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CJ 청부폭행 의혹 재검토해야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데스크칼럼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1-29 00:06:18

지난해에 이어 새해 들어서도 CJ그룹의 분주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그룹 총수인 이재현 회장이 ‘월드베스트 CJ’ 달성을 위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은 결과로 분석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후 광복절 특사를 통해 가까스로 풀려난 이 회장이 그룹 경영에 복귀한 이후 줄곧 지속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경기도 수원 광교에 지어진 통합 R&D연구소 CJ블로썸파크 개관식 참석으로 약 4년여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이 회장은 그룹의 중장기 경영 비전을 내놓으며 공식적인 경영 복귀를 시사했다. 당시 그는 “2020년 ‘Great CJ’ 달성을 넘어 2030년에는 세 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월드베스트(World Best) CJ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드베스트 CJ’를 이뤄내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이 회장은 이후 그룹의 중장기 목표 달성을 위해 분주한 행보를 보였다. 우선 각 계열사 간 교통정리를 단행했다. 대부분 CJ그룹 체질을 뒤바꿀 만한 굵직한 움직임들이었다.

대표적으로 기존 바이오, 생물자원, 식품 소재 등 4개 사업부문을 바이오와 식품으로 통폐합했다. 이를 위해 계열사 간 지분 이동, 혹은 계열사 매각을 시도했다. 계열사 합병을 통해 이 회장 본인 중심의 지배구조도 더욱 공고히 했다.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 결의가 대표적이다. 두 기업의 합병이 완료되면 ‘이재현→CJ→CJ오쇼핑’의 지배구조가 갖춰진다.

그런데 최근 이 회장의 ‘월드베스트 CJ’에 장애물이 될 만한 이슈가 재조명 돼 여론의 이목이 쏠린다. 약 20여년 가까이 CJ그룹 주위를 맴돌고 있는 청부폭행 의혹이다. 최근 사건의 중심에 선 당사자가 억울함을 풀기 위해 시위에 나설 것을 예고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사건이 재차 부각되고 있다.

재계에서 공공연하게 맴돌고 있는 CJ그룹 청부폭행 의혹의 골자는 이재현 회장이 조직폭력배를 사주해 스포츠 센터를 운영하던 고교 동창생 이성기 씨를 여러 차례 폭행했다는 내용이다. 피해자인 이 씨는 자신을 폭행한 조직폭력배가 이 회장과 관련 깊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약 20여년 전인 1998년 말 조직폭력배가 찾아와 “이재현 회장에게 전화를 걸면 혀를 잘라 버리고 앉은뱅이로 만들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여섯 차례에 걸쳐 집단폭행을 당했는데 그때마다 “이재현 회장님 잘못했습니다”라는 내용의 각서를 쓰도록 강요받았다고 피력했다. 이 씨는 당시의 사건들을 수십장에 걸친 사건일지 형식으로 기록해뒀다.

반면 CJ그룹 측은 이 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줄곧 고수하고 있다. 이 씨가 지난 2007년 이 사건에 대해 검찰에 진정서를 냈는데, 당시 검찰이 ‘이재현 회장이 조폭에게 폭행을 지시한 적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게 CJ그룹의 주장이다. 하지만 CJ그룹의 이러한 주장은 과거 한 언론 매체 보도를 법원이 사실과 부합하다고 인정하면서 신빙성이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사건 발생 20년여가 흐른 지금까지도 ‘청부폭행 의혹’은 CJ그룹의 ‘낙인(烙印)’으로 남아 있다. 의혹이 완전하게 해소되지 않은 게 결정적 이유다. 피해자인 이 씨 역시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벌기업을 상대로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시도하는 CJ그룹과 이재현 회장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민감한 사안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적폐청산·재벌개혁이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다. 서로 다른 두 단어지만 사실 하나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바로 ‘과거의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는 것이다. CJ그룹 ‘청부폭행 의혹’은 문재인정부가 청산하고 개혁하고자하는 사안에 적절히 부합하는 내용으로 여겨진다.

의혹의 해소는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재벌개혁 의지를 확인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에겐 ‘낙인’이자 ‘도약의 장애물’로 평가돼 온 의혹을 완전히 씻어내고 ‘월드베스트 CJ’ 달성에 집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겠다. CJ그룹 청부폭행 의혹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면밀한 재검토를 기대한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