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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강남 집값이 다른 지역에 비해 가파르게 오르면서 현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대책과는 역주행을 하고 있어 또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강남3구 부자1번지들의 집값이 상대적으로 더 뛰고 있는 것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서민용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들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자 억제정책이 오히려 부자를 위한 정책이 되고 있으니 아이러니다.
실제로 강남 부동산 업주들은 강남 부자들이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내심 반색하고 있다는 말을 전할 정도다. 일부 재건축 단지들 사이에서는 속된 말로 자고 일어나면 몇천만원씩 아파트 값이 오르다보니 현 정부에 표정관리를 해야겠다는 우스갯 소리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결국 국민들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과거 노무현 정부시절과 흡사하게 억제할수록 집값이 올라가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며 ‘예견된 헛발질’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강남4구의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국 평균의 무려 다섯 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4구는 4.8% 올랐지만 전국 평균은 1.0% 오르는데 그쳤다. 수도권 전체로 봐도 서울과 경기가 각각 3.8%, 1.7% 오르는데 머물러 강남의 나 홀로 상승이 확실했다. 더욱이 수도권 이외의 아파트 가격은 되레 0.3% 하락했고 광역시를 제외하면 하락률이 마이너스 1.4%에 달해 강남은 그야말로 독야청청인 모습이다.
전 정부 시절인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올 들어 주택시장은 침체양상을 보이면서 강남 재건축 단지도 주춤해 효과를 거두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조기대선을 거치면서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서울 아파트값이 가파른 역상승세를 타더니 일부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급등세가 도미노 현상처럼 확산돼 갔다. 내년 시행되는 초과이익환수제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강남 재건축 단지 상승세는 예상을 훨씬 초월했다. 인근 아파트들까지 몇 개월 새 수억원씩 올라 강남권 전체 시세를 끌어 올렸다.
화들짝 놀란 문재인 정부의 첫 방어막이었던 6·19 부동산 대책은 대출을 옥죄고 분양권 거래를 제한하는 조치였지만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 대책 며칠 뒤 취임한 김현미 장관은 노골적으로 강남 투기수요와의 전쟁을 불사하는 의지를 피력했다. 다주택자는 아예 투기수요로 규정하고 강력한 칼을 휘둘렀다. 40여일만에 나온 8·2 부동산 대책은 강남3구를 정조준해 화살을 쏘아댔다. 투기과열지구가 6년만에 부활하면서 강남3구는 현 정부의 ‘부동산 주적’이라고 불릴 만 했다. 연이어 한 달 뒤에는 9·5 부동산 대책이 또 나오면서 부자지역인 분당도 현 정부의 과녁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강남아파트들은 강세를 지속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웃는 상황이 지속됐다. 주택담보 대출을 옥죄기 위한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까지 나왔지만 강남 부자들의 아파트 사자 행렬은 계속되기만 했다. 서초구의 한강변 스카이라인 재건축 아파트들이 오름세를 주도했지만 강남구의 도곡·대치·역삼 트라이앵글 지역의 오름세 또한 격하다고 표현될 정도로 뛰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들은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여전히 강남부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일련의 정황들을 보면 현 정부의 강남 정책은 사실상 실패작이다. 그런데 누가 봐도 강남집값 역주행은 예측된 사안이다. 따라서 강남을 향한 부동산 정책이 서민들을 위한 포퓰리즘이 빚은 결과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반추하면 강남 옥죄기는 그 역작용을 예상하고 남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남은 누를수록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전 정권에서 경험했음에도 똑같은 패턴이 그대로 드러났다. 과연 예상을 못한 것인지 아니면 애써 간과한 것인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최근 20년간의 역대 정권기간별 집값추이를 보면 노무현 정부 시절에 23.5%가 올라 문민정부로는 집값 상승률 최고점을 찍었다. 앞서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집값 상승률이 0%였고 김대중 정부 당시에는 IMF 직후 강력한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18.9% 오르는데 그쳤다. 이어진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에서는 각각 13.3%, 8.7% 상승하는데 머물렀다. 나아가 서울의 집값, 그 중에서도 강남집값 오름세를 보면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정부 시절 서울 집값 상승률은 41.0%를 보였는데, 김대중 정부 시절 33.6%보다 높았다. 이 역시 문민정부 최고 상승률이다. 강남만을 봐도 노무현 정부시절 50.3%의 문민정부 최고 신장세를 보였다. 이는 김대중 정부시절 49.2% 보다도 앞서는 수치였다. 주목되는 것은 같은 기간 강북은 31.3%가 올라 확연히 대비됐다는데 있다. 반면 MB정부 당시 강남3구를 투기지역에서 해제했는데도 불구하고 강남은 3.6%에 오른데 그쳤을 뿐만 아니라 강북은 4.9% 오른 점이다. 강남집값의 오름폭도 작지만 강북이 더 많이 오른 상황이 주목된다.
강남집값은 따라서 웬만하면 예측 가능한 일이 됐다. 강남집값을 잡으려면 압박보다는 시장에 맡기거나 달래는 정책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현 정부 정책 당국자들이 이를 모른다고 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따라서 아직도 일관되게 강남 옥죄기를 지속하는 것은 오해를 받는다.
주지하다시피 강남 옥죄기에 따른 역주행 현상의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희소성이다. 국민 대부분 부자만 된다면 강남 입성을 희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정부는 그 문을 지속적으로 틀어막으려 하고 있다. 전례를 보면 강남 문이 좁아지면 투기바람이 더욱 거세졌다. 강남 부동산 시장의 변수는 부자들이라는 특성 때문에 무한히 많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이 불과 몇 개의 틈으로 전체를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더 많은 변수들이 발생해 일시적인 하락요인만 발생할 뿐 결국 더 큰 폭으로 올라왔다.
거시적으로 보면 당초 올해 세계 주택시장은 대붕괴 가능성이 나온 것이 사실이다. 한국 부동산 시장은 강남을 중심으로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이 나왔다. 이 같은 글로벌 요인이 강남집값을 떨어뜨리거나 최소한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들이 다수 있었기에 정부는 지켜만 보아도 될 환경이었다. 재건축 단지들이 요동을 친다해도 일단 추이를 보면서 시장 메커니즘을 믿는 인내가 필요했다. 과거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충분히 그렇게 해야 했지만 모든 것을 급하게만 처리했다.
서민들을 위한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강남주택은 서민들에게 그림의 떡이 됐다. 평당 1억을 호가하는 아파들이 탄생하고 30평대 아파트들이 여기저기 수십억대를 호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남정책의 실패로 인해 빈부격차가 더 벌어진데 대한 국민적 자괴감은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다. 현 정부는 그럴 의도가 추호도 없었다고 해도 책임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예측 가능한 부작용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는 것은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강남불패 신화를 만들어주는 정책이 결과적으로 눈앞에서 계속 벌어지고 있는데도 서민정책이라고 고집한다면 자기기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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