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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KT 회장의 책임경영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연이은 ‘권력형 비리’ 연루 의혹으로 강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자리보존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황 회장을 둘러싼 책임경영 부재 논란의 결정적 배경에는 얼마 전 단행한 임원인사·조직개편이 자리하고 있다. 황 회장은 자신을 보좌하던 측근들을 배척하면서도 조직개편을 통해 자신의 입지는 더욱 공고히 했다.
KT 안팎에서는 이번 결정에 회의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는 분위기다.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의혹 등을 비롯해 각종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국민기업 KT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야심차게 진출한 신사업에서도 부진을 겪는 데 대한 책임을 모두 주변으로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임헌문·맹수호·이남기·채종진 돌연 사임…“박근혜 지우기에 황창규 측근 대거 희생”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돌연 사임을 선언한 임헌문 전 매스총괄 사장은 그동안 황창규 회창의 최측근으로 분류돼 온 인물이다. 황 회장이 처음 KT 회장에 취임한 후 대대적인 물갈이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삼성맨들 영입에 열을 올릴 때도 거의 유일하게 지근거리 배치를 결정한 KT 출신 인물이었다. 당시 임 전 사장은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KTF 마케팅전략실장, KT Customer부문장(부사장) 등을 역임한 임 전 사장은 2014년 Customer 부문장에 임명됐다. 지난 2015년 말 마케팅부문과 Customer 부문을 모두 책임지는 매스총괄 사장으로 승진하며 승승장구 했다.
임 전 사장은 지난해 말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의혹으로 황 회장을 향한 사퇴 압박이 거세지자 KT 차기 회장 후보로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임 전 사장이 이번 임원인사에서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스스로 사임한 데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황 회장 측근 중 돌연 사임을 한 인물은 임 전 사장뿐만이 아니었다. 맹수호 전 CR부문장(사장)도 돌연 용퇴 의사를 밝혔다. 맹 전 사장은 KT 내에서 자금, 재무, 대외협력 등 경영의 핵심으로 불리는 부서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KT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부문장급 이상 직위를 지낸 인물의 경우 예우차원에서라도 KT를 떠나기 전 자회사 주요 직책을 맡게끔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인사 조치를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임 전 사장과 맹 전 사장 등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사전 언급 없이 인사조치가 이뤄졌다. KT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을 정도였다.
이남기 KT스카이라이프 전 사장도 지난해 말 임원인사를 앞두고 돌연 사임해 주목을 받았다. 이 전 사장은 KT 내에서도 대표적인 친박인사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임명한 청와대 홍보수석이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임명된 지 3개월 만에 자진 사임했다.
청와대에서 나온 이 전 사장은 이듬해 KT스카이라이프 대표에 올랐다. 당시 그의 선임을 두고 낙하산 인사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주변의 따가운 눈총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킨 이 전 사장은 임기 만료를 3개월 앞둔 시점에서 돌연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현재 KT스카이라이프 수장 자리는 공석 상태다.
이 전 사장의 사임을 두고 KT 안팎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 중 황창규 회장의 박근혜정부 그림자 지우기 행보로 보는 견해에 상당한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자신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친박’ 수식어를 이 전 사장에게 전가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이다.
황 회장이 이 전 사장이 맡고 있던 자리를 대행할 인물을 승진시킨 점은 이러한 주장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현재 KT스카이라이프 사장 대행은 강국현 운용총괄(부사장)이 맡고 있다. KT 내에서 마케팅부문장을 맡았던 그는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채종진 전 BC카드 사장도 선임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사임을 택했다. BC카드는 KT 계열사 중에서도 알짜로 평가되는 곳이다. 그는 황 회장 대신 지난해 12월 방중 경제사절단 명단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대내외의 신망이 두터운 인물이었다. 채 전 사장의 빈자리는 이문환 KT 부사장이 대신하게 됐다.
입지 추락한 KT 2인자, 황창규 직속 체제 벗어난 골칫거리 사업부서
황 회장의 깜짝 인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KT의 2인자로 불리던 구현모 사장은 상대적으로 지위가 하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경영지원 총괄을 역임하며 사실상 KT의 안살림을 전부 도맡았던 구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경영기획 부문장으로 발령났다. 담당하던 조직 자체가 사라진 결과였다.
구 사장은 KT 비서실장 겸 전략담당 전무 등을 역임하며 KT의 대대적 구조조정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이다. 사내이사 중 유일하게 KT CEO추천위원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앞서 황 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의혹으로 사퇴 압박을 받을 때에도 연임에 찬성표를 던지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황 회장으로부터 멀어진 부서도 존재한다. 바로 글로벌사업추진실이다. 지난 2014년 말 황 회장은 글로벌사업본부를 글로벌사업추진실로 확대하며 CEO 직속으로 편제했다. 하지만 조직의 덩치를 키운 이후에도 KT는 해외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최근까지도 KT 내 해외법인 상당수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새롭게 진출한 르완다(KT Rwanda Networks Ltd.), 우즈베키스탄(Super iMax LLC, East Telecom LLC) 등 해외 현지 법인의 적자가 두드러졌다.
글로벌사업추진실이 CEO직속에서 경영기획 부문 산하로 들어가게 된 배경에 이러한 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황 회장이 자신의 실패를 덮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게다가 해당 부서가 구현모 경영기획부문장 산하에 편입되면서 ‘책임 떠넘기기’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KT내부에서도 주요 임원진들의 예상치 못한 사임과 보직변경 등을 두고 ‘황창규 입맛 맞추기식 결정’이라는 비판이 불거져 나와 주목된다. 사퇴 압박을 받는 당사자가 아닌 측근들이 줄줄이 자리를 떠나는 데 대해 ‘토사구팽’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KT 노조 관계자는 “검증할 만한 자료는 없지만 내부 관계자나 소문 등을 통하면 사임한 전 사장들이 표면적으로는 ‘용퇴’를 내세우고 있지만 황 회장 자신의 자리보전을 위한 인사가 이뤄졌다는 얘기가 많이 들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KT 측은 이러한 해석을 부정하며 다소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맹수호·임헌문 사장 등 모두 후학양성을 위한 용퇴였다”며 “맹 전 사장은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에 그만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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