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방카슈랑스…은행·보험 업계 각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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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용의 '바른보험'

실적 채우기식 영업방식 문제…판매자들 ‘왜’ 판매하는지 알아야

김덕용 필진페이지 + 입력 2018-01-08 01:15:47

은행에서도 보험가입이 된다. 바로 방카슈랑스상품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방카슈랑스란 은행과 보험의 프랑스 합성어로 현재 은행과 보험회사의 협력 하에 소비자에게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일컫는다. 국내에 소개가 된지는 어느덧 20년이 다 돼가지만 현재 이와 관련해 많은 허점들이 드러나고 있어 업계의 각성이 요구되고 있다.

얼마 전 눈에 띄는 기사를 하나 접했다. 바로 방카슈랑스를 판매하는 은행의 직원들이 정확히 무엇을 판매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보험 상품에 가입시킨다는 내용이었다. 그 예로 보험료는 5만원 내외이면서 암 진단시 1000만원이 채 안 되는 보장을 받게 되는데 가입한 소비자는 그렇다 하더라도 가입을 권유하는 은행직원 또한 그 사실을 제대로 모르고 있어 그 심각성을 알리는 보도기사였다.

다른 곳도 아닌 은행이고 나름대로 엘리트라고 일컫는 은행 직원들인데 과장이 심한 것은 아닐까 의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을 비춰 봤을 때 이 기사의 내용은 지극히 정상이다. 다시 말해 방카슈랑스의 민낯을 사실 그대로 드러낸 솔직한 기사라는 것이다. 그동안의 상담을 토대로 보면 실제 보험회사가 아닌 은행에서 보험 상품을 가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보험 상품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는 경우부터 가입한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경우까지 한숨을 내뱉은 사례가 부지기수다. 무엇이 문제이기에 적잖은 사람들이 방카슈랑스 가입 후 자꾸만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일까.

사실 보험설계사들은 보험 상품 판매를 위해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신입시절부터 보험과 관련된 소정의 교육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그리고 상품교육도 정말로 많이 접한다. 하지만 은행직원들은 소정의 교육은 모르겠으나 보험 판매를 위한 제대로 된 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분명 일반 보험설계사들과는 판매채널이 다르지만 금융상품의 하나인 보험 상품을 판매한다는 공통분모를 가진 이상 지켜야 할 각종 의무사항은 거의 다를 것이 없을 텐데 말이다. 업계는 꼭 한 번쯤은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은행도 실적이 중요한 조직이다 보니 실적채우기식 영업방식이 보험회사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은행에 근무하는 필자의 지인의 경우도 보험 상품을 판매했을 때 실적에 쫓겨 거의 강매에 가까운 권유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심지어 항상 해당 직원들은 알게 모르게 압박에 의해 의무로 보험 상품들을 가입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어차피 자기가 무얼 가입시키고 있는지 모르기도 하고 오로지 자신이 속한 지점이 얼마의 실적을 내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럼 그로 인한 피해는 또 다시 소비자에게로 돌아가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법, 규율, 협약, 규칙, 의무사항. 이것들의 공통점은 지키고 위반하지 말 것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보험시장에서는 이와 관련된 것들을 피해만 가면 된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변명 같지 않은 변명으로 늘 방어를 해보려 하지만 실수도 자꾸만 반복이 되면 범죄가 될 수 있다. 지금의 방카슈랑스가 그런 것 같다.

또한 모든 사례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실적증대라는 측면에서 자꾸만 판매위주로 가다 보니 이제는 적금이율 우대, 대출이자에 대한 금리할인, 대출승인에 따른 의무 아닌 의무가입 등 소비자에게 약속 이행의 담보조건으로 상품을 가입시키고 있는데 이 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러니 설상가상으로 소비자가 더욱더 상품에 대해 제대로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방카슈랑스도 분명 보험 상품이다. 최소한 필요에 의해서 가입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판매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왜 판매하는지 만큼은 판매자들에게 교육을 시켜야 마땅하다. 보험판매뿐만 아니라 다른 일도 많아서 그럴 시간이 없다고 한다면 판매를 하지 않으면 될 것 아닌가. 적어도 소비자를 우롱하는 영업행태는 앞으로 점점 지양돼야 마땅할 것을 명심해 줬으면 한다.

김덕용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