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채용, 실적보다 전문가 양성해야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전문가칼럼

김덕용의 '바른보험'

소비자 피해 가중 우려…유인책 이용한 보험설계사 모집 지양돼야

김덕용 필진페이지 + 입력 2017-12-26 02:04:07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안 나는 법이다. 보험회사의 영업인 채용 시스템을 보면 필자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다. 보험회사는 늘 자신들의 영업이익을 증대시켜줄 보험 모집인들을 채용하기 위해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정착자금, 교육자금 지원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GA라고 불리어지는 보험 대리점의 경우는 지극히 드문 현상이나 원수사(OO생명, OO손해보험, OO화재)의 경우는 채용을 하게 되면 대부분 위와 같은 지원을 해준다. 하지만 지원이라는 단어는 그럴싸한 유혹일 뿐 보험설계사에게는 독이든 성배라고 지적하고 싶다.

보험회사는 지극히 영업이익만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영리 조직이다. 그런데 성과를 내야 그에 합당한 월급을 지급해주는 시스템에서 보험 모집인이 일도 하기 전에 각종 자금을 회사로부터 정착 목적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대가 없이 그냥 받는 다는 것은 전혀 납득하기 힘들다. 분명 이유가 있다. 바로 받은 만큼 일해서 갚으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러한 얄팍한 꼬임에 많은 사람들이 속아 이 일을 시작해 많은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인 영업도 모자라 지인을 꼬셔 보험인 모집자격을 취득하게 하는 경우이다. 보통은 보험 모집인 코드만 내달라는 식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교육만 받으면 적게는 3개월부터 많게는 6개월까지 교육비가 나온다고 정말 좋은 기회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실제 교육을 듣게 되고 시간이 흐르게 되면 곧 영업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든 회사들이 그런 것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일정금액의 실적을 채워줄 것을 강요한다. 만약 실적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지급된 각종 지원 자금들을 회수 시킨다. 그 모양새가 꼭 보험회사가 소비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듯 각종 지원 자금을 받은 보험 모집인을 상대로 최소한의 책임을 묻는 것이다.

결국 이 과정 때문에 대부분의 초보 보험 모집인들은 흔히 ‘팔자에도 없는 영업’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그럼 제대로 된 직업정신과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실적 채우기식 자기계약 체결을 비롯해 지인 영업을 행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본인을 포함 보험을 가입한 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보험이라는 것은 소비자의 니즈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보험모집인의 양심적인 판단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데 이제 막 영업을 시작한 보험모집인이 기준점이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현명하게 판단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단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자신이 받은 돈은 모두 환수 당할 수 있기에 실적을 맞추는 것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영업목적의 1순위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과정은 악순환 되듯 계속해서 반복이 된다. 그럼 자연스레 생길 수 있는 잘못된 보험가입으로 인한 각종 피해는 소비자의 몫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은 마냥 환영받지 못하는 직업 중 하나이다. 이는 자기주머니 이득만 생각하는 적잖은 보험설계사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분명 보험회사의 보험 모집인 채용시스템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필자는 얘기하고 싶다. 사실 필자의 입장에서는 영업인만 늘려 놓으면 최소한 그 주변인 몇 명이라도 가입시킬 수 있다는 계산을 보험회사는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 물불 가리지 않고 일단 일할 사람부터 뽑자고 생각하는 것이다.

보험설계사는 전문지식이 필요한 직업이다. 그런데 각종 유인책을 이용해 보험설계사를 채용한다는 것은 정말 이치에는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보험회사들은 이제부터라도 최소한 현재 채용 시스템만큼은 점점 지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를 위해 일을 할 수 있는 전문인을 양성하는 것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김덕용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