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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장래 선호하는 직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법 눈길이 가는 내용이 보였다. 종래와 같이 여전히 교사가 1위 직업이고 대부분 모험적이기 보다는 안정적인 직업군에 대한 갈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중·고 학생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운동선수, 경찰, 의사, 군인, 간호사, 요리사, 기계공학기술자 등이 선호되는 직업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법조인, 의사 등에 관한 선호도가 점차 감소한다는 점이다. 이들의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대중 미디어와 부모라고 한다.
눈에 띄는 대목은 중학생 47%, 고등학생 48%가 창업에 관심이 있다는 반응을 보인 점이다. 질문을 정확히 파악할 순 없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일단 고무적이다. 창업에 다소 소극적이긴 하지만 한번은 해볼 수 있다는 작은 변화로 이해된다.
지금 세계는 ‘혁신 경쟁’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스타트업 혹은 창업 열풍이 불고 있고 국가는 이를 백업하기 위해 갖은 정책적 수단을 동원한다. 이를 좀 더 진지하게 들여다보면 이러한 움직임은 ‘젊은이들의 기(氣) 살려주기’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10여년 동안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세계 경제 질서가 새롭게 태동하는 본격적인 뉴 노멀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또한 1970년대부터 시작된 세계화로 인해 개발도상국 위상이 강화되고 있고 부의 양극화 현상은 더 글로벌하게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제의 파이를 더 키워야 한다. 선진국발 4차 산업 혁명 주도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선상에 놓여 있는 젊은이들의 창의를 북돋워 창업을 부추기고 궁극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해 내겠다는 발상이다.
청년 창업을 확대 유도해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제도 정비와 더불어 사회적 여건이 성숙돼야 한다. 성실한 창업 실패에 대해서는 재도전이 가능토록 안전망을 탄탄하게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함께 지속 성장 가능한 청년 창업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하고 융자보다는 투자자금이 몰려들도록 해야 한다.
또한 시장수요 연계 혹은 상용화 검증 창업 조직에 정부 R&D 자금이 집중적으로 지원돼야 할 것이다. 판로 확보는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한 또 하나 중요한 요소로서 창업 초기 단계부터 타깃을 명확하게 유도해야 한다.
경쟁이 치열한 내수보다는 상대적으로 블루오션인 해외시장을 지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경쟁국과 마찬가지로 대학이 청년 창업의 실질적인 플랫폼이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 대학이 환골탈태해야 한다. 우리처럼 국방의 의무가 있는 이스라엘이 군대를 창업의 요람으로 육성해 성공적인 창업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랑스 마크롱의 리더십, 자국을 넘어 전체 유럽의 변화와 혁신 주도
정책 시스템이 확보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중요하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을 보면 자녀들이 고교를 졸업 후 부모로부터 거의 독립한다. 초기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청년들이 학비를 자발적으로 충당하며 경우에 따라서 휴학을 통해 일정 기간 사회 현장 경험과 모험심을 축적한다.
부모의 빈부와는 별개로 일종의 관행처럼 정착돼 있다. 심지어 유럽에서는 남녀 커플이 혼전 동거를 하면서 비용을 줄이고 학업을 교대로 이어가는 모습까지 비일비재하다. 부모의 재산이 자신과 무관하다는 것과 본인의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 나간다는 정신적 무장이 투철하다고 볼 수 있다.
서구 국가에서 더 많은 창업이 생겨나고 결과적으로 파이가 더 확대돼 선진국 위상이 유지되는 잘 알려지지 않은 비결 중 하나다. 유교적 전통 관습으로 부모가 평생 자식을 품고 가는 한국·중국·일본과는 확연하게 대조적이다. 이런 구조 하에서는 자녀들이 대부분 안정적인 직업군을 선호할 수밖에 없으며 자녀가 부모 재산에 대해 의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읽힌다.
경직된 유교적 가부장제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한국 사회가 서구와 같이 바뀌는 것을 기대하기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과 일본은 우리와 입장이 조금 다르다. 중국은 거대한 시장이 버텨주고 있고 시장경제 편입의 역사가 짧아 아직도 창업 붐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과 인구절벽 터널을 지나면서 최근 인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는 듯하다.
활기찬 청년 창업 국가가 돼야 지속적인 성장 동력이 창출된다는 점에서 우리도 이제 분위기 반전을 꾀할 때다. 중·고교 과정에서부터 창업 커리큘럼이 필연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글로벌 문화 코드와 상생·협력(콜라보: Collabolation),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공유 경제 등의 내용이 포함되는 것이 마땅하다.
대학은 이론 전수와 실전(實戰)이 동시에 진행되는 창업·스타트업이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글로벌 인재 혹은 자금이 모여들 수 있는 생태계 거점을 지역 혹은 대학을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우리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IT·문화콘텐츠·패션·한류 파생상품 및 서비스 등은 물론이고 대기업이 가진 글로벌 지명도를 활용해 우리 우산 속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중앙·지방 정부와 대기업이 팔을 걷어붙이고 경쟁력 있는 생태계 조성과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규제를 덜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규제는 플레이어들에게 비대칭적 정보를 제공하면서 공공 부문 비리와 부정부패만 양산할 따름이다. 암울한 청년 실업, 미래에 대한 비관론으로 가득한 젊은이들이 활개 칠 수 있는 새로운 무대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40대 초반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리더십은 출중하다. 대통령 취임 초기 60%대 지지율에서 30%대까지 떨어졌다가 작년 연말 54%대로 회복했다. 노동개혁·스타트업 육성·감세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성장률은 1.9%로 점프했고 고질적 두 자리 수 실업률은 한 자리로 감소했다. 유럽의 권력이 ‘미시즈 유럽(Mrs. Europe)’이라는 독일 메르켈 총리에서 마크롱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단기간에 일어난 실로 놀라운 유럽의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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