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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드업계가 때 아닌 성차별 논란에 휩싸여 곤혹을 치르고 있다. 카드사들이 고객의 소비 패턴에 맞춰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내놓은 서비스의 명칭과 할인 혜택 등에 성차별적 요소가 내포됐다는 지적이 제기된 탓이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카드사들은 소비자들의 카드 소비성향을 분석해 이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자주 이용하는 업종에 할인 혜택 등을 집중하거나 추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관련업계 및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양성평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는 가운데 일부 과도한 페미니즘 성향이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등 부작용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패턴 분석한 ‘고객 맞춤형’ 카드…“혜택 많아도 명칭 싫다” 분분
KB국민카드는 지난해 10일 라이프 스타일과 성별에 맞는 혜택이 담긴 ‘서비스 팩’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는 ‘KB국민 탄탄대로 미즈 앤 미스터 카드’를 출시했다. 해당 카드는 일상생활에서 이용이 많은 업종에 대한 혜택이 담긴 남성팩, 여성팩, 웨딩팩 등 3가지 서비스팩 중 1개를 선택할 수 있다.
남성팩은 건강 관련 혜택을 강화했다. 스포츠·골프 업종, 식품배송업체, 주유소, 음식점, 편의점, 약국 이용 시 할인받을 수 있다. 여성팩은 미용 관련 특화 혜택을 담았다. 미용·화장품 업종, SPA패션, 백화점, 대형마트, 대중교통, 커피·베이커리 이용시 할인된다.
국민카드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혜택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야심차게 공개하자마자 몸살을 앓았다. 일부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신용카드 서비스팩의 명칭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들은 국민카드가 남성은 스포츠에 여성은 뷰티에만 관심 있는 것처럼 서비스팩 명칭을 짓고 이것이 성별에 따라 특정 행동, 역할 등을 강요하는 선입견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카드도 지난해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카드를 추천해주는 마케팅에서 문제를 지적받은 바 있다. 홈페이지에서 카드를 추천할 때 남성과 여성에 따라 카드 소개, 혜택 등을 다르게 명시했기 때문이다.
삼성카드 홈페이지 내 ‘내게 맞는 카드 찾기’ 서비스에서 ‘카드를 주로 어떻게 이용하시나요?’라는 질문에 명세서를 꼼꼼히 확인하고 혜택과 이벤트를 잘 챙기는 D타입에서 가족을 위해 주로 지출한다는 질문 이후 성별을 묻는 질문이 이어진다.
남성이라고 답하면 ‘열심히 살고 멋지게 누릴 줄아니까’라는 설명이 붙은 카드를 추천하지만 여성의 경우 ‘자녀가 아직 어린가요?’라는 물음이 나오고 어린이라는 답을 선택하면 ‘엄마면서 여자라서’는 설명이 달린 카드가 나온다.
남성에게 추천되는 카드는 주유 할인 및 야구, 축구 등 프로스포츠 할인을 제공하고 여성에게 추천하는 카드는 학원·서점·학습지,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할인 등이 제공된다.
하지만 대다수의 여성들은 일부 여성소비자들의 이러한 입장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예은(34·여·가명) 씨는 “평소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지만 국민카드에서 출시한 이런 맞춤형 카드는 소비자에게 좋은 서비스라고 생각한다”며 “개인이 자주 이용하는 분야를 할인받는 것이라 실생활에 유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객을 위해 카드사가 출시한 제품인데 서비스팩 이름을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며 “성별에 따라 남자와 여자가 자주 이용하는 분야가 달라 이에 맞는 할인 혜택을 주는 건데 억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직장인 김지형(28·여) 씨 역시 박 씨와 비슷한 이유를 들어 일부 여성소비자들의 행동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그는 “이왕 카드를 만들면 그 카드가 갖고 있는 할인을 거의 다 쓰는 것이 소비자에게 좋은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여자는 화장품 가게나 백화점 등을 자주가고 남자는 스포츠 관련 소비를 많이 하지 않느냐”며 “말그대로 맞춤형 서비스인데 단순히 혜택이 다르다고 문제삼는건 지나치다”고 덧붙였다.
거세지는 ‘성차별’ 논란에…일반소비자 혜택마저 축소되나 우려
때 아닌 성차별 논란에 휩싸인 국민카드는 결국 서비스팩 이름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지난 9일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내달 8일부터 ‘미즈 앤 미스터 카드’ 할인팩 명칭을 기존 ‘남성팩’, ‘여성팩’에서 각각 ‘블루팩’, ‘퍼플팩’으로 변경한다고 밝힌 것이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성차별을 의도하고 만든 곳은 당연히 없겠지만 일부 고객들의 의견을 경청해서 표현 방법을 변화시킨 것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민카드가 발빠른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기업 이미지는 소비자들이 구매를 결정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다. 최근 페미니즘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자 온라인 여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혐(여성혐오) 기업 리스트’가 퍼지면서 기업들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해당 리스트에는 과거 여혐 광고·마케팅·발언 등을 한 기업 170여개가 적혀있고 해당 기업 제품을 불매하겠다는 댓글도 달렸다. 그런데 리스트에 올라온 기업 중 일부는 국민카드와 같이 일부 과도한 페미니즘 여성들의 주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우려를 사고 있다. 페미니즘은 여성에 대한 성차별을 극복하는 여성주의 사상을 일컫는 말인데, 일부 과도한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이들로 인해 애꿎은 회사마저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화장품 소셜커머스 미미박스는 지난 2016년 유도, 사타구니, 겨드랑이 등의 미백을 돕는 크림 제품을 광고하면서 ‘여자들이 꿈꾸는’ 등의 문구를 사용해 논란이 됐다. 여성의 신체가 남성의 성욕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표현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 및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카드사 등 기업들이 소비자를 위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일부 과도한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이들로 인해 일반 소비자들이 제공받는 혜택마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뿐 아니라 대다수 기업들은 소비자를 잡기 위해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일부 소비자들의 과도한 성차별 주장은 오히려 기업의 영업활동을 제약해 기존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혜택마저 없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민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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