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 중심의 현실적 정책 만들어야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자수첩

반려인 중심의 현실적 정책 만들어야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이경엽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1-29 00:10:46

지난 1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책에 대한 반려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현실과 동 떨어지고 명확하지 않는 기준으로 만들어진 규제 일변도 대책이라는 주장하고 있다.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은 작년 10월 일어난 사망 사고를 계기로 마련됐다. 지난해 10월 한식당 한일관의 김이숙 대표가 가수 겸 배우 최시원 씨 가족의 반려견 프렌치 불도그에게 물린 뒤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사실 반려동물로 인한 사망사고는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반려견에게 물려서 사망한 사람은 5명에 달한다. 이 중 4명이 중대형견에게 물려서 목숨을 잃었다.

반려인구와 반려견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실에서 반려견과 반려인에 대한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한다. 문제는 과연 어느 정도 수준까지 통제를 할 것이냐의 문제다.

반려견에 의한 사고 피해의 잠재적 대상자로 여기는 일부 비반려인의 입장에서는 강력한 규제를 원한다. 하지만 반려견을 직접 기르는 반려인의 입장에서는 필요 이상의 과도한 규제는 피하고 싶을 것이다.

반려인들이 이번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의 경우 적절한 규제라기보다는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일부 반려인들이 이번 규제가 반려인보다는 일부 비반려인의 입장을 더 많이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불만을 표하고 있다.

가장 크게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규제사항은 ‘관리대상견’ 지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견을 위험도에 따라 맹견, 관리대상견, 일반반려견 등 3종류로 분류하고 안전관리 의무를 차등화 했다. 특히 신설된 관리대상견의 경우 분류 기준을 ‘사람에게 상해를 입혔던 전적이 있거나 체고 40cm 이상인 개’로 규정하고, 외출 시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 했다.

문제는 관리대상견의 기준이 너무 피상적으로 규정됐다는 것이다. 대체 왜 체고 40cm 이상인 개를 관리대상견으로 지정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반려동물 업계 관계자는 “체고가 39cm인 사나운 반려견과 체고가 41cm인 얌전한 반려견중 사나운 반려견 쪽이 사람에게 더 위협적이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는 배경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정책을 졸속으로 추진하다보니 생기는 문제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의 경우 작년 10월 일어난 사망 사고 직후 정책 수립을 시작해 석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정책 발표가 이뤄졌다.

더 큰 문제점은 우리나라에서 사육 중인 반려견 중 관리대상견이 몇 마리나 되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애초에 국내 반려견의 구체적인 사육 두수에 대한 통계가 전혀 나와 있지 않은데서 비롯된 문제다.

작년 한 해 동안 발표된 반려동물 관련 전국 통계는 총 3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정부, 금융사, 민간단체들이 내놓고 있는 반려동물 시장 규모와 관련한 통계에 오류가 많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 사육 두수를 계산하는데 가장 핵심이 되는 통계이자 반려동물 시장 규모 측정의 가장 기초가 되고 있는 반려인구 통계조차 부정확하다. 각 조사 기관에 따라 전국 반려인구 통계가 최대 30만명 차이를 보이고 있다. 조사대상자 선정방식과 조사방법에 문제점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확한 반려동물 시장에 대한 통계도 없이 졸속으로 정책을 만들다 보니 현실을 도외시한 무리수가 가득한 정책이 발표될 수 밖에 없다. 반려동물에 대한 올바른 정책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매 5년마다 실시되는 인구주택총조사를 통한 정확한 반려인구 추산과 시장 규모 파악이 의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사회적인 사건을 계기로 급하게 추진하는 정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자료조사 등을 통해 올바르고 제대로 된 반려동물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경엽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경엽 yeab123@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