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거울에 반사된 동양의 일그러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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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의 인문 책방…에드워드 사이드 <오리엔탈리즘>

서양은 어떻게 ‘동양’의 이미지를 발명했는가

고태경 필진페이지 + 입력 2017-12-30 17:11:39

‘고요한 아침의 나라’. 구한말의 상태를 지칭한 서구인들의 이 표현은 제국주의 시기 서구인들의 ‘동양’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동양이란 무엇일까. 에드워드 사이드의 이 책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은 ‘동양학’ 혹은 ‘동양론’으로 번역될 수 있다. 서구인들의 식민주의의 역사는 16세기 신대륙의 발견에서부터 19세기 동양의 침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진행된다.

타인을, 특히 특정 개인을 넘어 거대한 민족 집단을 지배한다는 것은 매우 복잡한 과정을 수반하게 되어 있다. 일제 식민지시기에서도 나타났듯 힘을 활용한 직접적 억압은 그 시작점에 불과하다. 폭력을 더 강고히 하는 것은 문화의 지배이며 문화는 언어에 대한 통제로부터 식민속국에 대한 이미지 변조를 강력히 수반한다.

서양의 식민주의적 팽창은 ‘동양’의 특정한 이미지를 직조하며 등장했다. 사이드는 이 과정을 당시의 좌우파 주요 지식인들의 문헌을 검토하며 상세히 분석한다. 우파에서는 에르네스트 르낭이, 좌파에서는 마르크스가 주효하게 소환된다.

좌우를 막론한 식민주의적 ‘동양’의 이미지

‘동양’은 18~19세기를 경과하며 새롭게 직조되기 시작한다. 동양이란 어떤 곳일까. 서양의 19세기는 일종의 이중혁명으로부터 출발했다. 프랑스에서 발동한 대중봉기는 신분제의 철폐를 수반하고, 근대적 인권선언을 가능케 했다.

마찬가지로 영국에서 발동된 산업혁명 역시 근대 자본주의에 가속패달을 달아 줬다. 이러한 두 개의 혁명들을 통해 당대 서양 지식인들에게 생겨난 핵심 관념이 바로 ‘역사’라는 개념이었다.

요컨대, 역사와 함께 항상 소급된 것은 ‘진보’라는 관념이었다. 마르크스는 생산력의 진보를 통해 역사가 노동계급의 해방을 수반할 거라 진단했다. 진보의 관념은 또한 진보를 체현할 집단적 실체를 상상케 했다.

19세기는 민족의 시대이자, 민족들 간의 갈등이 첨예화되고 민족주의적 감성과 이데올로기가 강하게 부상한 시기이기도 했다.민족은 단결된 공동체 정신을 갖추게 되고, 서양은 정치와 경제의 발전을 통해 역사의 진보를 경험할 거라는 데 좌우를 막론한 지식인들의 합의가 있었다.

반대로 서양의 저 반대편에 놓인 동쪽의 나라들은 상황이 상이했다.‘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표현에서 나오듯, 동양에 수반된 것은 진보와 혁명의 역동적 이미지가 아니었다. 오히려 동양은 서구적 역사로부터 벗어난 곳으로, 발전되지 못했으며 아직 문명의 틀에 들어서지 못한 곳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관념을 공유한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 중 한 명이 바로 칼 마르크스였다. 그는 인도를 목가적 나라로 보았고, 영국의 제국주의적 침탈이 인도의 정체되고 목가적인 공동체 공간을 파괴해 새로운 역동성과 혁명의 가능성을 부여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미지의 발견과 지배의 정당화

마르크스의 관점이 영국의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인도 자체를 문명 밖의 공간으로 봤다는 점은 분명했다. 우파 지식인 르낭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19세기 민족주의의 부흥 속에서 서양은 문명을 선도하는 세력으로 인식되었고, 자연스레 그 반대이미지로 ‘동양’은 무기력하고 미발전된 지역으로 이미지화됐다.

왜 이러한 왜곡된 이미지가 만들어졌던 것일까? 이 오인된 이미지는 단순한 무지의 결과는 아니었다. 19세기는 놀랍도록 동양학이 발전한 시기였고, 이 학문의 발전은 동양에 대한 제국주의적 지배의 기술들을 정교화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미셸 푸코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사이드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담론은 지배당하는 이들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면서 그들을 규율시키게 된다. 사이드의 말처럼 오늘날 세계의 모든 이들은 서양의 모델에 따라 살고자 한다.

아메리칸 라이프 스타일은 비미국인들이 추종하는 어떤 표준이 되었다. 이 과정은 반대로 백인의 피부를 갖지 않고, 서구의 문물을 따라가지 못한 민족들의 자기모멸을 낳기도 했다.

19세기 동양학의 발전은 서양 백인들의 권력이 전 지구적으로 팽창되는 과정을 수반했다. 이런 점에서 ‘동양’의 발견은 식민 이후에도 지속되는 서구인들의 포스트식민적 지배를 가능케 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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