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방관한 사이 ‘가상화폐 허브’ 되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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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총리 시절 금융허브 꿈꿔…우리도 큰 그림 그리고 들어가야

김장섭 필진페이지 + 입력 2018-01-14 16:38:32

일본은 기업에서 보유한 비트코인도 자산으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일본이 왜 이렇게 가상통화 대국을 노릴까요.

어차피 가상통화가 대세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앞으로 전 세계의 가상통화와 심지어 각국 중앙은행에서 만들 것을 포함한 가상통화를 거래하는 허브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일본은 당초 고이즈미 총리 시절에 아시아 금융허브를 꿈꿨습니다. 고이즈미 총리의 논리가 자민당에 먹혔으니까요. 고이즈미는 일본의 수도인 도쿄 출신입니다. 그런 도쿄가 그가 총리가 되던 지난 2002년 현재의 우리나라 서울과 같았죠. 수도권이 3중 규제로 묶여 있었으니까요. 여기서 말하는 3중 규제는 △재건축·재개발 금지 △학교 신설 금지 △공장 신설 금지입니다. 즉 수도권, 특히 도쿄에는 아예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고이즈미 총리의 논리는 아래와 같았죠.

고이즈미 : 도쿄를 왜 3중 규제하는가?

지방 의원 : 도쿄를 규제해야 지방으로 대기업이 와서 일자리를 만듭니다.

고이즈미 : 대기업이 지방에 가겠는가? 해외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출범했는데 어떤 기업이 지방으로 가겠느냐 말이다. 법인세를 깎아주고 인건비가 더 싼 폴란드에 공장을 지으면 독일로 수출할 때 관세가 면제된다.

지방 의원 : 그럼 어떻게 할까요?

고이즈미 :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을 보세요. 그곳에 공장이 있습니까? 모두 월가, 런던금융시장 등이 있죠. 그러니 일본은 아시아의 금융허브를 만들어야 합니다. 도쿄는 런던, 뉴욕과 경쟁해야 하고요. 옛 패러다임에 묶여 도쿄를 묶어놓으면 안 되고 도쿄는 세계 도시와 싸워야죠. 지방 도시는 대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좀더 경쟁력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이러한 논리를 내세워 도쿄의 모든 규제가 풀렸습니다. 이 때문에 도쿄에 엄청난 부동산 공급이 일어나 다마신도시가 망했지만 그래도 도쿄는 발전했죠.

하지만 도쿄는 끝내 홍콩과 싱가포르의 ‘아시아 금융허브’ 자리를 뺏어오지 못했습니다. 일단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의 중국 화교 대기업 자본과 지리적으로 멀었습니다. 엄청난 부를 일군 그들이 일본까지 오기에는 너무 멀지만 싱가포르, 홍콩이 모두 화교 자본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그들이 가더라도 싱가포르, 홍콩에 가서 돈을 맡길 뿐 일본까지 올 리 없죠.

더 큰 문제도 있습니다. 환율입니다. 일본은 수출 중심 국가여서 환율이 중요합니다. 환율이 오르면 일본의 엔화가치가 떨어져 수출하기 좋죠. 그러나 환율이 떨어져 엔화가치가 오르면 수출하기가 나빠집니다. 그러니 일본이라는 나라는 엔화가치를 계속 내리려고 노력하죠. 이 때문에 일본이 금융허브가 될 리 만무합니다. 외국인이 일본에 들어와 파생상품을 거래해서 돈 벌어 나가려고 봤더니 일본의 엔화 가치가 요즘처럼 떨어져 있다면 돈을 바꿔 나갈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중요한 게 기축통화에 대해 교환비율을 정한 고정환율제를 뜻하는 페그제(Peg制)입니다. 미국 돈과 연동돼 미 달러로 바꿔도 전혀 손해를 안 보게되는 걸 말하는 겁니다. 그러니 홍콩, 싱가포르가 이런 면에서 유리하죠. 뭐, 지진이 나고 방사능에 오염된 것은 차치하더라도 말이죠.

그러니 일본은 결국 금융허브에 실패했습니다. 엔화가 세계 2대 기축통화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엔화는 아주 유리한 자산입니다.

그런데 요즘 일본에서는 가상화폐라는 게 떴습니다. 가상화폐는 일본의 엔화와 연동하지 않죠. 즉 엔화의 오르내림과 관계없이 자기네들끼리 돈을 바꾸는 겁니다. 그리고 엔화가 저평가 돼 있으면 미국 달러화로 미국에서 바꾸면 되는 거죠. 그러니 페그제가 필요 없습니다.

그렇다면 일본도 “어?! 금융허브가 되네?”라고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이 재빨리 “너네들 혹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돈 안 바꿔 줄까봐 불안하지? 우리가 바꿔줄게 우리나라에서 많이 써”라고 말하면서 안전을 걸고 가상화폐를 끌어들였죠. 이렇게 고마운 일이 또 어딨겠습니까.

그래서 일본으로 가상화폐가 가고 있고 일본이 적극적으로 가상화폐의 허브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일본이 가상화폐 허브로 떠오르면 일자리가 늘어나죠. 앞으로 가상화폐는 일본에서 거래되고 이렇게 먼저 선점 해 놓으면 국제금융도 일본이 쥐락펴락 할 수 있습니다. 구시대의 산물인 화폐는 달러가 패권을 가졌는데, 앞으로 일본이 가상화폐의 패권을 가져서 새로운 기축통화국이 되려는 건 아닐까요.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그냥 사도 내버려두고 소비자 피해를 방관하는 게 아니라 일본처럼 큰 그림을 그리고 들어가야 하는 거죠. 그래야 실업 문제도 해결되고 앞으로의 가상화폐 패권도 조금은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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