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인사 아닌 ‘감독’에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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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욱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1-17 00:23:06

금융감독원은 지난 1999년 1월 2일 ‘금융감독기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설립됐다. 금융부문별 감독기관이었던 은행감독원과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이 통합돼 만들어진 기관이다.

설립목적은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업무 등을 수행해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관행을 확립하는데 있다. 이를 통해 예금자 및 투자자 등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 금감원은 금융기관에 대한 ‘인사’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KEB하나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 때문이다.

현재 KEB하나금융은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연결기준 자산총계 363조원, 자본총계 25조원 규모의 초대형 금융그룹이다.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우리은행 등과 함께 한국 금융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자연히 하나금융의 차기회장 선임은 그 시작부터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 4일 차기 회장 선임절차에 공식적으로 착수한 KEB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회추위)는 이날 후보군 26명을 선정했다. 이후 평판조회 등을 거쳐 9일 후보군을 16명으로 줄였다.

16명의 후보군는 내부인사 4명과 외부인사 12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외부인사 9명이 면접을 고사해 1차 면접은 내부인사 4명과 외부인사 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회추위는 15~16일 면접을 통해 최종 후보 3명을 추렸고 오는 22일쯤 내정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금감원이 지난 12일 하나금융에 예정된 후보자 면접을 연기하고 회장 선임절차를 잠시 중단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15일에는 ‘차기회장 선임 일정에 대한 조정’을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내부 논의 끝에 회추위가 면접 일정을 강행하기는 했지만 금감원의 이러한 행동이 향후 회추위 일정과 차기 회장 경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금감원이 일정 중단을 요청한 이유는 현재 금감원이 하나금융을 대상으로 아이카이스트 부실대출 의혹과 은행권의 채용비리 의혹 등을 조사 중이기 때문이다. 가장 유력한 회장 후보인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이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있기 때문에 조사 결과가 나오고 나서 선임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당 조사는 구랍 18일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이 금감원에 제출한 조사 요청서에 따른 조치다. 금감원이 요청 받은 사안에 대해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감독기구로서의 당연한 의무다. 특히 해당 사건은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 세력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보다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이 진행 중인 조사를 이유로 민간 회사의 인사 절차에 개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만약 새로운 회장이 결정된 이후 조사에서 새로운 결격사유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금감원이 아닌 후보 선정을 잘못한 회추위에서 오롯이 책임질 문제다.

금감원은 선임 일정이 아닌 감독에만 집중하면 된다. 만약 새롭게 회장이 됐다는 이유로 특정인에 대한 조사 강도를 조정할 예정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기욱 gw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