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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소비’가 우리사회의 소비풍토로 자리매김하면서 주목받는 시장이 있다. 키보드 등 컴퓨터 주변기기 시장이다. 컴퓨터 구매 시 사은품 개념으로 지급되거나 1만원 안팎에 구입이 가능한 값싼 키보드·마우스 대신 시간과 비용을 들여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찾는 이용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
컴퓨터 주변기기 시장은 2000년 전후로 급격히 성장했다. 인터넷망 보급과 함께 게임인구가 증가하면서 PC가격이 낮아짐에 따라 보급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초 게이머들 중심으로 인기를 끈 해당 시장은 점차 업무를 위해 컴퓨터 사용빈도가 높은 현대인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짜릿한 손맛 기계식키보드…50만원대 주문제작 제품 등장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키보드는 구동방식에 따라 △기계식 △광축 △레이저 △멤브레인 △버클링-스프링 △무접점 △팬터그래프 △플리저 △소프트웨어 등 다양하다. 이들 중 매니아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끄는 것은 기계식 키보드다.
일명 ‘걸쇠식 키모드’로도 불리는 기계식 키보드는 키마다 탑재된 스프링이 스위치를 눌러 컴퓨터 메인보드로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구동된다. 키 입력 시 스위치 특성에 따라 다양한 터치감과 사운드를 느낄 수 있어 마니아층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키보드를 누를 때 마다 발생하는 사운드는 일종의 소음이다. 하지만 기계식 키보드 매니아들은 기계식 키보드의 소음을 즐긴다. 키를 누르고 손을 떼는 순간 눌렸던 스위치가 올라오면서 키보드 상판을 건드리게 된다. 이 때 발생하는 소음을 일컬어 ‘통울림’이라 한다. 통울림은 기계식 키보드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기계식 키보드의 가격은 10만원 안팎이다. 일반적인 키보드가 1만원~2만원 안팎에서 거래되는 것을 감안하면 5배가량 비싸게 판매되는 것이다. 10만원 안팎의 가격 역시 가장 저렴한 형태다. 고급브랜드 및 주문제작 여부 등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기계식키보드를 선호하면서 발생하는 소음을 싫어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조명효과 또는 매크로기능을 탑재하고자 하는 고객 니즈가 높아짐에 따라 최근에는 주문제작용 키보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주문 방식에 따라 고가브랜드 키보드보다 비싼 40만원~50만원에 판매 됨에도 점차 그 수요가 높아질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용산전자상가에서 만난 이경진 씨는 스스로를 키보드 마니아라 소개했다. 주문한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그는 “알루미늄 재질의 키보드는 소음이 적어 이를 주문하게 됐다”면서 “시끄러운 소리를 듣지 않고도 기계식 키보드 특유의 감을 유지할 수 있게 돼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기계식 키보드와 더불어 인기 있는 키보드는 무접점 키보드다. ‘축전식 키보드’로도 불리는 무접점 키보드는 키 하단의 축전기의 축전량 변화를 통해 키가 눌렸는지를 감지해 이를 컴퓨터가 인식하도록 한다. 키보드 업계선 마니아성향이 강한 키보드로 분류된다.
브랜드로는 리얼포스와 해피해킹 등이 대표적이다. 평균적인 가격은 30만원대 중반이다. 기계식 키보드의 사운드·촉감과 확연히 다른 특유의 터치감이 해당 제품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는 후문이다. 배우 소유진의 남편이자 방송인·요리연구가로 활약 중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해당 제품을 즐겨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1만원대 키보드의 프리미엄화…“각기 다른 손맛, 장난감이 되는 키보드”
업계서는 고가임에도 이 같은 키보드를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점차 증가하는 현상을 두고 취미를 위해 소비성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소음이 적음에도 기계식 키보드의 감촉을 느낄 수 있다는 알루미늄 키보드 라인업을 최근 강화했다는 엠스톤 관계자는 “해당 시장의 수요가 확실하다는 판단 아래 중국에 대량주문을 넣어 최대한 단가를 낮췄음에도 기존 부품의 값이 커 20만원에 제품을 출시했지만 불티나게 팔렸다”면서 “초도 주문물량 1000개가 다 팔려 현재는 절품된 상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가격보다는 어떤 소재를 활용했는지 각기 다른 키보드들 중 고객들이 바라는 특성을 살린 키보드들이 보다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며 “고급 소재를 활용한 프리미엄 제품의 가치 또한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십 수대의 키보드를 매일같이 교체해 사용 중이라는 정진섭 씨는 “매일 옷을 갈아입고 예쁜 신발을 찾아 신 듯 키보드 역시 비슷한 개념이다”며 “조용한 날에는 소음이 적은 제품을, 경쾌한 날에는 타자음이 가벼운 제품을 사용해보며 나름의 즐거움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씨는 “최근에는 알루미늄 키보드 6대를 구입해 번갈아가며 사용 중인데 동일 소재로 만든 키보드일 지라도 브랜드·제품 별로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하며 키보드가 어떻게 취미생활이 될 수 있는 지를 설명했다.
디자인회사에 다닌다는 박성아(36·여) 씨는 “회사에서 온종일 만지는 것도 모자라 집에서도 사용할 정도로 키보드는 스마트폰과 더불어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접촉하는 것 중 하나라 생각한다”며 “일 할 때도 내 기분을 만족시키자는 취지 재작년부터 고가 키보드를 사용 중이다”고 소개했다.
이어 박 씨는 “기계식 키보드를 구입했는데 특유의 촉감과 사운드가 마음에 들어 점차 다른 기계식 키보드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며 “주변 동료들은 별거 아닌 것에 돈을 쓴다고 이해하지 못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지불한 돈의 가치를 키보드를 통해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계속해 키보드에 돈을 들이게 되는 이유인 것 같다”고 말을 맺었다.
[김민철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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