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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훨씬 차갑고 엄한 날씨, 뒷산 고양이들이 많이 걱정된다. 지난해 중국은 사드를 핑계로 우리를 본격적으로 다루고자 했다. 거의 조공(朝貢)을 바치라고 겁박해왔다. 게다가 이번에는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북에서 서에서 동에서 온통 차가운 바람만 불어온다.
사실 미국은 우리에게 있어 줄곧 훈훈한 동남풍(東南風)이었다. 과거 1970년대 말 미국의 지미 카터가 주한미군을 컷(cut)하겠다고 하면서 역풍(逆風)이 불기는 했지만 이번 트럼프의 한풍(寒風)은 보다 근본적인 변화라는 점에서 걱정이 많이 된다.
트럼프와 척(隻)을 진 미국 주류언론들 때문에 우리 언론들도 덩달아 트럼프를 이상한 사람인양 보도하고 있지만, 트럼프를 떠나서 미국의 변화는 훨씬 근본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미국은 2013년이 국운의 입춘(立春) 바닥이었다. 새로운 60년 사이클이 시작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현재 매섭게 추운 초봄을 지나고 있는 셈이다. 초봄이 되면 지난해의 낡은 판때기를 갈아엎어야 하는 법이다. 기득권 정치의 상징인 힐러리 클린턴에게서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심리가 이단아 트럼프를 당선 시켰다.
현재 프랑스 역시 2011년이 국운의 입춘 바닥이었기에 마크롱이라고 하는 겨우 40에 불과한 젊은이가 등장해 노동시장을 개혁해가고 있다.
이처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 세상 불변의 이치다. 우리 또한 2024년이 돼 새로운 60년 사이클로 들어가면 전혀 새로운 정치가 시작될 것이다.
너그럽던 미국은 이제 더 이상 없다. 압도적인 경제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세계를 리드하던 미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연합을 만들어 별도의 세력을 형성했고, 중국 또한 인내하면서 힘을 기르던 자세에서 노골적인 패권 추구 세력으로 변했다. 망가진 소련의 자리에 들어선 러시아 역시 그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이제 미국은 ‘선량한 부자’의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본격적으로 이익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 트럼프가 자리하고 있다.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는 세탁기나 태양광에 국한될 것 같지 않다. 자동차나 철강, 화학, 반도체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 물건을 팔아서 이익을 내고 싶으면 미국 안에서 공장을 가동하라는 주문이다. 미국이 우리에게 주문하는 바는 또 있다. 중국에서 나와서 미국으로 들어오라는 것이다.
중국 역시 트럼프의 이번 조치로 시끌벅적하다. 중국중앙방송(CCTV)에서는 트럼프가 무역전쟁을 도발했다고 비판했다.
물론 미국 주류언론들은 반 트럼프 세력이기 때문에 이번 조치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지지자들이 이탈하지 않는 한 제 갈 길을 갈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 자체는 높지 않지만 경제정책에 대해서만큼은 높은 지지율이 나오고 있다는 점 또한 트럼프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 FTA 재협상 역시 처음에는 일방적인 요구에 응할 수 없다던 정부였지만 이미 어쩔 수 없이 응한 상태다. 더불어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는 한 술 더 뜬 격이다. 농업분야만큼은 내줄 수 없는 현 정부의 처지라서 상황은 더더욱 어렵다.
현재 스위스에서 열리고 있는 다보스 포럼에서는 새로운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과잉 유동성으로 인해 어디선가, 특히 동아시아 일대에서 뭔가 일이 터질 것 같다는 얘기가 그것이다.
중국 또는 한국 아니면 싱가포르, 어느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심상치 않다는 것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영국의 거대 금융기업인 바클레이즈의 최고경영자(CEO)는 포럼에서 “다음 금융위기는 예기치 못한 자본시장에서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증시와 사상 최저치에 가까운 변동성, 이 두 개의 조합은 시간을 놓고 보면 절대 이어질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은 너무 많은 부채와 저금리에 의존하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조정이 닥칠 경우 대단히 파괴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올 것인가를 떠나서 ‘높은 주가와 낮은 변동성의 조합’은 언제나 치명적인 쥐약이었다는 점은 사실이다.
