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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대한민국 전역을 들썩이게 만든 세기의 결혼식이 열렸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씨와 당시 선경그룹(현·SK그룹) 장남이었던 최태원 회장이었다. 현직 대통령과 재벌그룹 후계자의 결혼 소식에 여론의 이목이 쏠렸다. 반응은 분분했다. 호기심 어린 시선과 동시에 ‘정경유착’이라는 비난 섞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비슷한 사건은 2001년에도 있었다.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딸 이수연 씨와 한국타이어그룹 조양래 회장의 차남 조현범 사장이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입성에 성공하면서 한국타이어그룹에는 ‘대통령 사돈기업’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사장은 그룹 내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이며 입지를 넓혀나갔고, 덕분에 일각에선 형인 조현식 부회장 대신 그룹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시각까지 대두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한국타이어 후계구도를 두고 기존과 다른 평가가 나와 주목된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사장 대신 형인 조현식 부회장이 그룹 후계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한국타이어그룹의 후계구도를 둘러싼 변화의 움직임과 이에 대한 주변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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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출범 후 과거 이명박정부의 비리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한국타이어그룹의 후계구도에도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 그동안 유력 후계자로 거론됐던 조양래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회장의 차남 조현범 사장 대신 장남 조현식 부회장에게 무게가 쏠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조현범 사장은 ‘대통령의 사위’라는 화려한 배경 덕분에 한국타이어그룹 유력 후계자로 거론돼 왔다. 형인 조현식 부회장에 비해서도 우호적인 평가를 받았고 직급 또한 ‘사장’으로 동일했다.
하지만 평행선을 달리던 두 사람의 직급 서열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말 장남 조현식 부회장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직급 상으로 동생의 우위에 섰다. 이를 두고 후계구도의 키를 쥔 조양래 회장의 의중이 장남 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근 이명박정부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염두하고 선제적으로 선긋기에 나섰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총괄부회장 승진과 동시에 지주사 단독 대표이사 등극…‘장남 승계론’ 대두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조양래 회장의 대표이사직 사임으로 조현식 부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 사장에서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불과 1달여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조 부회장은 총괄부회장직을 맡게 된 만큼 그룹 경영전반을 총괄하게 될 전망이다.
앞서 조 부회장은 그동안 장남임에도 불구하고 그룹 지배력 측면에서 동생 조현범 사장과 동일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에 대한 지분율은 조 부회장 19.32%, 조 사장 19.31% 등이었다. 역할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 사장은 주력계열사인 한국타이어의 경영을 도맡으며 지주사를 이끄는 조 부회장과 동등한 입지에 올라 있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차남 승계론’이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형제 간 동일한 조건 하에서 ‘대통령의 사위’라는 막강한 배경을 지닌 조현범 사장이 그룹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재계 전반에 걸쳐 장자 승계원칙이 무너지는 추세라는 점은 ‘차남 승계론’에 무게감을 더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등은 모두 창업주의 차남이다.
MB사돈기업 수식어 여전…주가조작 의혹, 이명박 아들 특혜채용 의혹 등 재점화
재계 안팎에서는 한국타이어그룹 경영승계와 관련해 ‘차남 승계론’이 저물고 ‘장남 승계론’이 부상하는 상황에 대해 조양래 회장의 의중이 깊이 반영된 결과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이명박정부의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MB사돈 기업’이라는 수식어를 지우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 장남 조현식 부회장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방식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한국타이어그룹과의 연결고리인 조현범 사장의 입지를 상대적으로 격하시켰다는 게 재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특히 조 사장이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각종 구설수에 여러 차례 이름이 오르내렸다는 점은 이러한 주장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실제로 조 사장은 지난 2008년 이명박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해외자원개발 사업과 관련해 내부 정보를 활용한 주가 조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적 있다. 그러나 2009년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덕분에 ‘대통령 사위’라는 배경이 새삼 재조명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과 한국타이어그룹이 직접적으로 연관됐던 구설수도 있었다. 2008년 7월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씨가 한국타이어에 인턴 직원으로 입사했다. 한국타이어가 당시 발표한 인턴 선발 공고에는 지원조건이 ‘2009년 2월 졸업예정자’로 돼있어 대학 졸업 후 수년이 지난 이시형 씨는 지원할 수가 없었다. 이 씨와 조현범 사장은 처남매형 지간이다.
형인 조현식 부회장과 달리 이번 인사에서 조현범 사장은 단독 대표이사에 오르지 못했다.조현범 사장과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하고 있던 서승화 전 한국타이어 부회장이 물러났지만, 그의 빈자리는 이수일 한국타이어 사장으로 채워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타이어 한 고위임원은 “최근 이명박정부와 관련된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친·인척인 조현범 사장의 입지를 키운다면 한국타이어그룹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그룹 내부에서도 만일의 사태에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때 마침 조현식 부회장의 승진 소식이 들려와 안도감을 보이는 여론이 적지 않다”며 “현재 그룹 안팎에서는 후계구도는 ‘장자 승계’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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