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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금융지주사 가운데 당장 올해 3월과 4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인물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이다. 둘다 3연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 수장인 최흥식 원장은 금융지주 회장의 후계구도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최 원장이 지적한 부분은 금융지주 회장이 스스로 ‘셀프연임 및 셀프추천’,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 부재’, ‘유명무실한 사외이사 제도’ 등이다.
사실 금융사의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은 오랜 기간 지적돼온 사안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하필이면 금융지주 CEO들이 임기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지배구조 문제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에서는 또 다시 관치금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특정 인사나 금융회사를 겨냥한 발언은 아니라고 최 원장이 재차 선을 그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관치가 국내 금융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해왔다는 점에서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실제로 국내 금융사 CEO의 임기는 대부분 2~3년에 불과한데, 그마저도 정권이 바뀌면 임기가 남은 인사라 하더라도 교체가 빈번하게 이뤄져온 사례가 적지않은 탓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금융지주사 역대 회장의 평균 재임기간은 3년1개월 남짓이다. 재일교포 주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10년 가까이 신한금융을 이끌어온 라응찬 전 회장과 한동우 전 회장, 하나금융 김승유 전 회장 등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금융지주에서는 3년을 넘기지 못했다.
이와 달리 해외에서는 금융사 CEO의 임기가 길다. 월스트리트 등이 소재하고 있는데다 금융강국이라 불리는 미국의 경우 상위 은행 CEO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7년7개월에 달했다. 국내 금융지주 회장에 비해 2배가 넘는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13년째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고, HSBC의 스튜어트 걸리버와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씨티그룹 마이클 코뱃 등도 5년 이상 수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실상 한국보다 금융선진국으로 평가받고 있는 곳들은 대부분 금융사들의 CEO 재임기간이 긴 셈이다. 이처럼 해외 금융회사들이 CEO재임 기간이 긴 배경에는 단기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는 덕분이다. CEO들의 임기가 짧으면 재직기간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만큼 장기 전략이나 경영혁신을 추진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밟아왔던 단계를 답습하는 시기가 아니라 전인미답의 길을 새롭게 개척해 나가야하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특히 금융은 4차산업혁명에 가장 밀접한 분야로 손꼽힌다. 핀테크부터 블록체인까지 현재까지 이미 실현됐고 앞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가 금융이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단명하기 일쑤인 CEO가 과연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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