필자의 경우 새로운 금융위기가 발발하면 그 시기는 올해 말에서 내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국의 엄청난 공기업과 지방정부의 부채, 그림자 금융, 한국의 막대한 가계부채 등이 모두 위험요소다.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기업들의 부채가 너무 많다는 점에서 일본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중국이나 한국에 비해 낮을 뿐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사실 방심 모드 또는 우쭐 모드를 유지해왔다. 이에 기존의 성장률을 고집하는 과정에서 무지막지한 통화량의 증발과 부채증가가 뒤따랐다. 지난해 절대 권력을 손에 쥔 시진핑은 최근에야 긴장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경제를 양에서 질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통화량 축소를 의미한다.
전쟁도 그렇지만 경제 역시 철수 혹은 후퇴하는 것이 공격이나 전진보다 더 어렵다. 어딘가 손을 보기 시작하면 전혀 예상치 않은 곳에서 숨어있던 문제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며칠 전만 해도 금년도 글로벌 경제는 강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란 보도가 줄을 잇고 있었지만 이번 다보스 포럼의 예상은 전혀 그 반대로 나타났다. 향후 10년간 어딘가에서 한 건 큰 것이 터지면서 고전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출발점은 동아시아 일대가 아니겠느냐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한국경제는 6.25 전쟁의 폐허에서 오늘날까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그럴 수 있었던 근본적인 원인에는 몇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미국의 너그러운 세계정책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시장을 열어줌으로써 우방국들을 키워 당시 소련 진영에 대항하겠다는 미국의 냉전 전략이 사실 한국에게는 더 없이 고마운 단비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야말로 수호지 속 양산박 두목 송강의 별명인 급시우(及時雨·때에 맞춰 내리는 비)였다.
그런데 이제 미국 역시 내 코가 석 자인 지경에 처했다. 여기에 소련을 대신해서 중국이 어느새 세를 잔뜩 키웠기 때문에 마음이 다급해졌다.
미국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 역시 애매모호해졌다. 과거와는 결이 완전 다르다. 군사적으로는 협력을 유지해가되 경제에 있어서만큼은 받아낼 것을 철저하게 받아내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을 ‘살이 오른 통통한 돼지’로 보고 있다고 하면 너무 심한 표현이 되겠지만, 과거처럼 물고 빨고 해가면서 정성만 들일 일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제 너도 컸으니 부담할 것은 좀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미국 전략가들의 시선이다.
해마다 겪어보면 알겠지만 12월 22일 경의 동지(冬至)가 지나면 엄동(嚴冬)이 찾아든다. 우리 대한민국은 지난해 2017년이 국운의 동지였다. 이에 찬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서풍(西風)은 매캐한 미세먼지만 잔뜩 실어오고 있고 동쪽의 미국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이제 과거와 같이 단비 실은 훈훈한 바람을 지나 서서히 매서운 삭풍(朔風)이 돼가고 있다.
어제부터 시베리아 쪽에서 차가운 바람이 들어왔다. 그 바람 속 공기의 질은 매우 좋다, AQI(대기오염 지수)가 현재 30으로 양호한 수준이다. 중국 쪽에서 바람이 들어오면 추위가 잦아드는 반면 AQI가 무려 200을 넘는다. 추위와 먼지 둘 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하는 꼴이다.
여기에 미국에서 불어온 한파(寒波) 즉 세이프가드는 우리를 더욱 춥게 만들고 있다. 날이 추워도 춥지만 돈이 없으면 더 춥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해 간단한 사족을 붙여본다.
그간 싱가포르는 달러 캐리를 통해 중국으로 대출을 중계하면서 수수료를 엄청나게 벌었다. 재미를 톡톡히 본 셈이다. 하지만 그 바람에 싱가포르의 물가 특히 집값은 올라도 지나치게 오르게 됐다. 필자의 예감에 금융위기가 터지면 싱가포르가 그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싶다.
김태규의 희희락락호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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