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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29명이나 되는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제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일어난 지 40여일이 지났다. 일대 지역의 침통한 분위기는 여전한 상황이다.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지역 경제마저 활력을 잃으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부·지자체 차원의 대책은 요원한 상황이다.
제천참사 후 40여일 흐른 현장 분위기는 여전히 침통…모임, 행사 줄줄이 취소
1층 주차장에서 시작돼 9층 건물을 모두 뒤덮는 큰 화재가 발생한 제천시 스포츠센터는 여전히 그 상흔이 생생히 남아있었다. 건물 외벽은 떨어져 나갔고 유리창은 이곳저곳 깨져있었다. 검게 탄 건물 내·외벽은 그날의 안타까운 상황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었다.
참사가 일어나고 사고 조사가 시작되면서 녹색 펜스가 건물 주변에 쳐졌다. ‘통제구역 출입금지’라는 푯말과 함께 폴리스 라인도 함께 설치돼 있었다. 1층 주차장 안에는 화재 당시 주차됐던 차량이 불길에 그을린 채 그때 그대로 서 있었다. 건물 앞에는 검은 재킷을 입은 경찰관 2명이 24시간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건물 후문 방면에도 1명의 경찰이 서서 외부인이 건물 내부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경계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스포츠센터가 위치한 지역은 하소동 내 유일한 상업지역이다. 스포츠센터를 중심으로 주변에 상가가 밀집해 있고 주변으로는 아파트 등 거주지가 자리하고 있다. 인근 지역 주민들은 화재 참사로 인한 극심한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었다. 스포츠센터 인근에 거주하는 한 노인은 현재 심정인지 묻는 질문에 “하도 말들이 많아 골치가 아프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제천시에서 5년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김진경(가명·42·남) 씨는 “사고 직후 제천시 내에 침통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말을 즐기는 분위기는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였다”면서 “최근까지도 지인들과 술을 마셔도 건배를 하지 않는 등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이후 제천시 이곳저곳에 근조(謹弔) 현수막이 내걸리는 등 도시 전체가 초상집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면서 “연말 모임 등은 80% 가까이 취소됐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제천시 뿐 아니라 단양군까지 분위기가 침체됐다는 말도 들렸다”고 전했다.
제천시 청전동에서 만난 금현준(19·남) 군은 “참사 직후 학교 축제도 무산되고 피해자들을 애도하는 분위기가 지역에 퍼졌다”며 “화재 당시 아버지가 소방관으로서 현장지휘를 맡았는데 지금도 술을 드시곤 가끔씩 당시 얘기를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제천시 내에는 밤 9시가 넘어가면 식당 등 대부분의 업소들이 문을 닫고 있었다. 밤 10시 이후 시내에서는 편의점, 주점 등을 제외하곤 문 연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화재가 일어난 스포츠센터 건물이 있는 지역과 가까울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사고 발생 이후 지역 상권 위청…건물 가림막 설치, 현수막 제거 등 호소
화재가 난 스포츠센터 인근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유진열(51·남) 사장은 화재 발생 당시 간접적으로나마 소방관들을 도왔다. 소방관들이 업소 화장실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커피를 제공하기도 했다. 사고가 어느 정도 수습이 된 이후에도 유 사장은 한동안 생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영업 상황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 사장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절반가량 줄었다”며 “지난해 연말 매출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식점이나 다른 업종은 그나마 괜찮은데 주점이나 노래방 등은 침체에 빠졌다”며 “연말에 잡혀야 할 예약도 잡히지 않아 지금까지도 영업 상황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스포츠센터 인근에서 5년 전 호프집 문을 김호경(43·남) 사장 역시 상권을 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7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면서 “40대 이상 중년층 손님이 많은 매장의 특성 탓에 더욱 손님이 줄어든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1년 6개월 전 주점을 연 박주민(가명·남) 사장은 “제천은 시골이라 시민들이 대개 학연, 지연 등으로 알고 지낼 수밖에 없다”며 “말 그대로 한 다리 건너면 다들 아는 사이니 참사로 인한 추모 분위기 때문에 경기 침체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사 직후에는 도의상 크리스마스 이벤트도 취소하기도 하면서 매출이 예년 대비 30~40% 정도 하락한 상태다”고 덧붙였다.
제천시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이은석(51·남) 사장은 “참사 이후 아르바이트생 1명을 내보낼 정도로 영업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며 “현재도 방 8개가 모두 비어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참사 후 세월호 침몰 당시 경기 안산시 지역의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하게 됐다”며 “빨리 상처를 회복하고 산 사람들은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지 싶다”고 덧붙였다.
치킨 점포를 운영하는 김종수(60·남) 사장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 이상 줄어든 것 같다”면서 “시민들이 1차로 밥만 먹고 집에 들어가는 등 2차 업종인 호프집 등이 더욱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매장 TV 속 경북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참사 뉴스를 접한 후 “밀양에서도 저렇게 되니 큰일이다”며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세금이라도 줄여주는 등의 지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제천시 지역 상인들은 전반적인 분위기 쇄신이 가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근조 현수막 제거, 참사 현장 건물 가림막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유가족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진 못하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아직 참사로 인한 시민들의 상처가 다 아문 것은 아니지만 시청에 조심스럽게 근조 현수막 제거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공무원들로부터 ‘어떻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지역민들의 아픔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건물은 하루빨리 철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홍택 제천시 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장은 화재사고가 발생한 스포츠센터 건물 철거와 관련해 “민간 건물이어서 장기적으로 정부에 예산을 요구해 매입 후 철거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천시 관계자는 상권 살리기 등 지역 분위기 쇄신과 참사 이후 대책 마련에 대해 “여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면서도 “아직 수립 중이라서 지금 어떤 것도 말하긴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성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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