 꿀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최순실 씨의 항변처럼 교도소에서 그의 일생을 마칠 수도 있다. 불행한 일이다. 박 전 대통령이 국민들의 목소리에 한번만이라도 귀 기울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중국 전한시대 역사가인 사마천의 사기 화식열전에는 정치수준을 5단계로 나눈 대목이 나온다.

가장 최선의 단계인 1단계는 백성들을 통제하지 않고 알아서 하도록 간섭하지 않는 순리의 정치다. 2단계는 백성들에게 이익을 줌으로써 잘 살게하는 정치, 3단계는 백성들을 훈계하는 정치다. 4단계는 백성을 법으로 제압하고 다스리는 정치, 마지막 최악의 정치단계는 백성들과 다투는 정치라고 말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바로 4단계와 5단계 정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부패한 권력을 꾸짖는 국민들을 향해 ‘법을 지키라’며 잡아 가뒀다. 국민들과 대화하고 토론하기 보다는 경찰들을 동원해 차벽을 쌓아놓고 다투기에 바빴다. 사마천이 지적한 하지하(下之下)의 정치, 그 전형을 보여준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박 전 대통령의 실패를 발판삼아 출범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를 상회하는데서 보듯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그러나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비판받지 않은 권력은 더욱 그렇다. 국민들의 감시와 참여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를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들의 비판에 귀 닫고 다투기를 일삼았던 정권의 말로를 우리는 지금 목도하고 있다. 더 이상 박근혜와 같은 불행한 대통령이 나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김진강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kjk560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