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간산 정책추진 위태한 인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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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간산 정책추진 위태한 인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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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1-03 00:02:17

해외여행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지난해는 그 정점을 찍은 한 해였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해외여행을 떠난 국민만 2400만명이다. 역대최고수준이다. 올해 역시 지난해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의 국민이 해외로 나설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흔히 여행 또는 관광이라는 표현을 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언뜻 유사한 두 단어는 미묘한 차이를 지녔다. 사전은 관광을 ‘다른 지방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 그곳의 풍경, 풍습, 문물 따위를 구경함’이라 소개한다.

여행은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로 정의한다. 의미만 놓고 봐서는 관광을 여행의 하위분류쯤인 셈이다. 또 주목할 만한 것, 두 단어의 의미차이를 가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단어가 ‘구경’이다.

사실 두 단어의 차이는 굳이 사전을 들출 필요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두 단어를 사용하는 언중들의 태도에서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이란 색다른 지역과 문화에서 잠시나마 녹아들어 체험한다고 인지되는 반면 관광은 사전적 의미대로 ‘구경’의 색채가 짙다.

배낭여행·자유여행을 여행에 가깝게 패키지여행은 관광에 가깝게 인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행이 보편화되면서 보다 많은 이들이 중점을 둔 것은 관광이 아닌 여행이었다. 그저 구경하는 것이 아닌 잠시나마 조금이라도 본질을 제대로 느끼고자 하는 수요층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였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여행객이든 관광객이든 출국을 위해 대다수가 거치는 공항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여행보단 관광에 가까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를 실현시키겠다고 공헌한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야기다.

정책의 필요성보다 권력의 필요성이 우선적으로 작용했다는 비판 속에서 시작된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제로화’는 동시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장밋빛 환상이 부각됐다. 하지만 막상 실행하는 과정에서 잇단 잡음과 내홍이 이어지면서 우수한 인재들의 이탈현상까지 점쳐지고 있다.

정규직 채용이 예고된 협력사들을 중심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 채용을 노린 불법·특혜채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공사 차원에서 이를 방지하고자 채용비리 신고센터를 설치 운영 중이지만 적발사례보다 의심사례가 훨씬 많다는 증언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협력사 노조 및 간부 등의 지인 및

인맥 채용사례, 부당 전보나 인맥으로 인한 승진 등 특혜제공 관련 내용이 주를 이룬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소식을 직접적으로 접할 수밖에 없는 현재 공사 정규직들의 상대적 박탈감 또한 크다.

벌써부터 우수한 직원들의 이탈조짐도 감지된다. 글로벌 1위 공항에서 근무하는 자부심과 안정적인 고용보장 높은 임금을 자랑하는 이곳 공사는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를 줄여 부르는 말)이라 불리며 ‘신의 직장’으로 읽힌다.

대부분 취준생들이 지원조차 꿈꾸지 못한 이곳에 우수한 인재들이 집중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을 것이다. 그들은 이번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하향평준화’로 인지하고 있다. 이들은 대다수 비정규직 또는 협력사 직원들이 충분한 복지·급여·고용보장 등이 담보된 가운데 근무해 왔다며 갑작스런 정부정책이 불필요했음을 지적하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그들의 인지를 옹호하고자 함은 아니다. 다만 이 같은 기조대로라면 그들의 인지가 현실화될 수 있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수한 인재들이 이직을 고민하고 또 상당수는 벌써부터 타진 중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1위 공항을 이끈 훌륭한 직원들의 이탈은 곧 인천국제공항의 질적 하락과 하향평준화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20년 가까이 노력해 온 결과로 인지하는 그들에겐 이번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곧 보상감의 문제와도 결부된다. 특히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은 셈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올 수 없는 공사 입사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모두가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곳으로 변모 중이기 때문이다.

현실을 인지해야 한다. 모두를 위한 정책과 공약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나, 그것이 남보다 수없이 노력하고 스스로를 채찍질 해 경쟁에서 승리한 이들의 성취감을 무너뜨려선 안 된다.

인재도 경쟁력이다. VIP에 선보일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공항의 경쟁력을 위한 최선의 선택 또한 등한시 돼선 안 됨을 살펴야 할 때다.

[김도현 기자 / 생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도현 d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